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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ward Choi Nov 18. 2023

2023년 3분기 메모리 시장 리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참석했던 세미나와 심포지엄에서 접했던 2023년 메모리 시장에 대한 전망은 "상저하고"가 중론이었다. 증권사, 리서치 회사에서 나온 강연자들은 상반기 중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내에 잠재된 모든 우려가 일소되며, 하반기에는 시장이 다시 정상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당시 혹독한 수주 절벽을 온몸으로 겪고 있던 터라 그들의 예상이 미덥지는 않았으나 일말의 희망이라도 기대하고 싶었다. 시간은 어느새 2023년의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아직 침체 일로에 놓여 있다. 올해 인공지능 반도체 출하량 증가로 인해 HBM의 수요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메모리 업체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방어에 도움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HBM 하나만을 보고 메모리 시장의 회복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는 HBM과 시장을 엮어서 붐업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장기간 이어진 반도체 생산량 감소로 인해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막연한 기대로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었으면 한다. 이에 도움이 되고자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현황에 대한 자료를 정리했다.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자료를 정리하고 리뷰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는 단순 참조용으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어떤 사람에게는 단순한 그래프를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활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현재 삼성전자(DS부문)와 SK hynix는 각각 33.7조 원, 14.9조 원에 달하는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SK hynix는 재고가 정점을 찍고 감소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도 증가세에 있다. 삼성전자의 재고 증가폭도 작년보다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가진 재고에 주목하는 이유는 재고 수준에 따라 반도체 팹의 가동률에 변동이 있기 때문이다. 과재고로 인한 팹의 가동률 하락은 곧 소재 업체와 설비 업체 그리고 OSAT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디램 Big 3로 불리는 삼성전자, SK hynix 그리고 마이크론은 디램과 낸드 플래시(이하 "낸드")를 모두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디램과 낸드의 매출 비중과 최종 Application에 대한 비중 정보를 공시하고 있으나 디램, 낸드 각각에 대한 별도의 영업이익을 공시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DS부문의 매출에 파운드리 매출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디램, 낸드 시장의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두 제품을 병행 생산하는 업체가 아니라 단일 제품만을 생산하는 업체의 현황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낸드만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KIOXIA, Western Digital, YMTC 3곳이 있다. Wetern Digital은 기존 주력사업이었던 HDD부분과 영업이익&재고를 합산하여 발표하고 YMTC는 매출, 영업이익에 대한 자료를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낸드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서 KIOXIA의 자료만을 활용했다. 또한 디램만을 생산하는 업체는 Nanya Technology(이하 "Nanya")와 CXMT가 있으나, CXMT 역시 매출, 영업이익 자료를 구할 수가 없어 Nanya의 자료만을 활용했다.  



    KIOXIA는 2019년 1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가 분사하여 설립된 낸드 생산 업체이다.(10월 1일 사명 변경 도시바 메모리 → KIOXIA) 일본 나고야에 인접한 욧카이치 시에 웨이퍼 팹을 보유하고 있으며, Western Digital과 팹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계약에 따라 동일 공장에서 생산된 웨이퍼의 일정 부분을 나눠 갖는다. 마치 쌍두사와 같이, 동일한 팹에서 생산된 웨이퍼가 패키징 되는 주체에 따라 각기 다른 브랜드를 달고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KIOXIA의 단독 매출액은 2019년 1분기부터 확인이 가능하다. 2018~2019년 사이의 반도체 다운 사이클의 여파로, KIOXIA는 출범 이후 1년 동안 줄곧 적자에 시달렸다. 이후 코로나로 인한 슈퍼 사이클을 거치며 2019년 1분기 ~ 2022년 3분기까지 1.84조 원에 달하는 누적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2022년 하반기, KIOXIA는 메모리 시황이 급변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감산을 결정했다. 그러나 2022년 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적자전환되면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4분기 ~ 2023년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 손실은 4.78조 원에 달하며, 2019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의 영업 손실은 2.94조 원에 달한다. 단 일 년 사이에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의 2배 이상을 날려버린 것이다. Western Digital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HDD로 벌어들인 돈으로 낸드(SanDisk) 부문의 적자를 틀어막고 있다. 

