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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ward Choi Feb 16. 2024

'23 4Q 대만 Foundry 실적 리뷰

 별도의 분기 실적 발표 자료를 내지 않는 PSMC(파워칩)를 제외한,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의 실적을 취합했다. 실적을 요약하자면 선단공정을 적용한 고기능 반도체 웨이퍼의 생산은 늘었으나 파운드리 업체들 전체적으로는 Fab. 가동률이 낮아진 모습이다. 지난 1월 TSMC의 실적 발표를 기폭제로 자본 시장에서는 반도체 섹터의 랠리가 이어졌다. 이에 대한 분석과 미래 예측은 이미 언론과 증권사에서 여러 차례 다뤘기 때문에, 반도체 패키징 관점에서 현재의 상황을 리뷰해 보고자 한다. 

 2023년 내내 반도체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인공지능 반도체는 패키징 소재 관점에서 봤을 때, 최상의 난이도를 갖고 있다. 최신 데이터센터에서 혹은 인공지능 시스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AI 반도체에 사용되는 패키징 소재는 높은 수준의 물성과 신뢰성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Fabless들은 OSAT에서 패키징 라인을 구축할 당시, 초기에 공정을  Set-up 한 소재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일례로 TSMC의 선단공정에서 생산된 엔비디아의 AI칩 H100의 가격은 4만 6천 달러(6천만 원)를 상회하기 때문에 기존에 승인받은 패키징 소재를 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6천만 원짜리 AI칩 수십 개가 모여 시스템을 이루고 수백 개 이상이 모여 데이터 센터를 이루기 때문에 소재 변경으로 인한 리스크를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수많은 패키징 소재 업체들 중, 소수의 업체만이 AI 칩을 위한 패키징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마치 AI칩의 수주 폭증으로 인해 TSMC가 낮은 가동률에도 높은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현재의 상황은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패키징 관련 업체들이 직면한 현실과는 괴리되어 있다. 마치 엔비디아, AMD의 AI칩에 탑재되는 HBM의 수요 증가로 인해, 우리나라의 일부 장비 회사를 제외한 국내 패키징 소재 업체들은 어떠한 낙수 효과를 누릴 수 없는 것과 같다. AI 반도체를 패키징 할 수 있는 업체도, 패키징에 필요한 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도 한정적이기에 '그들만의 리그'에 속하지 못한 업체들이 느끼는 자본시장과 현실의 괴리감은 시간이 갈수록 더 크게만 느껴진다. 



 

 2023년 4분기, TSMC는 25.97조 원의 매출과 10.8조 원의 영업이익으로 41%가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 3분기보다 매출액이 대폭 늘었으며, 이로 인해 주요 고객사인 인공지능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동반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TSMC는 4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3년 초부터 고객사의 긴급 요청으로 인해 AI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Capa. 증설을 공격적으로 진행했다고 했다. 2024년에도 AI반도체를 위한 증설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임을 강력하게 어필했기 때문에, AI반도체 업체들의 TSMC로의 쏠림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쌓여 있는 AI반도체 수주 잔고를 감안하면 2024년에도 AI반도체가 TSMC의 매출을 견인할 것임이 자명하다.      

 2023년 4분기 기준, TSMC의 매출 비중에서 40nm이상 성숙공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지나지 않으며, 7nm 이하 선단 공정의 비중은 67%에 달한다. 2023년 3분기부터 전력화된 3nm 공정의 매출 비중은 '23 3분기 6%에서 4분기에는 15%로 2배 이상 성장했다. 2024년에는 7nm이하 공정의 비중이 8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Application별 매출 비중에서 HPC, Smartphone가 나란히 43%를 차지했는데, AI반도체의 비중이 높은 HPC의 매출 기여도가 눈에 띈다.

  TSMC 입장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선단공정의 비중확대가 바람직하지만, 성숙 공정의 Wafer 출하량 감소를 바라보는 패키징 소재 업체들은 애가 탄다. TSMC의 Wafer 출하량은 2022년 3분기 379.9만 장 대비 26% 줄어든 295.7만 장에 그쳤다. 2022년 3분기 이후, TSMC가 AI반도체의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2023년 4분기 TSMC의 전체 가동률은 70%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갈수록 선단 공정을 거쳐 생산된 Wafer의 수량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2021~2022년에 경험했던 패키징 업계 전체가 누렸던 호황을 다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TSMC의 가이던스에 따르면, 2024년 1분기에는 3.8~4.7%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매출 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AI반도체의 위탁 생산 감소보다는 이미 시장에 재고가 많은 통신칩, 자동차용 MUC 쪽의 Wafer 출하량이 감소할 것으로 생각된다.  



