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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언니 Nov 21. 2019

찾으면 안 보이는 물건

그리고 사람

나에겐  20년도 더 된 작은 러시아에서 만든 토이카메라 LOMO 카메라가 있었다


왜곡된 렌즈의 특성때문에  만들어지는 그  특유의 색감이 너무 좋아서  몇달을 돈을 모아 큰맘먹고 산 아이라 여간 애정이 가는게  아니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쉴새없이 사진을 찍어대는 통에 필름값과  인화료를 추가로 지불해야하는 필름카메라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다


다음주 대만여행을 앞두고 내 사랑하는 로모를 데려가기로 맘먹고 오랜만에 필름을 주문했다

낯설고 이국적인 풍경을 담을 생각을 하니 여행이 너무 설레기도 했다


이제 카메라만 챙기면 되는데...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았다

분명히 올해초에도 본것 같은데 작은방 어디쯤에서 굴러다니던 모습을 얼핏 본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내 기억 잔상 속 어딘가에 늘 무심히 있었던 그 아이가 막상 찾을려니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정말 이사짐 정리하는 마응 으로 구석구석 찾아봤지만 없었다


그동안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찾을때 안보이니 괜히 속상하고 미안한 마음과 좀 잘 챙겨둘걸.소중히 할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이렇게 애타게 찾다보니 잊고있었던  애정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지금 이순간 내게 가장  중요한일은 그 카메라를 찾는일 뿐인양 미친듯이 기억과 장소를 더듬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가끔 무언가 열심히 찾을땐 더 안보이는 경험을 한다. 한참시간이 지나고 나면 너무나 어이없게 그 장소에 늘 있었는데 왜 그리 찾을때는 그걸 알아채질 못하는지 어이없을때가 있었다.


무언가 찾으려고 애쓰면 더욱 꽁꽁 숨어버리는 경험을 한다.움직이지 못하고 내어둔채 그대로 머무는 물건도 그럴진대 사람은 오죽할까 생각했다. 찾으면 더욱  꽁꽁 숨어서 도대체  보이지않는 사람. 너무 편해서 곁에 있는지도 모른채 무심히 보낸 시간속에 자연스레 조금씩 멀어졌단 인간관계를 생각한다


지금 내게 필요한 그 사람이 내 눈에 보이지않는다고 절망 하거나 실망하지  않기로했다. 찾아야겠다는 오기를 버리고 무심히  기다리기로  했다.  내게 지금 필요한 그런 사람들을 기다리며 지금 내곁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되새기며  다음번에 찾게될 사람들이  지금 내곁을 지켜주고 있는 사람일지 모르니 기억하고 저장해야겠다. 내 카메라에게  자기만의 자리를 정해주고 늘 그자리에 놓았다면 오늘같이 후회하는 일이 없었을것 처럼  내 사람들에게도 자리를  내어주고 그 자리에 있는걸 잊지않도록 자주 안부를 묻고 생각해줘야겠다고 생각한 밤이다


카메라야

아무래도 이번 여행은 같이할수 없겠구나

하지만 잊은듯 기다리고 있을테니 내 눈에 확 띄여주면  안되겠니? 다시 널 찾게 된다면 다시는 아무데나 굴러다니게 하지 않을께  부탁이야 나타나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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