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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ward Choi Dec 13. 2023

11월 대만 반도체 시장 리뷰

 9월 이후 대만, 중국 OSAT의 패키징 소재 발주량이 감소하고 있다. 올해 패키징 소재의 출하 물량은 3월을 최저점으로 해서 6월까지 급상승했다가 7월에 다시 급감했다. 7월의 갑작스러운 출하량 감소는 2022년 하반기에 경험한 수주 절벽의 데자뷰를 마주하는 것 같아 상당한 압박감에 시달렸다. 하필 시기마저 유사해서 정말 더블 딥이 눈앞에 닥칠 것처럼 생각됐다. 다행히도 출하량은 8월을 거쳐 9월까지 회복되었지만 10월부터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만 7월 급락의 여파가 8, 9월을 거치며 회복되서였는지, 10월 출하량 감소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일반적인 물량 조정으로 여겼다. 하지만 11월 실적을 마감하고 보니 출하량은 어느새 7월 쇼크 수준까지 내려와 있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것처럼 2개월 연속으로 물량이 줄었음에도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 이제 12월마저 물량이 현재보다 감소하게 되면 내년도 출하 계획에도 여파가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미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와 메모리 업체들은 올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4분기 Wafer 출하량 감소를 예고했다. TSMC는 Wafer 출하량 감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4분기 가이던스에서 예상한 매출액이 작년 3분기 수준과 유사했던 만큼 생산 라인 가동률이 3분기와 유사하거나 더 낮은 280~290만 장(12인치 기준) 정도로 예상된다. 올해 3분기 3nm 공정이 양산에 들어가면서 Wafer의 ASP가 상승한 만큼 매출액 대비 Wafer의 출하 수량은 분명 감소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만 2위 파운드리 업체인 UMC는 5%의 출하 수량 감소를,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Nanya는 20% 이상의 다이내믹한 생산량 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도체 관련 기업에서 생산량 감소를 나타내는 표현에 'Dynamically'이라는 단어가 사용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Nanya는 2022년 4월부터 장장 19개월 동안 이어지던 연간 동월 대비 실적의 마이너스 행진을 11월에 들어와서야 가까스로 플러스 전환했다. 연간 실적이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11월 실적 TWD 28.74억(1,177억 원)은 12년에 걸친 Nanya의 11월 평균 매출액 TWD 42.7억(1,750억 원)의 67% 수준에 그친다. Nanya는 급격한 출하량 감소를 통해 현 상황을 탈출하고자 하지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Nanya가 가진 시장 영향력이 미미하다. 생산 수량을 줄여 운영 비용을 낮추고, 메모리 가격의 상승을 꾀하려는 전략의 반작용으로 인해 Nanya Wafer 대한 의존도가 높은 OSAT인 FATC와 Nanya와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 디램용 Substrate 업체 Nanya PCB의 매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 Nanya의 메모리 사업이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더라도 Wafer 생산에 이미 급제동이 걸렸던 만큼 협력업체들의 매출 회복에는 6개월가량의 시간차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하반기 본격적인 반도체 다운사이클에 앞서 선제적으로 재고 조정을 겪었던 Lead Frame 기반 패키징 OSAT의 매출이 작년 동월 대비 플러스 전환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Lingsen과 GREATEK의 실적이 작년 동월 대비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적 수준은 2019년과 2020년 중간 정도에 머물러 있다. 2023년 2분기를 정점으로 파운드리 업체들의 Wafer 출하량이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Lingsen과 GREATEK의 매출이 정말로 바닥을 다졌는지 섣부르게 판단하기가 어렵다.

 


 

