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4
최근 유튜브 '박시은 진태윤의 작은 테레비' 채널에서 권태기에 빠진 부부에게 박시은 진태윤 님이 고민 상담을 하는 영상을 봤다. 박시은/진태윤 님은 하희라/최수종, 신애라/차인고, 소이현/인교진 님에 버금가는 연예계 대표 잉꼬로 많은 이들이 그들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부부 생활하기를 바란다.
고민 상담을 요청한 부부의 고민은 다음과 같다.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결혼 2년 차에 서로에게 소원해지고 성적 매력도 안 느껴지는지 같이 눕는 것조차 싫어지고 예전에는 둘이 얘기하는 게 가장 재밌었는데 점점 서로 말이 없어지고 말없이 밥 먹고 제가 이럴 줄 몰랐기에 이렇게 된 저희 모습에 눈물만 나더라고요.
올해 결혼 10년 차로써, 대다수 부부가 동일한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전에 곁에 있기만 해도 행복하고 설렜던 감정이 점차 사그라들고 있음을 느낀다. 이에 내가 '상대방을 진짜 사랑했던 건가? 아니면 내가 쓰레기여서 마음이 변한 건가?'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비단 자신만 경험하는 문제는 아니다. 실제 미국 코넬대 인간 행동 연구소의 신디아 하잔 교수팀이 2년간 남녀 5,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슴 뛰는 사랑은 18~30개월이면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시간대 로버트 프라이어 교수 역시 사랑에 빠지면 분비되는 세로토닌 등은 상대의 결점을 인식하지 못하게 해 사람을 눈멀게 만들지만 유효 기간은 2년 정도라고 했다.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참고.) 불탔던 사랑의 감정이 식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 틀렸거나, 혹은 한 사람에 정착하지 못하는 바람둥이 기질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박시은 진태윤은 부부 권태기의 원인으로 세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결혼을 하고 나면 노력을 안 한다.
둘째, 결혼을 하고 나면 표현을 안 한다.
셋째, 결혼을 하고 나면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을 한다.
세 가지를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것들은 노력을 안 한다는 하나로 귀결된다 생각한다. 연애 때는 친구 술 취미 등 보다 여자친구(남자친구)가 우선이었다. 기념일이 되면 어떻게 상대방을 깜짝 놀라게 해 줄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했고, 애정 표현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했을 것이며, 말투와 행동에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잔뜩 묻어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하고 시간이 흐르면 상대방에 대한 우선순위 표현 배려 등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혹자는 '당시는 사랑했지만 지금은 그러한 감정이 식었으니, 이전 같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게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마음에서만 우러나는 게 아니다. 일정 유효기간이 지나면 호르몬, 혹은 본능적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이 감소할 수 있지만, 노력으로 꺼져가는 사랑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
사람이 즐거운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 감정적으로 즐거워서이고 둘째, 웃어서 즐거운 것이다. 즐겁지 않아도 웃는 행동을 함으로써 즐거운 감정이 생긴다. 웃는 표정을 짓게 되면, 뇌는 즐겁고 기분 좋다고 느끼며 긍정적 정서와 관련된 도파민을 분비한다. (『회복탄력성』 참고) 사랑이라는 감정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식적으로 연애 때처럼, 혹은 처음 여자친구(남자친구)를 사귈 때처럼 행동하면 사랑의 감정이 다시 생긴다고 말이다. 감정이 사라지고 있다면, 노력해야만 한다. 의식적으로 사랑할 때처럼 행동하고 말해야 한다. 만약 '감정이 변했는데 굳이 노력을 해야 해?'라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럼 결혼을 홰 했나요?'. 그 정도의 책임감도 없으면서 말이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 나름으로 불행하다"라고 이야기했다. 행복한 부부에겐 공통점이 있다. 보이는 형태는 다를지라도 모두 노력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