몰라서 재미없는 것도, 알아서 재미없는 것도 맞아요 -
이제껏 미술 그리고 책과 더불어 살아오며 내린 결론은 '미술은 삶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미술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될 텐데요. 그런데 효과적으로 미술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모르는 재미’와 ‘아는 재미’가 모두 필요합니다.
이소영 작가의 '그림에게 말을 걸다' 책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들은 흔히 미술과 친해지고 싶을수록 오히려 자신감 없는 모습을 내비칩니다. '미술을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는걸요.'그림을 잘 못그려서요.'
그러나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면 겁부터 내는 게 당연하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미술을 편견 없이 이해할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책 속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사실 미술을 업으로 삼게 되면 생각의 확장이 조금 닫힐 수 있습니다. 미술 자체가 아닌 가격이나 사회정치적 맥락 등의 다른 것들을 고려하여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순수한 미술애호가 분들이 벌거벗은 임금님 속 아이처럼 순진하게 질문하고 색다른 즐거움에 기뻐할 수 있습니다. 예술이 수학과 다른 점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잖아요. 100명이 각기 다른 100가지 느낌을 말할 수 있는 점이 미술의 가장 큰 묘미입니다.
그렇지만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동전의 다른 쪽 면이겠지요. 눈에 보이는 정보에만 치우치거나, 작품을 보지 않고 작품 해설에만 의지하는 단계가 오래 지속될 경우 혼자 묻고 혼자 답하기 때문에 발전이 없습니다. 마치 독서 모임을 하지 않고 혼자서만 책을 읽는 것과 같지요. 처음 알아볼 때 재미를 한 번 느껴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그리고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모르는 기쁨’만큼이나 ‘아는 기쁨’ 또한 미술이 주는 행복입니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 재미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둘 다 꼭 필요합니다.
최근에 읽은 책 '이동진의 독서법'에도 이런 말이 나옵니다.
"게임이 더 재미있지, 영화 보는 것이 더 재미있지
책 읽는게 뭐가 재미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죠.
맞아요. 세상에는 재미있는 게 너무 많죠.
그런데 저는
재미의 진입 장벽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몸에 안 좋고 정신에 안 좋은 재미일수록
처음부터 재미있어요.
상대적으로 어떤 재미의 단계로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거나,
재미라기보다는 고행 같고 공부 같은 것일수록
그 단계를 넘어서는 순간
신세계가 열리는 겁니다.
독서가 그러한데요.
책을 재미로 느끼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단위 시간이 있습니다."
저는 미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느껴지는 그대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물론 의미 있지만 그림과 그림 사이의 고리를 알아낸다면 미술과 더 즐거운 수다를 떨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만의 미술 취향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 자세히 소개해 드릴게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실거죠-
2021.2.3.
아트리더 박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