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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Feb 15. 2020

[장난감] 쓰레기로 놀아보자

쓰레기처럼 놀아보자 아님 주의

이번 글은 그냥 뭘 만들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이, 쓰레기통으로 가기 직전의 물건들로 노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걸로 기획해 보았습니다. 

진짜 아무것도 아닌데, 이런 것들로 놀 수 있다는 사실이 의외로 머리에 안 떠오를 수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디어 공유차 올려 봅니다.

상자 같은 건 워낙에 아이디어들이 많으시니, 잘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시는 애들로 골라 보았어요.

 
1. 페트병 뚜껑


1) 좀 어린아이들에게는 이 뚜껑을 모아주면 신나 합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모아만 줘도 좋아합니다.  

크기 비교하기, 색깔, 숫자 세기, 던지기, 쌓기, 뭐 다 가능한 전천후 놀잇감이자 교재입니다.  

어후 고래가 잘못 먹으면 배 아프겠다

내기를 좋아하시는 가풍이면 윷놀이 말판이나 어른들 포커게임 칩으로 쓰셔도 손색이 없겠... 흠흠.

2) 플러스 알파: 껑에 좀 볼록한 스티커를 붙이면 도장이 됩니다. 신이 납니다.

* 참고 1) 거친 질감의 스티커는 피하세요. 매끈한 질감이어야 도장이 예쁘게 잘 찍힙니다. 2) 좌우가 반대로 찍히기 때문에 알파벳은 좌우 대칭이 되는 A, H, I, M, O, T, U, V, W, X 만 가능합니다. 이걸로 알파벳 도장 세트를 만드시려다가 좌절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셔서 미리 알려 드려요.


3) 플러스 베타: 아이가 좀 크면, 안에 똑같은 스티커를 두 개씩 붙여서 메모리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요.

ⓒ Crafty Beats


2. 테이크 아웃 용기


남은 음식을 싸 온 테이크 아웃 용기가 있다면 깨끗이 씻어서 아이들이 목욕할 때 보트로 갖고 놀라고 주어 보세요. 이게 진짜 아무것도 아닌데 되게 좋아합니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목욕용 장난감이 집에 있더라도 늘 그것만 갖고 놀면 심심하거든요. 중간중간 재활용품을 넣어주면 목욕 시간에 더 활기가 도는 것 같아요.

 

생수통(물을 담았다가 뺐다가 다른 통에 부었다가 동생 놈 머리에다 부었다가 극강의 아이템), 밑에 구멍이 뚫린 과일 포장 용기(물을 담아 들어 올리면 물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모두 모두 좋은 아이템.

레고 인간들, 물고기, 러버덕 등 온갖 애들을 태우다 장렬히 전사한 오늘의 테이크 아웃 보트.
머핀 포장용기. 얼마나 물을 부으면 가라앉나 놀이에 쓰이더군요.


3. 달걀 초콜렛에서 나오는 노란 플라스틱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는 모를 수가 없는 바로 그것, Kinder Überraschung.

한국에는 킨더조이로 알려져 있는 듯해요.

킨더는 아이들이라는 뜻의 독일어입니다. 위버라슝은 서프라이즈. 아마 이쪽에서 만들어진 제품인가 봐요.   

무슨 공룡알 만한 사이즈도 있더라 

어쨌든 이것도 무심한 듯 시크하게 그냥 모으면 됩니다. 모아서 한 바구니쯤 되면, 그것 그대로 신나는 장난감이 되거든요.

(요리연구가 이혜정 선생님 목소리로) 얼마나 많이 사 먹었게요?

1) 빨간 모자 아가씨가 할머니에게 배달 가는 바구니로 쓰이기도 하고, 창문 난간에 걸터앉아서 하나씩 던지면서 Humpty Dumpty 노래를(험티 덤티라는 달걀 녀석이 담장에 앉아 있다가 떨어져서 깨졌다는 내용의 영국 전래동요) 부르기도 합니다. 

험티 덤티 놀이 중. 예쁘게 노래 잘 부를 때는 놓치고, 꼭 둘이 투닥투닥 다툴 때 찍게 되는 건 저만 그런가요. (그래도 엄마 눈에는 저 짧은 다리 동동이 넘나 귀여운 것)

2) 거미줄 놀이를 할 때 죄다 가져다 붙이기도 하고 (엄만 좀 징그러웠다 얘들아...)

와중에 저기 붙은 색연필 무엇

3) 제일 신나는 건 광란의 농구 타임.

아빠와 함께 광란의 달걀 농구

4) 플러스 알파: 달걀 껍데기 안에 펠트천으로 달걀을 만들어 넣으면 플레이 키친 요리 재료로 재탄생.  

