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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Jul 14. 2021

금융상품에는 후기가 없다

금융 커뮤니티가 필요한 이유

별점 만능 시대

요즘 시대는 사용자 후기나 리뷰가 신뢰를 뜻한다. 온라인 쇼핑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구매가격 뿐만 아니라 후기이다. 어찌보면 상품 상세정보보다 후기를 더 열심히 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후기를 쓸어넘기며 텍스트 분석 도구가 필터링해서 자세한 정보를 담은 후기만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한건 나만 그런건가 싶다.) 그래서 배달앱에서는 후기를 남기면 음식점 사장님이 서비스 음식을 주고, 쇼핑앱에서는 후기를 남기면 포인트를 주는 등 리뷰 활성화에 온 힘을 쏟고있다.


최근 HBR에서도 이와 관련한 (어찌보면 뻔한) 실험을 하였다. 인센티브를 제공받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하니 인센티브를 받은 그룹이 긍정적인 언어를 포함하는 리뷰를 더 많이 작성했으며, 리뷰를 작성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프로세스가 더 즐거워지고 긍정적인 리뷰를 작성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쯤되면 인간은 보상의 동물이다. 인센티브 여부에 따라 리뷰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늘날 기업들이 리뷰 활성화를 위해 약간의 보상을 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리뷰에서 자유로운 금융상품

그런데 후기에서 자유로운 상품이 있다면, 그건 바로 금융상품 아닐까 싶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토끼굴을 따라 들어가면 금융상품이 나온다고 해야할까. 사용자 후기에 이렇게 매달리고 평점관리를 하느라 온 우주의 힘을 쏟고 있는데, 거기서 자유롭다면 한번쯤 생각해봐야한다. 이게 정상인지 아닌지.


대출의 경우 금리도 중요하지만 대출을 진행하면서 겪는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다. 지점마다 응대 직원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어디 말할 곳이 없다. 펀드 투자를 하고 성과가 좋으면 친구한테 말을 할 수는 있지만, 주식만큼이나 이야기 소재거리는 아닌듯 싶다. 주식투자는 저마다 몇프로 수익을 얻었는지, 손실을 봤는지 공유하는데 진짜인지 아닌지는 계좌를 보여주지 않는 한 모른다.


이러한 사용자 경험이나 후기 대신 투자에 있어서는 오직 전문가의 의견만을 볼 수 있다. 주식투자의 경우 애널리스트가 목표가를 얼마로 제시했는지, 기업 IR에서 어떤 내용이 나왔는지, 펀드의 경우 펀드평가회사에서 작성한 페이퍼나 판매사에서 추천펀드 여부 정도. 물론 네이버 종목토론방과 같은데서 사람들이 떠들기도 하지만, 그건 사용자 후기와는 또 너무 다르다. 아무말이나 뱉어놓은 글을 사용자 후기랑 비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금융 커뮤니티

금융회사가 리뷰를 취급하지 않는다면, 그 외의 커뮤니티라도 있을까? 부동산까페처럼 조언을 구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질문에 답하고 그런 곳 말이다. 주식의 경우 리딩방을 제외하고 일반 사람들끼리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는 아직인 듯하다. 올해 초 Reddit의 WallStreetBets처럼 밈주식 열풍의 온상지였던 그런 커뮤니티가 없다.


Reddit의 경우 하위 커뮤니티가 많다. WallStreetBets도 그 중 하나고, 현재 회원이 1000만명이 넘는다. 7월 13일 기준, 하위 커뮤니티의 회원수를 보면 r/stocks(289만), r/Investing(188만), r/Robinhood(86만), r/PersonalFinance(1468만), r/pennystocks(170만) 등 많은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참여해서 의견을 나눈다. 각 토픽별로 하위 커뮤니티가 있기 때문에 stocks 커뮤니티에서 코인, 페니스탁, OTC, 로빈후드 등에 대한 포스트를 올리면 안된다. 각 주제에 충실하게 글을 올려야하며, 스팸, 욕설, 비방, 홍보 등도 당연히 금지다.



seeking alpha의 경우 좀 더 전문적이다. 미국주식을 투자하는 경우 많이들 참고하고 있을 것이다. 종목에 대한 정보나 뉴스도 많고, 특히 투자자들의 칼럼이 있다. 개인투자자나 전문투자자가 쓴 칼럼을 팔로우하면 My Author에서 글을 볼 수 있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어쩌면 어떤 정보부터 봐야할지 어지러울 정도다.


기형적 제도, 유사투자자문업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좋은 커뮤니티가 없을까?(내가 모르는건가. 혹시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합니다.) 주식리딩방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건가?우리나라도 난다긴다 하는 분들은 다들 자기 책 쓰고 강연다니기 바쁜데, 신생 커뮤니티 플랫폼에서 과연 이런 콘텐츠 사업을 한다면 어떨까?


물론 이런 커뮤니티 기능을 추구하는 핀테크사가 몇몇 있다. '소셜' 기능을 추구하는 핀테크사들은 이러한 커뮤니티를 하고 싶어하지만, 일단 회원수부터 많아야 커뮤니티 형성이 되고 유입이 되기 때문에 갈 길이 멀어보인다. 증권플러스도 커뮤니티 탭이 있고, 증권계좌와 연동하여 주식 보유자에 대해 주주인증 마크도 달아준다. 토스증권도 현재 그러한 기능을 개발중이다.


물론 금융상품과 관련해서는 무엇을 하든 소비자보호에 불을 켜고 있는 금융당국을 의식하는 금융회사는 이렇게 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직접 마련하기 힘들다고 핑계를 댈지도 모른다.


수많은 전문가가 오늘도 블로그, 오픈채팅, 유튜브 등에서 활발히 활동중이다. 어쩌면 커뮤니티가 없어서 오히려 리딩방이나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성행하는지도 모른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미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우리나라 특유의 제도다.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금융상품에 대한 조언을 하는 업으로 단순 신고만 하면 되기때문에 진입장벽이 없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기형적 제도를 만들어놓고 불건전 영업행위 등 단속하기 바쁘다. 오히려 열린 플랫폼에서 커뮤니티 기능이 있다면 더 낫지 않을까.


투자 인플루언서

시대가 바뀌었다. 전문가의 의견 외에 peer간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추구하고, 그것을 소비하기를 즐겨하는 시대다. 내가 전문가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이제 남이 나를 인정하고 투자 인플루언서로 팔로우할 수도 있는 시대다. 따라서 디지털 금융 시대에 맞춰 누구나 자기 의견을 내고 전문가처럼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그래서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나누고 성숙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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