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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베리 Oct 24. 2024

나는 왜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을까

월 천만원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이번주 일요일은 10월 27일. 마지막 출근날이 8월 28일이니 딱 2달이 되는 날이다. 그리고 나는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처음 퇴사했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당시의 생각과 감정은 이미 흐릿해졌지만 회사와 대표에게 화가 났던 것 같다. 대표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에 대해 화가 났으며 그래서 그만두게 되었다. 그때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나와보니 퇴사는 남의 탓만이 아니었다. 회사가 마음에 안들었으면 더 마음에 드는 회사를 찾으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시간이 갈수록 구직, 커리어, 회사 생활이라는 키워드에서 멀어지고 있다. 알게 되었다. 회사가 별로인 것은 구실이고 나의 마음이 이미 회사 생활을 원하지 않았던 것을.


왜 회사를 다닐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일까? 일단 생각나는 것은 멈춰보니 오히려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에 마련된 경쟁의 판에서 달려온 지난 15년 동안은 매 순간 불안했다. 서울대, 맥킨지, 억대 연봉 등등…대부분 그때그때의 원하던 결과를 얻었음에도. 그런데 막상 그만둬 보니 신기하게도 불안감이 사라졌다. 정해진 행선지가 없음에도.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던 급여가 들어오지 않음에도.


왜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들지 않을까? 한달에 세금을 떼고도 천만 원 가까이 들어오다가 한푼도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생각해보건대 지금까지 느껴왔던 불안감은 대부분 실체가 없었기 때문인 듯싶다. 매 순간 스스로를 남과 경쟁하는 환경에 밀어 넣어왔다. 항상 이겼지만 동시에 항상 불안했다. 퇴사를 하면서 오랜만에 경쟁적인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비로소 남이 아닌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었다. 내면의 목소리는 분명하게 예전보다 지금이 더 좋다고 말하고 있었다.


왜 내면의 목소리는 괜찮다고 말하는 것일까? 나는 매 순간 다음 단계를 계획하고 있던 사람인데. 다음 목표가 없으면 불안했던 사람인데. 우선 다음 단계, 다음 목표라고 일컬었던 외적인 성취가 더이상 내게 연료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매번 스스로를 남에게 증명하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이 와닿지 않는다. 그런 걸로 내가 작동하지 않는다. 내면의 동기를 찾아야만 하는 시기임을 느낀다. 긴 마라톤을 다시 출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그래서 내면이 요즘의 일상을 썩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다.


써놓고 보니 결국 지금의 시기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내면의 동기를 찾는 일이다. 스프린트가 아니라 마라톤을 뛸 수 있도록 해주는 연료는 무엇일까.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으며 그 중 나만의 답은 무엇일까. 아직은 흐릿하지만 결국 찾아낼 것이라고 믿는다. 적어도 지난 과거가 내게 준 선물은 매번의 답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게 된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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