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마. 엄마도 계속 크는 중이야.
● 주요 키워드 : 청소년, 심리에세이, 어른, 감정
● 함께 읽으면 좋은 자녀 연령대 : 중학생 이상
● 책 읽기 난이도 : ★★★★
(특별한 일 없는) 주말 아침이면,
온가족이 라디오를 들으며 아침 식사를 한다.
조정식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FM대행진>의
'북스타그램'이란 주말 코너를 좋아해서
빠짐없이 듣는 편이다.
위즈덤 하우스 박태근 편집본부장님이
고정 패널로 나오는 코너인데,
한가지 주제로 소개되는 책들도 좋고
무엇보다 그 주제와 걸맞는
따끈따끈한 신간을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소개해주는 이야기가 좋아서다.
아직은 더위가 무르익지 않던
지난 6월 어느 주말 아침.
그날 소개된 신간은
심리학자이자 작가로도
잘 알려진 이고은 작가의 책이었다.
십대들을 위한 에세이,
<무사히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준비없이 어른이 될까 봐
불안한 십대에게 건네는 심리학적 위로,
라는 소개가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무엇보다 딸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주제로 '브런치'를 시작한
당시 나에게 더할나위없이 좋은 책이었다.
라디오를 같이 듣던 딸아이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얘기하길래
큰 고민없이 함께 읽을 책으로 선택했다.
분명, 처음엔 십대 딸을 위해 선택한 책인데,
읽다보니 어느새 작가의 글에
위로를 받게 된 건 나 자신 같았다.
학부시절 교양으로 들었던
딱딱하고 재미없던 심리학 책을
떠올렸는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담을
보탬없이 진솔하게 털어놓는
사람 앞에선 절로 마음이 열린다.
지금의 단단하고 어른스러운
심리학자가 건네는
전문적인 조언이 아니라,
서툴고 여렸던 십대 시절
경험담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고은 작가의 중고등학생 시절,
에피소드에 공감하며 읽다보니
어느새 나의 십대 시절도 떠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을
작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왜 그렇게 크게 반응하며 울고 웃었을까.
물론 십대 시절의 모든 일들이
또렷하게 다 기억나진 않는다.
그래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장면들은 많다.
친구에게 느꼈던 고마웠던 감정,
슬펐던 순간, 그리고 기뻤던 순간들.
다소 서툴고 그래서 모든 게
더 크게 두렵기도 했던 그 시간들이..
어쩌면 작가가 책에서 말한대로
그 시절의 '정서 기억'으로
내 마음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는듯하다.
지금이야 매사 '확신의 잔소리'만 늘어놓는
'어른'처럼 보여지는 '엄마'겠지만,
사실은 나 역시,
'진짜 어른'으로 살 수 있을까,를
매일매일 수백번 고민하고 산다는걸
딸 아이는 알고 있을까?
이고은 작가도,
나도,
그리고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수많은 '어른'들 모두,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던
그 시기를 겪으며 살아냈다.
그리고 무사히 '어른'이 되었다.
그러니, 딸 아이도
곧 경험하게 될,
아니 어쩌면
이미 지나고 있을,
그 시간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담담하게 자신의 시간으로
살아냈으면 한다.
그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딸과 나 사이에는
함께 나누며 공감할 수 있는
또하나의 무언가가 생기지 않을까.
이 구절이 기억에 남습니다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었어도
내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는
날들은 여전히 많다.
의연하고 성숙하게
세상을 받아들이는 일은
성인이 되어도 쉽지 않다...
다만 이제는 이런 마음이,
지금 내가 힘든 상황에 놓여 있고
그래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힘들긴 하지만
내 마음이 나를 지키느라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면,
다시금 마음을 일으켜
세워 볼 힘이 생긴다.... "
내가 좋아하는 뇌 과학자 정재승 박사가
어느 프로그램에 나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내 마음대로
사람을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무.기.력.감.없.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에요..."
당시 정재승 박사의 이야기가
정말 마음에 콕콕 박혔던 기억이 난다.
그냥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고,
당연히 '어른'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난 진짜 제대로 된 '어른'으로 살고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봤던것도 같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무사히 어른이 되고 싶은,
십 대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진짜 어른으로 살고 싶은,
모두를 위한 책이란 걸 느꼈다.
내 마음이 나를 지키느라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한번 마음을 일으킬
힘을 낼 수 있는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아이와는 이런 얘길 나눴습니다
엄마 : 이 책 읽다보니 엄마 중고등학교 다닐때 생각 많이 나더라..
너는 초등학교 다니면서 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뭐야?
딸 : 움, 난 5학년 학예회 때 OO이가 선글라스 쓰고 웃긴 댄스 췄던거..
엄마 : (아이 학예회때 본 기억이 났다, 사실 나한텐
그리 인상 깊은 장면은 아니었는데... : )
그렇구나. 그러게... 그런 재미있고 웃겼던
상황들이 기억에 오래 남긴 하더라..
엄마도 학교 다닐 때,
중간고사 점수나 반등수는 기억이 잘 안나도
옆반이랑 피구하면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공 피하던 체육 시간이나, 친구들이랑 학교 끝나고
학교앞 즉석떡볶이 매일 먹으러 다니던 기억들은 많이 남아..
이렇게 '정서 기억'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고,
또 엄마의 '라떼는 말야~' 추억담을
한참이나 아이에게 들려줬다.
아이도 재미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 )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
지금은 초등학교 친구들이
너의 온세상이고 전부겠지만 말야,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고 일을 하다보면
같은 전공이나 같은 분야에서
함께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취향과 삶의 방향, 가치관이 맞는
진짜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될거야.
그리고 속으로만 덧붙였던 말,
그러니까 딸!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친구들과
또 앞으로 펼쳐질
너의 시간들을
반짝반짝 채워나가길...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