 이런 상황에 Western Digital과 KIOXIA가 합병하게 되면 음의 시너지 효과로 인해 적자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KIOXIA는 이번 시련을 통해 낸드 사업만으로는 반도체 사이클에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업체든 손잡을 의향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양사 간 합병 논의는 잠시 소강상태이지만 KIOXIA의 상황이 풍전등화인 것은 확실하다. 개인적으로 낸드 시장의 정상화를 논할 수 있는 시기는 KIOXIA의 영업손실이 흑자 전환되는 때라고 생각한다. 적자 폭이 더 커지거나 혹은 적자를 장기간 이어간다면 낸드 시장의 회복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시황 개선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KIOXIA의 매출 변화 추이를 통해 시장의 변화를 가늠해 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Nanya는 디램만을 생산하는 대만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이다. Nanya의 2023년 3분 실적은 매출 3,211억 원, 영업손실 - 1,801억 원(영업이익률 -56.1%), 재고자산 11,637억 원이다. 자그마치 매출의 3.6배에 달하는 재고 자산을 등에 지고 있다. 재고 중,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61%에 달한다. 이전 글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Nanya의 제품은 High-End 제품보다는 범용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Nanya의 디램은 소비가전이나 가격에 민감한 모바일 제품, 디램 모듈에 탑재된다. 제품 라인업의 범위가 좁고 삼성전자, SK hynix의 제품 대비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시황 변동 시, Nanya는 가장 먼저 반응하고 타격도 크게 받는다. 이미 완제품으로 보유하고 있는 재고는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사양 변경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자칫 악성 재고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Nanya의 재고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의 회귀가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재고를 상당기간 끌고 가야 하는데 이는 Nanya뿐만이 아니라 다른 메모리 업체들도 동일한 고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메모리 호황의 끝자락에서 Big3는 2018년 3분기까지 매출이 지속 상승했으나 Nanya는 2분부터 매출 상승세가 멈췄다. 2021년 3분기 Nanya의 매출은 정점에 다다랐으나 Big 3의 2022년 2분기까지 매출 상승세를 이어갔다. Nanya의 사례를 놓고 봤을 때, 매출과 재고가 겹치는 시기를 통해 반도체 시황의 전환을 짐작할 수 있다. 2018년 4분기(다운사이클), 2020년 2분기(업 사이클), 2022년 2분기(다운 사이클)을 통해 시황의 변화를 알렸다. Nanya의 매출 대비 재고자산의 비율이 2023년 2분기(4.1배)에서 서서히 폭을 줄이고 있지만, 아직도 그 차이는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결국 HBM을 제외한 대부분의 디램 시장을 차지하는 범용 시장의 회복은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재고 수준과 상관업이 Nanya의 매출 곡선이 다시 재고 곡선과 겹치는 그 순간이 디램 시장이 회복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전자, SK hynix, 마이크론의 실적을 보면 영업손실의 경중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매출 변화 추이는 비슷한 형국이다. 다만 HBM의 출하량 증가에 힘입어 SK hynix의 매출액 회복 속도가 타업체에 비해 빠른 편이다. 범용 시장의 회복이 뒷받침되었다면 HBM의 위력이 더욱 빛을 발했을 것으로 생각되기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2023년 1분기를 바닥으로 Big 3의 매출액은 점차 상승하고 있지만 웨이퍼 감산으로 인한 판가 상승효과가 반영되어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기기의 사양이 변경되어 더 큰 용량의 메모리 반도체를 필요로 할 경우, 이미 패키징이 완료된 제품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그래서 3사는 웨이퍼의 패키징 시기를 최대한 늦추면서 시장의 변화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웨이퍼를 패키징하고 있다. 이들은 제품 형태의 재고 비율을 최소한도로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렇다 보니 패키징 관련된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메모리 패키징 물량이 원청업체로 회수됨으로 인해 웨이퍼 가뭄이 들면서 OSAT는 생산라인 가동에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다. 2017년, 2018년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데이터센터 모멘텀을 타고 메모리 수급이 부족해지자 발생했다. 당시 패키징할 웨이퍼가 부족하여 원청업체의 패키징 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슈퍼 사이클로 인한 OSAT의 낙수효과는 미미했었다. 현재도 웨이퍼 감산으로 인해 시장이 개산 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OSAT가 당면할 시련의 강도는 점점 세질 것으로 생각된다. 하단에 있는 OSAT의 분기별 영업이익 자료를 보면 점차 악화되는 영업이익률을 확인할 수 있다. 

 디램 시장은 3개 업체의 생산량 조정을 통해 시장의 회복 시기를 앞당겨질 수 있지만, 낸드의 경우에는 6개 업체의 조율이 필요하다. 2000년대 줄곧 이어진 디램의 치킨 게임같이 장기간에 걸친 시장 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디램 시장에서 경쟁하던 엘피다와 키몬다의 파산으로 치킨 게임이 끝난 것처럼 낸드 시장에서 두 손을 드는 플레이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시장은 지리멸렬한 치킨 게임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ig 3는 디램과 낸드를 병행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회복을 논하기 위해서는 디램, 낸드 모두 정상궤도로 회귀해야 한다. KIOXIA와 Nanya의 현황을 참조한다면 그 시기를 짐작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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