 UMC는 지난 2023년 4분기에 2.28조 원의 매출과 5,158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8" Wafer 위탁 생산의 판가하락과 생산량 감소, 그리고 2021~2022년에 단행한 생산시설의 감가상각이 겹치면서 2022년 3분기 40%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23년 4분기 22.6%까지 감소했다. 특히 8" Wafer Fab. 의 가동률이 급감하면서 UMC 내부적으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부진으로 인한 위탁량 감소와 함께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의 성숙공정에 대한 공격적인 Capa. 증설로 인해, 중국 팹리스의 해외 위탁 물량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지난 반도체 호황 시기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접을 받던 8" Fab. 이 다시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상황 타개를 위해 UMC는 2024년 Capex 33억 달러 중, 95%를 12인치 Fab. 증설과 업그레이드에 사용할 예정이다.    

 UMC는 지난 반도체 호황기에 12인치 Fab. 증설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로 인해 생산 Capa. 는 대폭 늘어났음에도 시황 악화로 인해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Fab. 가동률은 66%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9년 1분기 30%, 2008년 4분기 48%에 이은 역대 3번째로 낮은 가동률이다. UMC가 가진 선단 공정인 14nm~28nm의 매출 비중이 36%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지만, Wafer 출하량은 77.5만 장에 그치며, 2022년 3분기 116.5만 장 대비 34%나 감소했다. UMC에서는 2분기를 지나며 Wafer 출하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에 한동안 고통스러운 상황을 감내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현재 UMC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확대될 생산 Capa. 를 채워줄 고객사이다. 이를 위해 최근 UMC는 인텔과 파운드리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12nm 양산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아직 2027년을 내다봐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이기는 하지만, UMC는 협업을 통해 인텔의 12nm IP를 공급받아 10nm대 진입을 위한 핀펫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UMC와 인텔의 협업으로 UMC가 인텔의 10nm대 제품을 생산하고, 인텔은 3nm 이하 공정에 집중하며 역할을 분담한다면 분명 양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인텔의 제품을 위탁생산하던 다른 파운드리 업체들의 물량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대응 방안이 주목된다.    


 대만 중소형 파운드리 업체인 VIS, nuvoton, Win Semiconductor는 파운드리 업계에서 주력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 업체들의 매출 트렌드를 모니터링하면 해당 산업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아쉽게도 메모리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PSMC(파워칩)은 별도의 분기별 실적 발표가 없기 때문에 정기 보고서 발행을 통해 실적을 확인할 예정이다. 2023년 4분기까지 PSMC의 실적을 봤을 때에는 메모리 시황의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파운드리 시장까지 이르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하다.  

 VIS는 TSMC의 자회사로서 전력관리 반도체(PMIC)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위주로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23년 4분기, 매출 9,674억 원, 영업이익 12억 원을 올리며, 0.3%의 영업이익률 달성했다. 2023년 1분기에 비해 매출과 Wafer 출하량이 늘었음에도 Wafer 가공 비용 하락과 감가상각 비용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24년 1분기에는 영업이익 적자전환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한, 2022년 하반기 재고 조정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반응했던 제품이 DDI와 PMIC였던 만큼, 이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VIS의 매출, Wafer 출하량 감소가 2nd Wave에 대한 전조 증상이 아닌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볼 필요가 있다.  

  차량용 MCU를 주로 사업으로 하는 nuvoton은 Foundry 사업 비중이 10% 내외이지만,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파운드리 섹터에서 실적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2020년 Panasonic Semiconducor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운 nuvoton은 2021~2022년 상반기, 반도체 호황기에 차량용 MCU품귀 현상으로 인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가 꺾이면서 2022년 3분기부터 매출액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3년 4분기에 nuvoton은 매출 3,517억 원, 영업이익 100억 원으로 2.83%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2023년 차량용 반도체의 재고 소진이 지연되면서 nuvoton의 생산량은 아직 하강 국면에 있다.      

   Win Semiconductor는 대만에서 가장 작은 규모를 가진 파운드리 업체로서, 성숙 공정(90nm 이상)을 통해 통신용 반도체와 산업용 반도체를 위한 Wafer를 위탁 생산한다. 아직 반도체 시장이 확장 일로였던 2022년 1분기에 파운드리와 메모리 업체를 통틀어 가장 먼저 매출액이 감소했다. 2022년 1분기부터 2023년 1분기까지 5분기 동안, Win Semi. 는 시장의 반도체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속절없는 매출 감소에 시달려야 했다. 2023년 2분기를 기점으로 범용 반도체의 재고가 소진되면서 매출이 반전되었다. Win Semi. 는 2023년 4분기에 매출 2,021억 원, 영업 이익 265억 원으로 영업이익률 13.13%를 달성했다. 

 2024년 1분기에는 통신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재고 조정이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3분기 연속 이어진 Win Semi. 의 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반도체 시장을 이끌었던 AI반도체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다만 AI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섹터의 반도체 상황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고기능 반도체의 Wafer의 출하량은 늘고 있지만 성숙공정의 출하량은 감소하고 있다. 경기 침체, 중국의 capa. 증설로 인한 물량 회수 등 다양한 변수가 대만 파운드리 업계에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결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전자기업들의 작년 실적과 재고 레벨 그리고 2024년 가이던스에 대한 정보가 중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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