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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ward Choi Oct 13. 2023

9월 대만 반도체 시장 리뷰


 지난 8월 리뷰를 작성할 시기에 중국 화웨이에서 출시한 Mate60에 탑재된 Hisilicon의 Kirin9000S가 7nm 수준의 선폭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며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설계, 생산기술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대서특필 됐다. 이미 2022년 테크인사이트의 분석을 통해 SMIC에서 생산한 7nm 비트코인 채굴용 SOC가 2021년 7월부터 출하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터였다. 하지만 뭔가 작성이라도 한 듯이 전 세계 언론은 미국 정부의 호들갑을 연일 실어 나르며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미국에 있어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미국은 선단 공정에 대한 중국의 반도체 기술 자립에 대해 우려하며 Kirin9000S 생산에 사용된 DUV 노광설비의 수입까지 차단하려는 액션을 취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 Mate60에 탑재된 Kirin9000S를 통해 자국의 반도체 기술을 뽐내며 애국심을 고취하려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총공세에 아차 싶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EUV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며 중노동을 통해 Kirin9000S를 생산했더니 이제는 선단공정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 DUV 설비의 수입마저 막히게 생겼다. 중국 정부는 2010년대 중반 그동안 고수해 온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을 버리고 섣불리 "중국제조 2025"를 부르짖다가 현재의 상황에 몰렸다. Kirin9000S가 주목을 받으면 받을수록 중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유리할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후 화웨이 Mate60에 대한 마케팅이 한풀 꺾였다. 심지어 Kirin9000S의 사양과 성능에 대한 내용은 입에 올리는 것조차 꺼리는 모양새이다. 

 

  Kirin9000S의 출시 소식을 접했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것은 과연 제품의 생산원가는 얼마이며 중국의 어떤 OSAT업체가 패키징을 담당했을까였다. 7nm 회로 선폭을 구현하기 위해 SMIC는 EUV가 아닌 DUV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EUV를 사용할 수 있는 TSMC 대비 2배 이상의 마스크를 사용했을 것이다. 또한 멀티 패터닝에 따른 극악의 수율을 극복하기 위해 대량의 Wafer를 투입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SMIC의 가해졌을 생산 로딩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원가 산출이 무의미해지며 원가에 대한 궁금증이 시들해졌다. 대신 패키징을 담당했을 업체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가장 먼저 Hisilicon의 패키징 업체로 확신한 업체는 JCET의 자회사인 StatschipPAC이다. 하지만 Jiangyin에 있는 StatschipPAC(JSCC)는 Flipchip BGA 패키징 능력은 보유하고 있으나 Hisilicon의 High End 디바이스를 패키징 해본 경험이 없다. 한국에 있는 제이셋스태츠칩팩코리아와 스태츠칩팩코리아를 다음 순위에 올렸으나 이 역시 SMIC의 Wafer가 중국 국경을 넘어 한국으로 들어왔다가 패키징 된 반도체가 다시 중국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고려한 업체는 TFME의 자회사인 TF-AMD Suzhou였다. 하지만 TF-AMD는 AMD 반도체 생산을 위해 라인이 풀가동 중이었으며, AMD 외 다른 업체의 패키징 물량을 받는 것이 쉽지 않기에 이내 용의선상에서 지웠다.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어 중국 현지 에이젼트를 통해 수소문해 보니 Kirin9000S의 패키징을 담당한 업체는 대만에 본사를 둔 SPIL의 Suzhou 공장으로 확인됐다. 

 답을 듣고 나니 비로소 SPIL이 오랜 기간 Hisilicon의 패키징 파트너였던 것이 생각났다. 미국의 제재가 있기 전까지 Hisilicon은 SPIL의 주요 고객사 Top3안에 들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였다. 2019년 SPIL은 Hisilicon을 위해 타이중 중커 Site에 Hisilicon을 위한 단독 패키징 공장까지 마련했다. 2020년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도 SPIL은 푸젠성에 Hisilicon만을 위한 대규모 공장을 설립하고 모든 설비의 Set-up과 인력 파견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대만 정부가 미국 쪽으로 방향을 정하자 SPIL 푸젠과 중커에 마련한 Hisilicon용 전용 라인은 그 효용 가치를 상실했다. 2021년 SPIL은 푸젠 공장을 Ramaxel로 매각하고 업체명은 Quliang Electronics Co., Ltd.(QLE) 변경했다. 중커의 패키징 공장은 Hisilicon이라는 고객을 잃으며 표류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 진입으로 미국계 Fabless의 물량이 몰리면서 Hisilicon의 빈자리를 단시간에 대체했다. 중국의 대표 Fabless인 Hisilicon을 가장 잘 아는 패키징업체가 중국 현지 업체가 아니라 대만 업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반도체 사이클의 업다운 시기를 가늠할 때, 가장 중요한 보조 지표로 참조하는 OSAT업체가 있다. 이미 다른 글을 통해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는 Lead Frame 기반의 패키지를 생산하는 GREATEK이다. 저사양의 범용 반도체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GREATEK의 생산량 변화를 추종하면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2018년 9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액이 꺾이기 4개월 전에 GREATEK의 매출액이 선제적으로 하락했다. 2019년 중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액이 회복되기 전에 앞서 GREATEK의 매출액이 5~6개월 앞서 상승했다. 

