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gmentation 말고 Distribution 하세요!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통념에 다소 반하는 제목으로 돌아왔습니다. 또한 지난 포스팅들에서 주구장창 '세그먼테이션이 비용 절감, 유저 피로도 관리에 중요해요', 그런데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세그먼테이션 잘해요'라고 썼던 내용들과 모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제목 낚시는 아닙니다. PO인 저와 ML Researcher인 Simon은 계속 (고객과 함께) 문제를 재정의-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실제로 제목과 같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희가 도달한 이 지점은 CRM 마케팅이라는 업에 꽤나 큰 변화 및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시작점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희가 어떤 경험들을 통해 이러한 (중간)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 본 콘텐츠는 2편의 글로 구성됩니다. 문제 정의에 집중한 PO인 저의 관점에서 작성된 지금 읽고 계신 글과, AI 알고리즘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한 ML Researcher Simon의 관점에서 작성된 별도의 글(링크)이 있습니다. 같은 프로젝트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한 두 명의 시각을 공유드려보고자 하였습니다)
불과 몇달 전에 CRM 마케팅 업에서 저희가 정의한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저들은 기업으로부터 본인과 무관한 메세지(알림)를 너무 많이 받아서 피로하다
위의 문장에 틀린 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문제에 공감하지 못하는 유저나 마케터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 위와 같은 취지의 포스팅, 마케팅 콘텐츠를 올리면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기도 합니다.
따라서 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는 고객들에게 다음과 같은 솔루션들을 제공했습니다:
1) 유저 세그먼테이션: 더이상 데이터 분석, A/B 테스트를 하지 않아도 AI 알고리즘이 캠페인에 반응할 유저들을 자동으로 선별 및 발송 (예: A브랜드를 좋아하는 유저, B카테고리 상품을 구매하려는 유저, 신상품 C를 선호할 만한 유저)
2) 개인화 상품 추천: 더이상 하나의 캠페인에서 하나의 상품/콘텐츠 Set만을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음. AI 알고리즘이 적용된 캠페인을 클릭하면, 유저 별로 취향/의도에 부합하는 상품/콘텐츠가 상단에 노출됨 (예: A 캠페인('이번주 Top 100 인기상품')을 클릭한 B, C 유저에게 각기 다른 상품이 노출됨)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유저 세그먼테이션: 전체 유저 중 30~50%만 선별하여 평균적으로 전환 유저의 80~100%를 특정
2) 개인화 상품추천: 평균적으로 구매 전환율(동일 모수 대비 구매 건수) 30~50% 증가
위의 성과에 더해 마케터의 리소스 절감(이론적으로 - 저희의 초기 솔루션은 여러 잡다한 불편함을 안겨드렸기에 제대로 리소스 절감 효과를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및 장기적인 피로도 관리 효과를 더하면, 꽤나 유의미한 가치제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Free trial 기간 종료 후 돈을 내고 쓰기로 한 유저는 많지 않았습니다.
야심차게 회사와 팀에게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실행했던 저는 내심 많이 당황했습니다. PoC를 진행했던 첫 고객사는 분명 만족하고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렇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상황을 진단해야 했습니다. 주로 고객들의 목소리에서 힌트를 찾고자 했습니다. 많은 고객들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해주셨습니다 (사실 지속적으로 해주셨는데, 저희가 얼레벌레 넘겨짚어 왔습니다):
- "세그먼테이션 기능을 통해 오픈율과 전환율은 올랐지만 전체 모수가 줄어든 만큼 오픈 '건수', 구매 '건수'는 줄었어요"
- "저희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당장의 성과이고, 성과는 %가 아니라 숫자로 표현됩니다"
위의 내용을 기반으로 문제를 다시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들의 CRM 마케팅 캠페인은 고객의 전환 건수를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문제 정의는 2가지 시사점을 내포합니다:
1) 솔루션사가 집중해야 할 고객은 비용을 지불하는 마케터이다 (End user가 아닌)
2) (대부분의) 마케터는 캠페인의 전환'율'이 높아지더라도 전환 '건수'를 잃게 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 (30%의 유저만 타겟팅해서 100% 유저에게 캠페인을 보낼 때와 비교하여 95%의 전환 유저를 확보하면 전환'율'은 약 3배 높아진 셈이지만, 결과적으로 전환 '건수'는 5% 떨어지는 것)
따라서 저희는 새롭게 정의한 문제를 우선순위로 삼고 다시 솔루션을 고민했습니다. 이때 우선순위라는 말은 단기적 성과 극대화와 피로도 관리가 상충하는 경우 전자를 우선시했다는 의미입니다 (즉, 가능하다면 피로도 관리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문제 정의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처음 제안한 솔루션(MVP 제품: Braze의 Connected Contents를 활용하여 저희 알고리즘을 연동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오전 10시에 캠페인 A에 세그먼테이션 알고리즘을 적용 후 런치
2) 오전 10시 10분에 캠페인 A를 받지 않은 유저라는 조건을 적용 후, 캠페인 B에 세그먼테이션 알고리즘을 적용 후 런치
3) 오전 10시 20분에 캠페인 B를 받지 않은 유저라는 조건을 적용 후, 캠페인 C에 세그먼테이션 알고리즘을 적용 후 런치
....
