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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Jul 01. 2021

아트테크가 아트펀드랑 뭐가 달라?

민법과 자본시장법 사이, 한 끗차이

아트테크 유행

요즘 아트테크가 유행이다. 미디어에서 연일 아트테크가 소개되고, 블로그에서는 미술작품을 어떻게 봐야할지 팁도 준다. 나 또한 매주 화/금 오전 10시면 소투에서, 금요일 12시에는 테사에서 투자를 해야해서 그 시간쯤 알람이 오면 클릭하기 바쁘다. 인기있는 작품은 1분 이내로 마감이 될 때도 있고, 인기없는 작품은 며칠동안 투자가 가능하기도 하다. 


처음엔 미술이 좋아서, 화랑제나 미술관 구경하는게 좋았는데, 유명 그림에 투자도 할 수 있다니! 개인적 취향을 듬뿍 담은 순수한 마음으로 관심이 갔다. 미술사에 관한 지식은 없어도 그냥 미술 작품 보는 것은 좋아하니까 이러한 아트테크도 괜찮은 투자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에도 이러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트펀드와 아트테크의 차이

그런데 2000년대 중반에 나왔던 아트펀드랑 아트테크는 뭐가 다른걸까. 그때 아트펀드가 망했던 것 같은데. 잘됬다면야 지금까지 아트펀드가 살아있었을텐데 말이다. 그 당시 아트펀드는 증권사에서는 지금의 펀드처럼 투자자를 유치하고, 작품선택이나 구매는 갤러리가 주도해서 했다. 갤러리는 사실 연예기획사처럼 작가를 발굴하고, 키우고, 홍보하여 작품 매매까지 한다. 갤러리마다 작가풀이 있고, 안목도, 네트워크도 다르다. 그런 갤러리가 작품을 선택하고 펀드풀에 넣는다? 그 이후 구매는 증권사 투자자를 유치해서 한다면, 금융과 미술계 사이의 이해상충이 있지 않았을까? 갤러리가 작품을 선정하고, 운용사는 비히클을 씌우고, 증권사는 펀드를 판매하고. 펀드 투자자는 증권사와 소통이 잘 되었을까. 갤러리, 운용사, 증권사, 고객 모두 한 마음이었을까?


아트테크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현재 갤러리에서 주도하는 아트테크도 있고, 경매 자회사에서 하는 곳도 있고, 신규 스타트업이 하는 곳도 있다. 기술이 발달해서 디지털로 지분을 쪼개어 앱에서 간단하게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어쨌든 작품선정도, 구매도, 재매각도, 모두 아트테크를 진행하는 곳에서 한다. 이제 투자자는 앱에 간단히 회원가입을 하고 계좌만 연결해서 구매하면 끝이다. 아트펀드처럼 소통이 잘 되는건가? 그래서 이해상충이 존재하지 않을까? 


참여자만 본다면, 아트테크는 아트펀드보다는 사실 간단하다. 판매자와 구매자만 있을 뿐. 판매자가 레버리지를 일으켜 작품을 구매하던, 작가나 갤러리로부터 작품을 위탁받던, 구매자는 상관하지 않는다. 심지어 언제까지 상환하겠다는 보장도 없고, 손익에 대한 책임도 없다. 아트테크는 자본시장법 상의 금융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더욱 간단한지도 모른다. (자본시장법은 소비자보호부터 시작해서 지켜야할 것 의무가 상당히 많다.)


아트테크는 사실 민법의 '공유'에 기반하여 만든 투자방법이다. 공유, 공동소유는 하나의 물건을 2인 이상의 다수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이고, 이에 기반하여 값비싼 미술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트테크이다. (테크라는 말이 이렇게 쉽게 붙다니..) 그래서인지 자본시장법 상에서 우리가 금융상품을 구매할 때나 하는 그런 신중함을 공유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히든 수수료가 얼마인지, 작품의 적정가는 얼마인지, 시장가격은 어느 정도 선인지 잘 모른다. 온라인에서 쇼핑할때 눈에 불을 켜며 최저가를 계산하던 우리의 꼼꼼함이 미술품을 투자할 때는 한없이 너그러워지니 이러한 마법이 또 없다. (미술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한다면, 동의하겠다. 심신의 안정도 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마력때문에 나는 미술관을 찾으니까.) 


얼마나 인기면 사라졌던 아트펀드가 다시 부활한다. 물론 과거에 있었던 아트 갤러리와의 이해상충 이슈를 해결해보겠다는 강한 의지와 함께 최근 다시 아트펀드를 만들어보겠다는 기사가 나왔으니 말이다. 


아트테크는 아트테크대로

하지만 내 생각에 펀드는 펀드다. 만기라는 것이 존재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데, 그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을까. 차라리 아트테크처럼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단순한 관계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보다는, 판매자는 판매자 나름대로, 구매자는 구매자 나름대로 서로가 서로의 감각대로 작품을 소개하고 투자하고. 이를 통해 시장이 선순환된다면 이게 바로 보이지 않는 손의 법칙 아닌가. 그렇게 되기를 나 또한 바라는 바이다. 단순히 자금 유동성으로 인한 붐이 아니기를, 재미로 소액 투자해보는 MZ세대들에게 좋은 경험을 안겨주기를 바라는 바다. 


금융전문가들이 정보의 비대칭을 운운하며 새롭게 아트펀드를 꾸려보겠다고 하는 소식이 핫한 아트테크에 동참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혹시 아트테크를 하는 업체 중에 어쩌면 자본시장법상으로 들어와 정식으로 아트테크를 해보겠다고 할 수도 있겠다. 아트테크 바람이 얼마나 갈지, 일단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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