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는 너에게 #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럴

by 이시백

내가 되고 싶던 남자.


너에게 나는 위트있는 남자였을까. 아니면 그냥 못된 장난꾸러기 였을까. 어릴 때부터 나는 위트있는 남자가 되고 싶었어. 너에게도 나는 멋있는 남자라는 말보다, 재미있는 남자라는 말이 더 좋았어. 매너있는 남자보다 위트있는 남자가 멋있어 보였거든. 물론 그 생각을 우리의 비밀요원인 ‘콜린퍼스’와 ‘태런 애저틴’이 바꿀 뻔 했지만, 아쉽게도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태런 애저틴이 연기한 에그시 캐릭터의 위트있는 모습이 있었기에 가능했었을 거야.



위트의 기본이라 함은 역시나, 유머와 기본저인 매너겠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문학 유머의 집합체라 불러도 될 정도로 기이한 말장난과 유머 패러디로 가득 차 있어. 하지만 이러한 웃음 코드에 웃음이 빵빵 터지는 사람도, 웃음을 짓지 못하고 책의 노골적인 괴상한 어조에 한심해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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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은 친구가 나에게 “토끼가 앨리스에게 더 마시라고 하자 앨리스는 대답해요, 난 아직 한잔도 안마셨어. 그런데 토끼가 말하죠 (웃음을 머금고) 그러니까 더 마시는게 훨씬 쉽다고요. 이게 안 웃기세요..?”



그 친구의 마지막 문장 덕분에 강요인지 아닌지 모호해졌지만 나는 그 질문에 한참을 깔깔 거리면서 웃을 수 있었어. 그 장면이 웃겨졌다기 보다는 왜 다른 이들이 내가 즐거웠던 포인트에 공감하지 못하지? 하는 친구의 표정과 납득되지 않아하는 모습이 아마 웃겼을 거야. 그리고 그 얘기를 끝내고 집에가며 아무런 상관없는 노래를 듣다가, 내가 반드시 그 이야기에 웃는 사람을 찾아서 나에게 다시 알려주겠다던 친구가 생각나 피식 하고 웃어버렸지.



이렇게 유머는 개인마다 달라. 누군가에게는 정말 웃긴 이야기도 누군가에게는 무난한 말장난에 불과하고 누군가에게는 피식거리면서 웃음을 감추지 못할 패러디도 누군가에게는 이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는 허황된 비유로 다가올 수 있어. 앨리스는 ‘영어’라는 언어의 한계와 우리의 문화와 어울리지 않는 패러디, 그리고 자연스럽지 못한 말장난은 오히려 책을 읽는데에 답답함으로 다가 왔다가도 문득 피식 하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거든.



난 그렇게도 어릴 때부터 위트있는 남자가 되고 싶었는데 어느새, 우중충한 난장이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싶어, 안타까움을 가득 담아 이번 편지를 보내야 겠어. 이제는 네가 조금 더 웃기를. 즐거운 하루가 너에게 반복되기를, 정말 아주 사소한 일들마저도 너에게 웃음이 되게 만들어주는 누군가가 너의 곁에 있기를 바라며 짧은 문장을 보내.





Before Alice got to Wonderland, she had to fall


원더랜드로 가기 전 앨리스는 어디론가 뛰어들어 떨어져야만 했다


You cannot live your life to please others. The choice must be yours.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네 인생을 걸 순 없어.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I can't explain myself, I'm afraid, Sir, because I'm not myself, you see. (Alice)

선생님, 정말 유감이지만, 저는 제 스스로를 설명할 길이 없어요. 보시다시피 저는 지금 제 모습이 아니거든요. (앨리스)


The only way to achieve the impossible is to believe it is possible.

불가능한 것을 이루려면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어야 한다






왜 아직도 그 과거에 쓴 소설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내가 너를 생각하며 신중하게 고른 책이 왜 하필 그 과거에 위트를 가득 담은 이야기 일까. 누군가와 이야기하는게 점점 힘들어 지는게 요즘 나의 상황인 것 같아. 즐거움을 가득담아 이야기하면 곧 놀림감이 되어버리고, 나의 진지한 생각이 그 사람들에게는 그저, 바보같은 우려과 걱정으로 가득찬 허풍으로 들리기 때문일 거야. 서로의 걱정을 진지하게 듣던, 위트를 웃음으로 받아주던 그때를 담아 마무리를 할게.


요즘 친구들은 진지함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 같다. 설명하려 하면 설명충, 진지해지면 진지충, 내 감성을 표현하면 감성충. 이때, 남들을 의식하다 보면 스스로 자신을 밋밋하게 깎아내리게 된다. 그때 깎여나가는 것들은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가지고 있는 무언가이고, 다른데서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김이나 작사가 - 청춘페스티벌 중.


시백. 오인재.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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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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