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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Apr 02. 2024

[놀이] 부활절 달걀 찾기

   지금 독일은 부활절 방학 기간입니다. 시어른께서 너희는 왜 맨날 방학이냐고 물으실 만큼 독일 학교엔 방학이 촘촘하게 포진해 있습니다. 뭐 좀 학교를 다니나 싶으면 어김없이 2주 정도의 방학이 찾아오는 훌륭한 시스템이죠. 어제가 바로 '오스터존탁(Ostersonntag),' 즉 'Easter Sunday'였는데요. 부활절은 이곳 어린이들에게는 크리스마스만큼이나 신나는 날입니다. 우리로 치면 설날이나 추석처럼 온 가족이 모두 모이는 날이기도 하고요.


   저는 크리스천도 아니고 독일에 원가족이나 친척이 없어서 부활절을 따로 챙기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부활절 달걀은 만드는 편입니다. 올해는 특별히 아이들에게 달걀 삶는 법을 가르쳐주고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어 보게 했어요. 노른자가 익는 정도를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고르라고 했더니 반숙, 그중에서도 노른자가 흐를 정도의 달걀을 만들겠다고 하더군요. "완숙 지옥, 반숙 천국"의 모토를 가진 어미는 무척 흐뭇했답니다. 효자로다. 

색이 예쁘게 들었죠?

   아시다시피 부활절 달걀에는 색만 입히는 게 아니라 예쁜 그림을 그리거나 부활절 스티커를 붙여 꾸미기도 합니다. 독일에서는 이 무렵에 마트에 가면 예쁜 색깔을 입힌 삶은 달걀을 살 수 있어요. 아예 아래 사진처럼 예쁜 장식품으로 만들어 팔기도 합니다. 작년 부활절 휴가 때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갔는데요. 쇤브룬 궁전 앞뜰에서 열린 오스터 마켓에서 예쁜 오스터아이(Osterei, 이스터 에그)를 보고 빨강, 파랑, 금색, 세 개를 사 와서 가족들과 나눴지요. 다 예뻐서 고르기가 무척 힘들었답니다. 

진짜 달걀은 아닙니다 :)

   새 생명과 봄을 상징하는 달걀은 부활의 상징이기도 하지요. 삶아서 직접 장식한 예쁜 달걀은 선물로 나누기도 하고, 바구니에 수북하게 담아두고 휴가 내내 까먹기도 하고, 숨겨놓고 찾기도 해요. 부활절 달걀 찾기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놀이이기도 한데요. 미국에서 에그 헌트(Egg Hunt)라고 부르는 이 풍습을 독일에서는 아이어주헤(Eiersuche)라고 합니다. 

어디 있을까요 :)

   여러분은 부활절 달걀 찾기가 16세기 독일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달걀에 색을 입히거나 장식을 하는 풍습은 중세 때에도 있었지만, 달걀을 숨겨 놓고 찾는 것은 종교개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르틴 루터가 처음 시작했다고 합니다. 남자들이 달걀을 숨기고 여자와 아이들이 찾도록 했는데,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무덤이 빈 것을 발견한 여인들을 상징하는 것이었다고 해요. 기록에 따르면 부활절 달걀은 원래 오늘날처럼 알록달록한 예쁜 색이 아니라 빨간색이었다고 하는군요. 차갑고 딱딱한 달걀은 죽음과 무덤을, 붉은색은 예수님의 피와 생명과 부활을 상징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 분이 맥주에도 좋은 일을 참 많이 하셨는데 말이죠

   이번 글에 제가 소개할 달걀 찾기 놀이는 진짜 달걀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진짜보다 더 좋아하는 달걀(껍질)을 이용합니다. 달걀 찾기에 환장하는 아이들을 위해 저는 이것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데요. 한국에서도 킨더조이 사시느라 허리가 휘시는 부모님들, 이 플라스틱 달걀 껍데기 모아 두셨다가 이렇게 활용하시면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저는 부활절 때도 하고, 생일 때도 하고, 그냥 아무 날도 아닌 날에도 가끔 불현듯 떨쳐 일어나 이놈들을 숨기곤 합니다. 

아이가 유치원 때 메고 다녔던 고슴도치 가방에 아직도 잔뜩

   사실 별 것 아니에요. 그냥 저 안에 뭔가 선물이 될만한 것을 넣어서 숨기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참 좋아해요. 생각해 보면 저도 어렸을 때 보물 찾기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자, 준비해 볼까요? 


   일단은 나중에 빼먹지 않고 모두 회수할 수 있도록 껍데기에 숫자를 써 두면 좋습니다. 아이들이 찾은 달걀을 넣을 바구니, 혹은 달걀판도 같이 준비해 주시고요.   

   달걀 안에는 까까, 과일류(방울토마토나 포도, 작은 귤 같은 것), 조그만 학용품 등을 넣을 수 있는데요. 이번에는 까까만 넣었습니다. 

큰 달걀에는 이렇게 꽉꽉
작은 달걀에는 요렇게
아이들은 바구니보다 이걸 더 좋아하더라고요
묵직하게 준비 완료

   올해는 지인인 가족들의 캠핑에 합류했어요. 그래서 봄 햇살 쏟아지는 자연 속에서 달걀 찾기 진행! 어디에 숨겼는지 도무지 기억을 못 하는 어른들의 아쉬운 기억력과 아이들의 광기 어린 집착을 맛본 시간이었습니다.

나 잡아 봐라
나 찾아봐라


   저는 저놈의 플라스틱이 냅다 버려지는 것이 왠지 죄스럽기도 하고 모아두면 장난감으로 쓸 수도 있을 것 같아 모으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크는 동안 참 여러 용도로 많은 장난감을 만들어 놀았습니다. (링크 누르시면 예전 글을 보실 수 있어요.) 무심한 듯 모아 두시면 보물찾기 용도로 쪽지도 숨겨두실 수 있고, 소꿉놀이 재료나 장난감 폭탄 등으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어 보인다면 여러분도 한 번 모아서 활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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