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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리 Dec 27. 2021

나는 뭘 하고 싶은가 프로젝트

브랜딩 스터디 2기 중간 회고

작년 12월에 브랜딩 수업이 끝나고, 뜻이 모인 사람들끼리 진행한 스터디.

뭔가 거창한 것을 해보고 싶다는 것보다, 무엇이든 경험이 되니 기회가 오면 해보는 것이 나의 신조이기도 했고, 수업만 끝나고 배웠다고 말하기 애매한 부분- 수업 때 배웠던 것을 적용해 보고 싶다는 마음과 힘들었던 수업이 끝나고 이어서 스터디를 말하는 이 성실한 사람들과 조금 더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브랜드 수업의 연장선이었으니 본인이 만들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면 됐었는데, 나는 살면서 창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당장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살면서 받는 많은 서비스와 경험 중에 눈물이 핑도는, 고이고이 간직하고 싶은 경험들은 참 많았지만 내가 누군가한테 어떤 것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내가 갖고 있는 경험들은 '내가 하고 싶어서'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거기에 반응하는 분들이 있으면 신기하고 고마웠던 거다.


'영감과 기록'이라는 프로젝트 주제가 정해지고 이것은 내가 평소에도 좋아하고,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 것이었기에 주제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으나 그것을 어떻게 내 것으로 소화해 내는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정리 되지는 않았지만 쭉 가지고 왔던 소스는 있었기에 그것을 정리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작업을 하면 감이 안 잡히는 것 같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게 뭐야 도대체' 라는 질문을 계속 되뇌여야 했다. 스스로와 자문자답하며 대답을 해야하는 나는 '정말 모르겠어..(히잉 ㅠㅠ)' 하기 일쑤, 질문하는 자아는 고구마를 100개 먹은 양 답답했다. 내가 모르면 도대체 누가 안단 말이야.


3개월의 스터디 기간,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는 지었지만 끝나고 나서 느낀 기분은 뿌듯함과 보람이라기보다, '내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라는 점이었던 것 같다. 뭔가를 만들었지만 그래서 뭐? 이걸로 뭐할건데? 의 질문에 그저 막막해지는 것이다.


나는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그냥 마음 편히 회사에서 시키는 일 하며 적당히 숨어 살며 월급만 따박따박 잘 받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렇게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질문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좋을텐데. 하지만 나는 안다. 회사란 곳은 언제까지 나의 울타리가 되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연차가 쌓이고 연봉이 올라가며 그것을 더 절실히 느낀다. 나의 연차와 연봉에 맞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지는 것이다. 뭐 대단한 연차와 연봉은 아니어도 나는 초년생 때 능력 없는 상사를 보며 경력을 그저 시간으로 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적어도 내 위치나 경력에 걸맞는 능력을 갖자, 갖고 싶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다면 그 병아리 시절의 내가 생각했던 위치에 온 나는 지금 어떠한가.


내가 반면교사 삼으려했던 인물과 많이 달라져있나? 나는 그 때 내가 꿈꿨던 내가 되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no 다. 흔히들 말하는 '내가 생각했던 어른은 이런 게 아니었어' 이런 뻔한 클리셰같은 말을 내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뭘 원하고, 뭘 잘하는지는 초년생때만 고민하는 줄 알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연차라는 것은 알아서 쌓여가는데 그에 맞는 능력은 알아서 찾아내야 하는 거였다.



1기 스터디를 떨떠름하게 마무리했지만 나는 내가 어떤 초석이라도 다듬으면 그걸가지고 무엇이든 할 줄 알았다.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면 많이 경험해봐야 하기에, 내가 관심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사람은 참 마감이란게 없으니까 움직이질 않네? 그렇게 이어진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의 스터디 2기.


모두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는 사람들 틈에, 나만 유일하게 지난 스터디를 쭈욱 이어서 만져보고 싶다고 했다. 이것은 내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보다, 내가 할 수 있는, 투박하지만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들 틈에 혼자 기존의 것을 가지고 스타트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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