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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May 13. 2020

당신의 주행속도는 시속 몇 킬로인가요

20대 때는 20Km, 40대 때는 40Km 그럼 난 지금 47Km

나이 때 별로 느끼는 인생의 체감 속도가 다르다고 한다. 10대에는 10Km, 20대에는 20Km, 50대에는 50Km. 난 지금 시속 몇 킬로로 인생을 달리고 있는 걸까




결혼 19년 차, 세월이 언제 갔는지 모를 정도로 지나고 나니 너무도 빨리 간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다. 정말 영원히 가지 않을 것 같았던 30대가 가고, 어느새 내 나이는 50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니 너무 이렇게 훌쩍 앞서서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싫어할 테니 정확히는 마흔일곱. 나이 듦을 모르다가 아이들이 훌쩍 큰 걸 보면 흘러간 세월을 느낀다고 했던가. 우리 아이들이 벌써 열여덟 그리고 열넷이니 정말 나이를 '마이 묵었다' 그것도 훌쩍.


  나이가 들면 세월의 흐름도 빨라진다고 했던가. 몇 년 전부터 부쩍 그런 느낌을 받는다. 한 주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주말이고, 한 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5월이다. 살면서 늘어난 경험이 이렇게 더디 보내고 싶은 시간을 빨리 흘려보낸다고 생각하니 많은 경험을 한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 싶다. 정말 10대, 20대 때에는 그리도 한 주가, 그리고 한 달이 안 가더니 지금은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붙들고, 매달려봐도 흘러가는 시간은 멈추지가 않는다.


  군대에 있으면서 그리 힘들 때도 참고, 버티고 그리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돌아간다'는 군인들 사이에서는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 명언이 있어서였다. 그리도 더디 가는 군대에서의 시간도 내가 전역한 것을 보면 그때 당시 느끼는 시간의 속도가 더뎠을지라도 결과적으로는 흘러가긴 한다는 걸 추억할 수 있었다. 전역을 하고도 대학을 졸업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있었지만 그때는 학창 시절의 시간도 하루하루가 새로운 일이 많았었는지, 아니면 매일 반복되는 수업이 아닌 새로운 학습의 이유 때문이었는지 20대 중반의 시간도 군에서와 같이 더디 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혼 후 30대에 접어들면서 계속 더디 갈 것 같던 시간도 조금씩 빨라지는 것을 느꼈지만, 그건 단순히 밖으로는 한 창 현장을 뛰고 바쁠 시기의 직급, 나이였고 안으로는 아이가 어려서 아내와 함께 육아에 동참해서 보낸 시간들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다. 군데군데 비어있어야 할 시간들이 톱니바퀴처럼 하루를 꽉 채운 일정과 일로 매일 돌아가고 있었으니 당연히 하루가 빨리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에도 아이들이 어려 손이 많이 갈 때마다 늘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빨리 시간이 가서 아이들이 컸으면 좋겠다' 였던 것을 보면 아마  그 순간이 힘이 들어 가는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내뱉던 철없던 시절 넋두리였나 싶다. 정작 시간은 그리 빌지 않아도 흐르는데 말이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시간 보고 빨리 앞장서 가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리 가라고 하지 않아도 아쉽고, 걱정스러울 정도로 시간은 빨리 가버리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디 가길 빌고 있는 처지다. 몇 년 전부터 찾아온 갱년기 증세로 가끔은 말도 안 되는 고집도 피워보고, 아내에게 짜증도 가끔 내곤 한다. 의도하고 내는 증세들은 아니지만 이런 행동들을 하고 나면 매번 미안하고 또 미안해진다. 누군가를 탓하자면 내 갱년기로  비롯해 생긴 문제니 결국 나 때문인 거라고 자책을 하곤 한다.


   큰 아이 사춘기와 맞물려서 왔었던 나의 갱년기는 아이와 나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고, 큰 아이의 사춘기가 한 풀 꺾이고, 내 갱년기도 어느 정도 적응될 즈음 이젠 작은 녀석 사춘기와 아내의 갱년기가 출발선에 섰다. 한 번은 경험을 해 본 사춘기와 갱년기이지만 남성의 그것들과 여성의 그것들은 어떻게 다를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 되었건 우리 가족에게 올 두 번째 갱년기와 사춘기를 조금 더 슬기롭고, 조금 덜 시끄럽게 보낼 시간과 방법들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안 그래도 빨리 가는 시간을 시끄럽고, 아프게 보내기는 싫다.


   이제 우리 집에는 출생일 기준으로 어린이는 더 이상 없다. 현명한 사춘기와 슬기로운 갱년기를 보내며 행복한 가정을 지금처럼 보낼 일만 남았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너무 부여잡고 살지 말고,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알차게 채워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난 오늘도 딱 시속 47킬로로 내 인생을 정주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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