최소한의 바느질로 완성할 수 있는 것만 만든다는 신조로 만듭니다
달걀 꽃이 피었습니다 (feat. 꼬질꼬질 토실토실한 다리)

4. 시장놀이


우유갑, 잼 병, 요거트나 고추장 용기 같은 것도 깨끗하게 씻은 뒤 바구니에 모아주면 시장놀이 장난감으로 잘 쓰입니다. 따로 시장놀이 세트를 따로 사지 않아도 좋죠. 독일에는 소 포장으로 파는 물건이 많아서 특히 좋아요. 유리로 된 잼 병 같은 건 처음에 깨질까 봐 조금 걱정도 되었는데 오히려 다소 묵직한 무게감과 그립감이 좋은 모양입니다. 잼 병이 생기는대로 이 놈들이 무조건 가져감. 

2019년. 바코드 찍는 형과 뭔지 모를 재빠른 무브먼트를 선보이는 동생.
2020년. 번식 중인 잼 병과, 등 맞대고 서로 반목하는 자세로 다정히 물건을 사고파는 그들. 달걀 바구니가 여기도 와 있네요.

과일이나 채소는 선물 받은 썰기용 원목 놀이가 있어서 그걸 이용합니다. 봉지에 오렌지나 사과를 담아주고 싶다길래, 그냥 두꺼운 종이로 몇 개 만들어 작은 지퍼락 봉투에 담아주기도 했습니다. 

진짜 과일에서 뗀 스티커도 아이들이 야무지게 붙여 놓았습니다. 바코드 찍어야 된대요.
카드 긁고 영수증 확인하시는 꼼꼼함

플러스 알파: 촌스러운 계산기를 하나 만들어 주면 놀이가 훨씬 신나집니다. 이건 정말 추천합니다. 


만드시기 나름이겠지만 제가 만든 방법을 예로 들어드리자면

1) 마트 폐박스 코너에 딱 저렇게 각지게 생긴 상자가 있길래 가져와서 윗면만 따로 붙여 몸체를 만들고

2) 스티커로 숫자와 각종 버튼을 표시해주고 

3) 먼지 제거용 돌돌이에서 나온 플라스틱 본체와 종이컵, 포장용 리본으로 바코드 인식기를 만들어 붙여주고 (광분하는 아이들)

4) 나무젓가락을 글루건으로 붙여주고 (신나게 카드를 긁어보자)

5) 포스트잇 플래그 다 쓰고 남은 투명판(워후, 사이즈가 딱 적당해-)에 안 쓰는 카드를 꽂아 옆에 붙여주었습니다. (feat. 오늘도 열일한 나의 쓰레기 보물상자)

촌스러움이 물씬 풍겨 나오는 엄마표 계산기. 2018년에 만들었지만 아직도 잘 가지고 노는 효자템.

입으로 땡- 땡- 바코드 인식되는 소리를 내며 식료품 구입에 매진하는 아이들.

마지막에 카드 긁고 영수증까지 챙겨주는 동영상이지만 너무 길어서 잘라버렸...

놀다가 닳으면 또 새 재활용품으로 물건을 바꿔주면 되니 리필도 간편합니다. 

종이로 된 파스타 상자나 시리얼 상자는 중간중간 적당한 쓰레기가 나올 때 새 걸로 갈아주면 좋겠죠.  

어제 아침, 아이가 유치원 가기 전에 내가 구입한 물건들. 점원 아저씨가 고운 손길로 담아주시고 카드도 야무지게 긁어주셨습니다.




망한 것 하나 제보드립니다. 우유팩 의자.

어린이용 미니 소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아련)

실을 우유팩을 모아서 성을 만들어 주려고 했는데, 모으다가 늙어 죽겠더라고요. 우유팩이 제법 공간을 차지하니 좁은 집안에 모을 공간도 만만치 않고요. 그래서 성은 포기하고 아이용 의자를 하나 만들어 줘 봤는데, 한 번 앉고 끝.

이렇게 한 번 앉고 일어나더니 끝. 그 뒤로는 인형들만 앉힘.

그러나 의외의 용도 발견!

둘째가 뚜껑을 모두 뺐다가 다시 끼우는 놀이에 열광. 허허허.

무릎을 꿇고 성실히 임하는 자세

그렇게 님은 거실 한 구석을 차지하다가 쓸쓸히 재활용 쓰레기통으로 가셨습니다. (feat. 테이프 떼어내느라 죽을 뻔)


그럼, 취향에 맞는 쓰레기로 재미있게 놀아보세요!
댓글로 더 많은 아이디어 나눠 주셔도 정말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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