요지는 하나의 Time slot에 최대한 다수의 캠페인을 집행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전체 유저에게 1개의 캠페인을 전달했을 때보다 더 높은 오픈 및 전환 건수' 였습니다. 아무래도 모든 유저에게 일률적으로 하나의 캠페인만 제공하는 것보다, 유저군별로 관심 있을 캠페인을 보내는 것이니까요.
결과적으로 캠페인 성과는 기대에 부합했습니다. 위에 제시한 비교군(전체 유저에게 1개의 캠페인)을 보내는 것보다 20~30% 정도 높은 전환 건수를 기록했습니다.
그렇지만 마케터들은 이러한 방식에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성과는 개선되었지만 리소스 효율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개 런치하기도 불편한 캠페인을 3~4개를 런치해야 했으니까요. 또한 중복 제거 조건 등 신경쓸 부분들이 많은 것도 부담으로 다가오셨던 것 같습니다.
마케터분들의 리소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식을 고민하던 도중, 저희 솔루션의 모든 알고리즘을 제작한 Simon이 기술적으로 진보한 해결책을 제안했습니다:
하나의 캠페인 안에서 여러 개의 문구/랜딩페이지를 등록하면, AI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랜딩페이지 별로 적합한 유저를 배정하기
이렇게 되면 Braze 상에서는 1개의 캠페인만을 세팅/런치하면 되기 때문에, 마케터 입장에서는 정신없는 상황이 훨씬 덜 발생합니다. 그러면서 원래의 의도인 하나의 Time slot에서 여러 개의 캠페인을 집행하는 효과를 그대로 누릴 수 있게 됩니다.
MVP로 출시했던 Braze 플러그인 솔루션의 사용 예시를 시각 자료와 함께 보여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마 Braze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분들께서는 위의 그림들을 보고 조금 놀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시각 자료가 다소 불친절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품 소개 및 마케팅 목적의 내용이었다고 생각해주시고, 그림을 너무 이해하려 하지는 않으셔도 좋습니다 (마치 유튜브 영상 중간에 광고가 들어간 것처럼요...)
마무리하자면 AI 기술을 통해 유저들이 좀더 유관한 알림만을 받으면 좋아하겠지?라는 Naive한 문제의식으로 시작했던 저와 Simon은 많은 실패와 재도전을 반복해 왔습니다(이 자리를 빌어 저희와 많은 시행착오를 기꺼이 함께해 주신 초기 고객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점차 문제를 유의미하고 현실적으로 정의하고, 그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정도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론은 2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 CRM 마케터는 캠페인 당 더 많은 User engagement(DAU, 구매, 장바구니 등)를 발생시킴
2) 유저는 무의미한 알림을 적게 받고, 유관한 푸쉬를 수신하는 비중이 높아짐
최초에는 2번 문제에만 집중했기에 솔루션이 Segmentation에서 그쳤지만, 1번과 2번이 둘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솔루션도 자연스럽게 Segmentation을 넘어 Distribution으로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Distribution이라는 단어를 차치하고서라도 비슷한 솔루션이나, 혹은 솔루션이 아니더라도 개념도 아직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것이 CRM 마케팅의 새로운 미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게 되었습니다.
95%의 유저가 스팸이라고 생각하는 푸쉬 알림, 기술을 통해 혁신할 수 있을지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