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역시 애플의 달이다. TSMC의 10월 매출액이 TWD 2,432억(10.19조 원)을 넘어서며 월간 매출액으로는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Honhai(Foxconn) 또한 10월 매출액 TWD 7,412억(31.49조 원)을 달성하며 애플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TSMC는 올해 3분기부터 애플의 신규 AP A17에 대한 생산량이 본격화되면서 3nm 공정이 매출의 한축을 담당하게 됐다. 3분기 실적 기준, 노드별 매출 기여도는 3nm(6%), 5nm(37%), 7nm(16%), 16nm이상(41%)으로서 7nm 이하 선단 공정의 비율이 전체 매출액의 59%에 달한다. 10월에는 3nm 공정의 비율이 더 확대되었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선단 공정의 매출 기여도는 더 높아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3nm공정이 전력화되면서 TSMC는 10월 역대급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 Wafer 출하량 대비 매출액이 급증하면서 Wafer APS도 작년 4분기 12백만 원/장(12인치) 이후 다시 10백만 원/장(12인치)을 돌파했다. UMC와 SMIC의 APS가 3백만 원/장(12인치)인 점을 감안한다면 TSMC가 생산하는 웨이퍼의 부가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의 지속적인 수요로 인해 TSMC 매출의 선단 공정을 거친 고기능 반도체의 생산량이 늘어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함께 패키징 되는 메모리 업체들의 HBM 매출액 또한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뉴스가 자주 보인다. 겨울의 초입에 들어온 현시점에 과연 OSAT 시장, 더 나아가 반도체 시장의 봄날을 기대할 수 있을까?
반도체 시장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요 파운드리 업체의 실적을 취합했다. 상위 업체 중, 매출액과 웨이퍼 출하량을 확인할 수 있는 4개 사의 자료를 참조했다. TSMC, UMC, Global Foundries(이하 "GF"), SMIC 4개사 매출액은 전체 Foundry 시장의 약 80%에 달하는 만큼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먼저 TSMC의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작년 4분기부터 시작된 웨이퍼의 출하량의 감소세가 주춤해졌지만, 반대로 매출액은 늘어나고 있다. TSMC의 매출이 선단 공정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낮은 가동률, 낮은 출하량임에도 라인 가동률이 높은 것과 같은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8인치 비율이 높은 UMC의 출하량은 지속 감소하면서 매출액은 횡보하고 있다. 2022년 3분기 100%에 달했던 가동률은 하락세를 지속하더니 2023년 3분기에는 어느새 67%까지 떨어졌다. TSMC에서 생산한 애플향 Wafer는 TSMC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패키징 라인에서 패키징을 진행한다. 또한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AMD는 대만 OSAT가 아닌 다른 OSAT에 위탁하는 비중이 높다. 결국 14nm 이상의 성숙공정에서 생산되는 Wafer가 늘어나지 않으면 OSAT의 매출 증가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GF는 주요 고객사인 미국 Fabless의 꾸준한 발주가 매출액과 웨이퍼의 출하량을 지지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약간 감소했으나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반면 SMIC는 2023년 1분기를 저점으로 출하량과 매출액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다만 출하량과 매출액이 증가한 것에 비해 영업이익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 3분기(25.1%) -> 4분기(17.4%) -> 2023년 1분기(5.7%) -> 2분기(5.1%) -> 3분기(5.4%)로서 다른 Foundry 업체 대비 저조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업황을 업데이트하며 SMIC에서 DUV를 사용하여 7nm에 준하는 회로를 그리고 있다고 얘기했었다. 현재 상황으로 미루어 봤을 때 SMIC는 이익에 반하는 제품을 손해를 감수하면서 억지로 생산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미국 업체의 발주가 급감하자 그 빈자리를 중국 업체들의 물량으로 채우고 있다. SMIC의 중국 업체에 대한 매출의존도는 2022년 4분기 69.1%에서 2023년 3분기 84%로 급상승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Wafer의 수주가 늘어나는 것이 영업이익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SMIC가 중국 업체의 위탁 물량을 이 정도로 생산할 만큼 중국 경제가 원활한지 의구심이 든다.
결론적으로 10월 대만 Foundry 업계의 매출액이 대폭 늘어난 것은 전적으로 TSMC의 매출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패키징 물량이 TSMC 밖으로 나오질 않고 UMC의 출하량 감소가 이어지면서 OSAT의 매출액 또한 큰 변화가 없는 형국이다. 10월 OSAT 업계의 매출액 총합은 2021년 상반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Lead Frame 기반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OSAT(Lingsen & Greatek)가 작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고 있지만 시장의 온기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디스플레이 관련 업체들(Novatek-Chipbond-AUO)의 회복세가 3분기 들어 주춤하기 때문에 향후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봐야 한다. 다만, 대만으로 출하하는 패키징 소재(Lead Frame 기반)의 출하량은 3분기에 이어 10월에도 큰 하락 없는 꾸준함을 보이고 있다. 11월, 12월에 일부 재고 조정이 있을 수 있겠으나 다행히도 갑작스러운 수주 절벽에 대한 징조는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 2022년부터 이어진 강도 높은 반도체 재고조정을 통해 Lead Frame 기반의 반도체에 대한 밸러스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듯하다. 하지만 Substrate 기반의 반도체는 확실한 회복세가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도체 시장 전체의 분위기 반전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제는 2021년 하반기의 슈퍼 사이클에 대한 광기를 잊음과 동시에 2022년 하반기의 수주 절벽에 대한 공포를 덜어낼 때가 된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