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 정세랑
보통서평을 먼저 소개해 주지는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유독 서평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 너에게도 이 서평이 도움이 됬으면 좋겠어.
이 책에는 정세랑의 소설들이, 정세랑이라는 작가가 어떻게 탄생하고 만들어졌는지 ‘정세랑 월드’의 모든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과 가지 않았더라면 쓰지 못했을 것들에 대한 기록이 가득하다. 과거와 미래, 동서 문명, 인간과 환경을 아우르며 이 시대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이런저런 이유들을 투덜투덜 털어놓다가, 결국 조각조각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해버리고 마는 사랑스러운 지구 여행객 정세랑. 좋아하는 것을 한껏 좋아하는 가장 순정한 사람들, 그 순정한 마음에 대한 다정한 기록을 담았다. - 출판사 서평 중
여행의 기록
여러분은 여행을 보통 어떻게 기록하는가? 여행을 기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여행 일지를 작성하거나, 사진을 찍고 앨범을 만들거나, 블로그나 SNS에 기록을 남길 수도 있다. 또한, 독특한 경험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한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지도나 지역 가이드북 등을 수집하기도 한다. 다양한 나라가 표기된 커다란 표에 내가 방문한 나라들에 스티커를 붙이며 채워 나가는 이들도 있는데 필자는 그런 자유분방함과 용기가 부러울 따름이다.
모임원 중 두분은 여행 일지를 작성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흥미롭게도 두분 다 친구와의 여행에서 작성했다는 것을 알려줬고 친구와 함께가 아니라면 아마 작성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 주었다. 여행일지의의 장점은 여행 중에 느꼈던 감정이나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고,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추억을 더욱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일 것이다. 또한, 다시 방문하게 될 때 이전 방문에서는 놓쳤던 장소나 음식 등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여행을 즐기고 방으로 복귀했을 때의 피로와 피곤함에 지쳐서 쓰러지기 직전인데도 자꾸 ‘일기 쓴다며’ 라고 옆에서 옆구리를 찔러대는 친구를 대동해야 겠지만 말이다. (모임원은 종종 때리고 싶었다 라고 말했는데, 보통 필자가 그렇게 친구를 놀려먹는 성격이라 흠칫했다.)
다른 모임원 분은 이야기를 기록하거나, 특별한 일만 일기로 기록한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다. 여행을 이야기로 기록하는 것은 여행의 경험을 더욱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줄테고, 이야기는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것보다는, 그 속에서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함께 전달하는데에 뛰어나다는 매력이 있어서 글을 쓰는 것을 즐기는 필자에게는 꽤나 흥미로운 방안이었다. 또한 특별한 일만 일기로 작성한다는 분의 의견도 공감이 되었다. 뭔가, 현실과 타협한 기록의 저장소 같은 느낌이랄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기록에는 필름카메라를 선호한다. 여행 한번에 약 4롤을 들고 가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 4롤의 카메라는 각각 흑백 필름과 컬러 필름으로, 특별히 순서를 두지 않고 컬러와 흑백을 번갈아 가며 카메라에 장전하곤 한다. 필름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와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디지털 사진과는 달리 약간의 색감 변화나 질감 등이 있어 더욱 특별한 느낌을 준다. 또한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면 촬영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 순간을 더욱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절대 비싸서 신중한 것이 아니다. 절대 필름 한번 찍을 때 1000원 가량이 사라져서 그런게 아니라는 뜻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촬영 후 즉시 사진을 확인할 수 있지만, 필름카메라는 필름을 현상해야만 사진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기다림이 필요하다.
이 기다림이 필름카메라의 더욱 특별한 매력 중 하나 것이다다. 여행이 마무리 되고, 한달에서 두달쯤 지나 기억이 흐릿해질 때 쯤 받아든 필름 사진의 인화본은 마치 엊그제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록의 현현을 일으키곤 한다. 아름다움에서 여행의 짜릿함과 흥분을 느낀다면 바로 그 순간이 아닐까.
그리고 아주 현대적인 답변이 한분 계셨다. 영상으로 여행을 기록하는 방안이다. 이 방법은 많은 장점이 있다. 먼저, 영상을 통해 여행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고, 이는 추억을 더욱 생생하게 남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또한, 영상을 통해 여행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모임원 분은 해당 영상을 스스로 편집하고 자막을 달아서 개인 유튜브에 비공개로 공유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필자도 최근에 여해을 갔다가 영상을 찍어서 해당 영상을 편집하고 공유해 보았는데 꽤나 지루하고 지치는 작업이라서 사실 자막은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분명히, 현장감과 생생함, 그리고 웃음이 남아 있다는 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영상을 남기되 특정 순간만을 선택해서 남기는 것을 추천하는데, 그 이유는 첫째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여행을 즐기는 것이 쉽지 않다. 카메라를 드는데 필요한 집중력이 꽤 커야 하고, 액션캠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편집을 고려한다면, 연속적인 촬영은 배터리나 용량 문제로 직결된다. 그리고 카메라에 집중하면서 여행을 하다보면, 귀중한 순간들을 놓칠 수 있다. 필자는 아는 동생이 출렁다리에서 넘어졌다가 못 일어나는 장면을 놓쳐서 현재 못 놀리는 중이라 매우 아쉽다. 아마 이런 촬영도 나름대로 익숙해져야 그런 순간 순간을 잡아 낼 수 있게 될 테니, 언제나 들고 다니기 보다, 그런 중요하고 흥미로운 순간 위주로 촬영하기를 추천한다.