 9월을 기점으로 GREATEK의 매출액이 16개월 만에 드디어 YoY 플러스로 돌아섰다. 단발성 이벤트인지 장기적인 추세전환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에 월간 매출액이 수직 낙하했기 때문에 현재 수준의 매출액이 유지된다면 다시 YoY가 마이너스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2023년 9월 GREATEK의 매출액은 2021년 9월 실적에 비해서는 35%나 하락한 실적이지만 2019년과 2020년의 매출 수준은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광기 넘치던 2021년 하반기에 대한 기억은 잊고,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었다는 표현에 익숙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GREATEK의 매출이 YoY 기준으로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지금 당장 전체 반도체 시장의 회복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특히 침체 기간이 16개월로 2018~2019년 다운사이클 시기보다 5개월이 더 연장됐기 때문에 사이클 변화에 뒤늦게 반응하는 메모리와 고기능 반도체의 회복은 한층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 hynix의 적자가 2023년 3분기에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하반기면 메모리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던 시장 조사 기관들도 이제는 조사 기관에 따라 내년 하반기 이후를 바라보는 곳까지 생겨났다.   



  TSMC의 선단 공정을 이용해 Wafer를 가공하는 AMD는 중국의 TFME, 대만의 SPIL에 패키징을 위탁한다.  이중 AMD 패키징 물량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TFME의 매출, 재고 현황을 AMD의 자료와 함께 비교했다. 국내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업체의 달러, 위안화 매출액을 그대로 옮겼다. AMD의 매출 실적을 살펴보면 2022년 2분기를 정점으로 찍고 하락하는 반면, TFME의 매출액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2023년 1분기에야 하락세로 돌아선다. AMD와 TFME사이에는 약 6개월간의 시간차가 있는 셈이다. TSMC의 4nm 공정에서 생산된 Wafer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AMD의 재고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이를 추종하여 TFME의 재고 또한 급상승했는데 2023년 2분기 재고 44억 위안(8,295억 원) 중, 원재료의 비중이 86.5%, 38억 위안(7,175억 원)에 달한다. AMD는 향후 신규 프로젝트 진행 시, Wafer 투입량에 심사숙고를 할 수밖에 없고, TFME는 쌓여가는 원자재의 재고 관리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황이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AMD의 Wafer가 순식간에 쌓이게 되면 AMD와 TFME 양쪽 모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23년 상반기에 TFME는 환차손과 생산원가 상승으로 3억 위안(593억 원)의 영업 적자를 봤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에 대한 뉴스만을 접하게 된다. 다른 Fabless들도 엔비디아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AMD를 포함한 다른 Fabless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래서 TSMC의 선단 공정에서 Apple의 아이폰 15용 반도체의 생산이 본격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Fabless의 위탁량 이 감소하면서 TSMC의 9월 매출액 증가폭이 작년보다 저조하다. 이는 전자 제품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는데 이는 Foxconn을 포함한 EMS업체들의 매출액 변화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마치 양적 완화로 비대해진 자본시장이 긴축을 통해 규모가 축소되듯 2020년으로의 매출액 회귀가 이뤄지며 전자 산업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10월 19일에 TSMC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매출 컨센서스는 NTD 5,348억에 주당 순이익은 NTD 7.28이다. 이미 월간 매출 실적 누적집계를 통해 TSMC의 3분기 매출이 NTD 5,467억으로 컨센서스를 2.23% 상회함을 확인했다. 관건은 7nm이하 선단 공정을 점유하고 있는 대형 Fabless의 매출 비중 변화에 따른 주당 순이익의 달성 여부이다. 예상치는 무난히 달성하겠으나 큰 폭의 초과 달성은 어려울 것 같은 분위기이다. 3분기 실적보고서가 발간되면 해당 내용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어느새 2023년도 3분기가 마무리되고 마지막 분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올해 매출 마감액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도 매출 계획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왔다. 많은 회사들이 올해 경기 반등을 예상하며 의욕 넘친 매출 목표를 수립했다. 연초부터 목표와 괴리된 시장 상황으로 인해 상당한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겠지만 내년도 글로벌 경기 전망도 변수가 많아 적중률 높은 예측이 쉽지 않을 듯하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제는 2021년 하반기에 잠시 도래했던 영광의 시기를 잊을 때가 됐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슈퍼사이클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기우제를 반복하는 것보다 내실 있는 계획을 통해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은 경기 침체의 파고를 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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