 지난 10월, 애플 효과로 인해 매출액이 급증한 Honhai(Foxconn)과 TSMC도 너무 이른 시점에서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10월과 유사한 수준의 매출을 11월까지는 끌고 왔어야 했는데 시황이 여의치 않았던 것 같다. 애플 아이폰의 판매가 작년보다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TSMC는 10월 TWD 2,432억(10.18조 원)의 매출로 월간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11월에는 TWD2,060억(8.44조 원)으로 15% 감소했다. 작년 동월 실적인 TWD 2,227억(9.62조 원)에 비해서도 7.5% 부족하다. Honhai는 11월 실적 TWD6,500억(26.6조 원)으로 10월 매출 TWD7,412억(31조 원) 보다 12% 감소했다. 작년 동월 대비해서는 18%가량 매출이 늘었으나, 작년 11월은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인해 중국 공장의 생산이 원활하지 않은 시기였다. 현재 상황을 봤을 때, 12월 결과에 따라 내년 상반기의 글로벌 전자 기업들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DDI(디스플레이 구동칩)용 Wafer이 Bumping과 패키징을 위주로 사업을 영위 중인 Chipbond의 매출이 회복이 더디다. 경쟁 기업인 Chipmos는 8월부터 작년 동기 대비 월간 매출액이 플러스 전환한 반면 Chipbond는 아직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Chipbond의 최대 고객사인 Novatek의 물량이 디스플레이 패널업체의 재고 조정으로 인해 살아난 것과 대비된다. Chipbond가 가진 편중된 매출 구조와 한정된 고객사로 인해 회복 시점이 자꾸 지연되고 있다. Chipmos는 DDI 외에도 메모리와 Mixed signal Application 비중이 50%에 달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지만 Chipbond는 DDI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의 DDI OSAT(Bumping + 패키징)인 Chipmore와 UNION SEMICON이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어, 기존 Chipbond에서 패키징 되어야 할 물량이 중국 이관되고 있다. 심지어 Chipmore는 Chipbond의 자회사로 중국 쑤조우에 건립되었던 업체가 BOE관계사인 ESWIN으로 인수된 만큼, 과거 자신의 자회사와 물량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는 올해에만 국한된 단기적 충격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다각화 전략에 대한 Chipbond의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Nanya와 연계된 FATC, Winbond & nuvoton과 연계된 Walton을 제외한 대만 메모리 OSAT인 PTI, OSE, Chipmos의 매출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특히 중국 독립메모리 스토리지 업체와 전략적 협업 중인 OSE의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4월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의 중국 내 비즈니스에 제동을 건 이후부터 OSE의 매출액이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지난 9월에 달성했던 TWD 16.27억(679억 원)은 월간으로는 역대 최대 매출액이다. OSE는 TWD 16억을 넘긴 월매출을 9월, 10월(TWD 16.24억), 11월(TWD 16.11억) 3개월 연속 유지하고 있다. 5~11월간 매출 선전에 힘입어 1분기의 부진은 진작에 털어냈으며, 올해에는 연간 매출로 역대 최대였던 2021년의 매출액(TWD 159.48억)을 TWD 8억 가량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매출액이 15억 수준인 Vate와 Etrend를 제외한다면, 대만 OSAT 중에 11월까지의 매출 누적으로 연간 매출액이 증가한 곳은 OSE가 유일하다. 

 마이크론의 중국 사업이 지장을 받으면 어느 한 곳이 풍선 효과로 인해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는 짐작했지만 그곳이 OSE가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또한 월간 매출액이 역대 최대를 달성할 정도로 중국 업체들의 매출 기여도가 높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중국 독립메모리 스토리지 업계 구조


 기존에 해외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로부터 Wafer를 구매해 와서 중국 내에서 패키징하던 독립 메모리 스토리지 업체들은 중국 현지에서 마이크론의 Wafer를 조달하기 어렵게 되자 공급망에 변화를 줬다. 대만 마이크론 Fab. 에서 생산되어 중국 OSAT에서 패키징 되던 루트를 대만에서 패키징까지 완료하여 중국으로 반입하거나 현지에서 수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럼 기존에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패키징을 수행하던 OSAT의 상황은 안 좋아졌을까? 중국 현지에 있는 OSAT들은 CXMT, YMTC의 Wafer 패키징으로 3분기까지 생산라인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CXMT와 YMTC의 제품 수준이 해외 업체의 중저가 제품들을 커버할 수 있게 되자, 해당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비중이 높아졌다.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이 있고, 한정된 시장에서 한 곳의 매출액이 늘면 다른 곳의 매출은 타격을 받게 된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중국 내 중저가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자, 중저가 시장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창출하던 Nanya는 강력한 경쟁자의 부상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성장은 Nanya의 매출 회복이 더딘 이유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메모리 업체들도 중국의 CXMT, YMTC와 라인업이 겹치는 부분에서 쉽지 않은 경쟁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고 중, 이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재고 소진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 경제 상황이 4분기 들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중국 OSAT의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 3분기까지 100%에 준하는 높은 가동률을 보이던 중국 메모리 OSAT의 생산라인의 열기도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하지만 OSE는 연(年) 단위의 패키징 계약을 맺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당분간 OSE의 매출액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2024년을 앞두고 대만 에이젼트를 통해 OSAT의 내년도 계획을 수차례 문의했지만, 업체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금 수준(11월)의 생산량은 유지하지 않겠느냐라는 답변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불안, 미국의 대선 등 여러 복합적인 이슈로 인해 내년도 물량에 대한 확답을 못하는 것이다. 대답하는 뉘앙스는 비관적인 상황에서 억지로 낙관적인 부분을 찾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만도 한 달 후에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어 선거 결과의 향방에 따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생존 전략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현재 대만은 내년 1월 13일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민진당과 국민당이 8년씩 번갈아가며 집권하던 양당 구도에 이번 선거에는 민중당 후보까지 가세하며, 3명의 후보가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국민당 후보와 민중당 후보의 단일화 논의로 인해 선거 판세가 요동을 치고 있다지만 다른 나라에서 치러지는 선거라 그런지 큰 감흥은 없다. 만약 현재 집권여당인 민진당이 정권을 유지한다면 미국과의 경제 협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친중 노선인 국민당이 집권할 경우, 미국과의 경협에서 많은 부분이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대만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2~3가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내년도 경영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생각된다. 1월 총통 선거가 끝나야지만 내년 대만 기업들의 경영 전략과 계획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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