언젠가 한번쯤, 필름 카메라를 들고 꽤나 긴 여행을 떠나, 앨범 하나를 가득 채울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상상을 놓지 못하고 사는 필자에게 필름 사진을 찍으러 다니던 여행을 기록해서 책을 한권 내보는 건 어떠냐고 질문을 남겨주었던 모임원에게 그자리에선 차마 다 보내지 못한 감사인사를 남긴다.
내. 친. 소
내 친구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정말 다양한 친구들이 있는데 그 중에 흥미로운 친구 두명 정도만 소개해 주도록 하겠다.
한명은 정말 무심한 인간인가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하는 친구다. 괴상하게 친구가 된 녀석이다. 분명히 더 친한 친구와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 친구의 친구가 내 친구가 되어있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의외로 잘 맞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지금은 어느 대학교 대학원에서 척척석사가 아닌 척척 박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친구의 특이한 점은 마치 감정이 없는 것 같은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성이 논리를 누르는 경험은 이성적인 경험을 감정보다 소중히 하는 필자의 모습만으로 충분히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로봇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끔 이 친구와 이야기 하다보면 이 친구는 감정의 진폭이 유독 낮은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맛있는 걸 맛있다 라고 하고 끝이고 재밌는 건 재밌다. 하고 끝이다. 타인의 평가를 필자처럼 의도적으로 비꼬거나 신랄하게 비평하는게 아니라 그냥 본인이 생각하는 오류를 나열하거나, 괴상한 논리를 납득해 버리는 걸로 상대방의 꼭지가 돌게 하는 능력이 아주 탁월하다.
어느새 10년이 넘은 친구이고, 자주 보지도 못해서 일년에 한두번이나 보는 친구인데도 이상하게 친구라 하면 유독 이 친구가 떠오르곤 한다.
다른 친구는 사실 동갑의 친구는 아니다. 오히려 동생에 가깝다. 비슷하게 10년가까이를 같은 모임에서 엮여 있는 녀석인데, 마침 이 웹진을 디자인 하게 될 테니, 관심있게 글을 읽는 다면 자신에 대해서 논하는 이 문단을 흥미롭게 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젠가 이 친구에게 뭐가 좋다고 나이먹은 형들이랑 사이좋게 지내주냐는 질문을 지나가며 던진 적이 있었다. 그러자 대답은 생각보다 의외였다. 두세살 위에있던 나에게는 성년 시절에 맺은 관계였지만 이 친구들에게는 학창시절을 쭉 함께 해온 사람들이라는 말에 꽤나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필자는 대담함이 언제나 부족하다고 스스로 느낀다. 안전제일주의의 부모님 밑에서 자라, 세상의 무서움을 교육받으며 성장했고, 이리저리 치이다가 결국 지금에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동생은 보고 있자면 본인의 소망이나 희망을 기어이 이루어 내어 가는 모습이, 참 기이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모임원들의 친구는 어떤 사람이 있는 지 물었다.
제일 먼저 듣게 된 친구에 관한 이야기는 심플하면서도 웃겼다. 대학교 동아리활동을 하며 만난 친구인데, 다른 면은 다 좋은데 유독 남자를 못고른다는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하며 말하는 모임원의 이야기는 다른 모임원들의 웃음을 불러 일으켰다. 그렇다고 나쁜 사람을 만나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기 보다는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이 다 좋아할 법한 남자와도 사귈 가능성이 있는 거 같은데 꼭 엉뚱한 매력의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군대에서부터 만난 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군대에서 빨래를 어떻게 하는지 몰라, 빨래를 돌린 후 탈수하지않고 땅바닥에 널어두던 친구라는 이야기의 시작은 꽤나 충격적었지만, 그 다음이야기는 따뜻하기 그지없었다.
모임원이 국가고사를 준비중에, 시험 이후 합,불에 대해 걱정하고 있자, 시험이 떨어지면 그냥 내 집에 들어와 살라며 술자리에서 위로를 해주었다고 한다. 그 말의 진의보다, 그 말의 따뜻함이 유독 와닿았다던 모임원은 결국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며 반전을 얘기해 주기도 했다.
“아니, 그런데 나중에 불합격했다고 거짓말하고 너희집에 들어가서 살겠다고 했더니, 자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하더라고요. “
이후에 둘은 결국 잠시나마 동거를 했었다고 한다.
진정한 친구를 단 한명이라도 가진다는 것은 곧 성공한 인생이다. 라는 말이 있다. 고독하게 설계되었다는 인간은, 어쩌면 친구라는 존재에서 삶의 위안을 얻고, 삶의 원동력을 얻는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위주로 몇명만 나열했지만, 사실 모임원들마다 각자, 친구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들 자신의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며 수줍은 애정들을 보이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소중한 친구에게, 언제까지나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