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하나 혹은 81억의 생명
여느 명절과는 다르게 부모님의 집에 방문해서 부모님의 알듯 모를듯한 눈총 속에서 만나는 사람 없어요 라는 말만 무한 반복하고 돌아온게 어제야. 막상 그 말을 반복하면서도 서로 누군가를 떠올려서인지 깊이있는 대화를 시도하지는 않았어. 나도 그 이상 얘기하지 않았고, 부모님도 나에게 뭔가 굳이 강요하는 느낌은 아니었거든. 아마 부모님은 직감이나 본능, 그 어딘가의 영역에서 나에대해 알고 계신게 아닌가 싶어. 그럼에도 친척들에게는 반복해서 나도 해명해야 했고, 그러다가 문득 책장에서 이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어. 사실 제목을 보고 반 협박의 느낌이었는데, 너라면 단번에 알아챘을 눈치를 우리 친척들은 도무지 모르고 계속 질문을 하더라고, 아니 아마 다들 알았을 거야, 다만 그보다 궁금증을 참지 못했을 뿐일거고.
최근에 티비를 시청하다가 깜짝 놀란 경험이 있어. 전세계 인구를 표시하는데 81억명이라는 거야. 난 분명히 배울 때 60억명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야. 내가 커버린 몇년의 시간동안 세상에 인구는 늘었고, 그게 21억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놀라운 사실이었던 거지. 심지어 23년에 내가 똑같이 그 차이나는 숫자를 보고 놀라 너에게 알려줬던 기억을 되짚어서 메모를 찾다보니 78억명이라고 써둔 메모지를 찾을 수 있었어.
인구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수명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래.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오래 살수 있게 되었지만, 이런 이점이 도리어 문제가 되어 자원의 부족과 환경파괴, 인간의 소비로 인한 사회적 문제 등이 점차적으로 많이 발생해 가고 있는거지. 출산율이 0.7% 대인 국가에서도 지속해서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도 같아. 국민들의 생존 기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야. 그러면 당연히 넌 내가 어떤질문을 할지 눈치챘을거라고 믿어.
인간의 가치는 낮아졌을까.
많은 것들을 가치의 척도로 꿰맞춰서는 너에게 들이대던 나이기에 너는 또 그렇게 말하겟지. 그런건 측정하는게 아냐, 혹은 그건 매길수 없는 가치라고. 하지만, 직장을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봉’ 혹은 ‘봉급’이라는 잣대로 평가를 받고 있고, 그건 어쩔수 없는 세상의 이치라고 말야.
사람이 늘어나는 세상에서 그래서 우리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아, 자경단이나 히어로가 돌아다니는 무법지대 같은 대한민국을 말하는게 아냐. 지금, 이 시점에 다시 논의되고 있는 헌법에 명시된 제도인, ‘사형제도’에 대한 이야기야.
사형제도는 범죄자들에 대한 엄격한 처벌로 인해 효과성과 인간의 삶의 가치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어. 물론 정답은 없겠지, 다만 사회의 선택이 있을 뿐이야.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1997년에 사형제도가 폐지되었으며, 그 이후 대부분의 시민들은 사형제도의 재개를 반대해 오고 있었어. 적어도 이번 국가의 큰 이벤트 전까지는 말야.
사형제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제도가 무기징역과 달리 범죄자들이 사면받지 못하게 하는 제도로서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어. 기존에 강력한 처벌을 통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사형’집행’에 중점을 두는 게 아닌, 집행하지 않은 채로 일종의 면죄부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야. 난 이점이 정말 흥미롭고 놀라운 아이디어 라고 생각해.
우리 사회는 이제는 ‘벌’을 주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니 말야. 그 사람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보다, 엄격한 벌을 주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는 게, 정말 흥미로워. 너와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면 어느새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꽤나 명확히 정리해 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맴돌아, 그래서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문장들을 추려서 너에게 보내.
앞으로는 조용히 살면서 다시는 누구도 내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게 할 것이다. 나는 계속 생존할 것이다. 초원에서의 그날 밤, 쏟아지는 별빛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간직한 채. 그것은 내가 특별한 사람이고, 남과 다른 도덕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깨달음이었다. 정상적인 인간이 아닌 동물, 소나 여우, 올빼미의 도덕성을.
사람들은 생명이 존엄하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이 세상에는 생명이 너무 많아요. 그러니 누군가 권력을 남용하거나, 자신을 향한 상대의 사랑을 남용한다면 그 사람은 죽여 마땅해요.
내가 저지른 살인마다 이유가, 그것도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가슴이 아픈 까닭은 외로움 때문이다. 이 세상에 내가 아는 사실을 공유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외로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뿐인 너이기에, 하나뿐인 나이기에, 그렇기에 있었던 시간에 경애를 보내며.
시백. 오인재.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