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마디라도 할 수 있었다면..

- 그녀의 이야기 I -

by 한 걸음 더

장마는 이미 끝났지만, 이번 주 내내 소나기는 계속 이어졌다. 요즘처럼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에는 특히 습도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했다. 온습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는 공조시스템이 열심히 제 할 일을 하는 덕분에, 도서관 내부는 비교적 쾌적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 중이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익숙한 모습의 중년 여성이 도서관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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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음. 원래 이 근처 산책 나올 때마다 도서관 생긴 거 보면서 한번 들어와 보고 싶었어요. 계속 망설이기만 했는데 곧 운영 종료된다는 현수막을 보고...”

“네, 잘 오셨어요. 항상 저녁때마다 이 근처 산책하시던 분이시죠?”


자신을 알아본 재연의 말 한마디에 긴장으로 살짝 굳어있던 여성의 얼굴이 풀리는 게 보였다.


“어머, 어떻게 알아보시네요 맞아요. 매일 저녁 요 앞 산책로부터 둘레길 따라 한 바퀴 크게 돌고 가거든요”

“네, 저희 마음 담은 도서관은 처음이시죠?”

“항상 바깥에 걸어두신 게시물만 봤었어요.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나 내가 꼭 알고 싶은 내용이 담긴 책을 찾아서 빌려주신다는 거요.”

“네. 맞습니다. 혹시 원하는 책이 있으신가요?”

“음, 꼭 사람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여야만 하나요? 동물들의 마음을 담은 책도 가능할까요?”

“아, 함께 산책 다니던 반려견의 마음이 궁금하신가요?”


재연은 항상 초콜릿 컬러의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던 여성의 모습을 떠올렸다. 도서관 운영을 시작한 이후 - 비가 너무 많이 내리거나, 폭설이 내렸던 날들을 제외하고 - 거의 매일 저녁 비슷한 시간대에 항상 반려견과 산책을 하던 여성이었다. 재연의 말에 갑자기 눈가에 눈물이 차오른 여성은 울먹이며 조용히 대답했다.


“네. 저희 초코.. "


반려견의 이름을 말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숨을 고른 그녀는 조금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초코.. 19년 동안 매일 함께한 아이인데 지난 달 이별했어요. 초코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딱 한마디라도 할 수 있었다면.. 나 어디 아파, 라고 좀 더 자세히 말할 수 있었다면 조금 더 같이 오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이 너무 자주 떠올라요. 만약 동물들의 마음을 담은 책을 빌릴 수 있다면, 초코가 쓴 책을 읽어보고 싶어요.”


차분하지만 간절함이 느껴지는 그녀의 이야기를 다 들은 재연은 조용히 여성을 바라보았다. 19년을 함께 한 그녀의 반려견, 초코의 마음이 담긴 책을 찾아야 할 순간이었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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