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넷 : 행복, 성공, 살고 싶은 삶에 대한 집념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왜 그렇게 오래 여행해요?
대답은 늘 같다. 다 좋았어요. 어디든 다 각자 다른 공기와 색을 가지고 있거든요.
점점 나의 여행이 곧 내 삶인 듯 자연스러워진다. 가능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다른 내가 되어보고 싶고, 그렇게 살아가는 지금에 감사하며. 매일의 만남에 감사하며. 그저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본다. 그리고 다양한 삶의 방법이 있음에 놀라곤 한다.
어떻게든 살 수 있어. 문제는 방향. 나는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며 어디로 걸어가고 싶은가. 집을 나오지 않았으면 만나보지 못했을 사람들과 마주해 웃음을, 이야기를, 추억을 함께 나누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 약자에게는 부드럽고, 강자에게는 강할 수 있는 사람. 내 목소리를 내는 데 당당할 수 있고, 그 목소리를 내기 전에 옳은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바른 신념을 가진 사람.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더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좋은 영향을 끼치며 웃으면서 살고 싶다.
나는 지금 여행하는 프리다이빙 강사로서 살고 있다. 서른 살에 처음 만난 프리다이빙에 빠져 최우선 순위였던 여행은 차순위로 밀려났다. 나의 30대를 프리다이빙과 함께 보내보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30대 중반쯤 되어 느끼는 건 평생을 해도 모자랄 것 같다는 마음. 20대에 만났던 다른 열정들처럼 금세 지치지 않고, 더 천천히 오래오래 깊이깊이 프리다이빙과 함께하고 싶다는 간절한 애정. 프리다이빙과 함께 펼쳐지는 관련된 가지들을 따라가다 보니, 요가를 더 배우고 싶고 명상에 관심을 가지고 호흡에 더 깊이 집중하게 된다. 무궁무진한 배울 것들을 채우다 보면 적어도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내가 원하는 속도로 나를 채우는 삶이다.
다이빙을 하다 보면, 혹은 호흡이나 명상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투명하게 그 순간에 머무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렇게 과거도 미래도 아닌 순간에 오롯이 존재하는 순간들이 늘어간다. 그렇게 단 한 걸음이라도 좋으니 앞으로 나아가기를.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를. 나란 인간의 인성, 그릇, 꿈, 습관, 행동, 만남,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인연이나 사건, 모든 소중한 순간들이 내가 바라는 곳에서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만나는 모든 이들과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더 나은 내가 되어가기를. 꿈꾸는 나에게 더 가까워지기를.
아무리 배가 고파도 평생 글을 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한 권쯤 책을 출간한 작가였음 좋겠다. 힘든 누군가에게 작게라도 힘이 되거나 마음을 치유하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 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늘 해맑게 웃으며 사심 없이 친절하게 살고 싶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고 옳은 소리를 낼 수 있는 바른 어른. 약한 자에게는 약하고 강한 자에게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힘 있고 자유롭고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 40대의 함승혜는 아마도 제주도에서 프리다이빙을 가르치고, 호흡과 명상을 알리고, 요가수련을 하면서, 글도 쓰고, 차도 마시고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바른 식생활과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법을 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지금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두려움을 늘 고민했다. 즐기면서 또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또 깊이 정들고 스쳐 지나오면서 확신하게 된 것은, 그래, 난 잘하고 있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느끼고 배우고, 그러면서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지금은 내가 원하던 나의 모습이라는 것.
바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바람처럼 나를 시간에 맡기다 보니, 그런 말을 듣게 되었다.“바람 같은 너니까.” 다른 사람이 내게 그런 사람이라고 한다. 내가 되고 싶었던 나. 당장 내년에 내가 죽더라도 나는 지금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 모습이 좋다. 그리고 때로 분에 넘치게 행복하다.
바람 소리가 너무나 좋다. 나뭇잎을 부대끼게 하고 나를 흔드는 이 바람.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고 어디로 불어가는 걸까. 그리고 난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게 될까. 흘러 흘러 오다 보니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나에게 맞는 옷을 입고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언덕길에선 걸음이 느려지고 힘들기도 하지만 멈추지만 않는다면 곧 고통은 끝나고 새로운 내리막과 쉴 곳이 기다리고 있다. 고통 앞에서 멈추지 않는 법을 배운다. 고통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나만의 춤을 추는 법을.
소중한 1분이 모여 내가 된다. 모든 순간이 꿈꾸는 내가 될 기회이다. 아직은 살아 내 곁에 있는 내 소중한 이와 밥을 먹고 손을 잡고 안고 사랑한다고 말할 기회. 아주 소중한 오늘. 나의 모든 삶 속에서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 가는 그 모든 새로운 곳에도 설렌다.
신나는 지구별 놀이터. 오늘의 유한한 행복을 만끽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