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ward Choi Sep 25. 2022

2. 반도체 시장 규모에 대한 고찰로부터



 반도체 시장의 규모는 이를 추정하는 협회, 연구소 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이 글에서는 반도체 시장의 규모를 가늠하기 위한 목적으로 ESIA에서 추정한 시장 규모를 참조하기로 한다. 2022년 봄, ESIA에 추정한 2021년 반도체 시장 규모를 보면 전체 시장 규모는 5,559억 달러(636.58조 원, 환율 $1.0 = ₩ 1,145.07-2021년 평균 매매기준율)이다. 위에서 인용한 시장 규모를 보면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개별 소자, 발광소자, 센서를 제외한 집적회로(Intergtrated Circuits)의 점유율은 83.3%(530.17조 원)이다. 집적회로는 메모리 반도체(Memory)와 시스템반도체(Logic, Microprocessors, Analog)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SK hynix가 활약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규모는 1,539억 달러(171.16 조 원)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27.7%, 집적회로 시장의 33.2% 수준이다. 시스템반도체의 시장 규모는 2,437억 달러(354.01조 원)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55.6%, 집적회로 시장의 66.8%를 차지하고 있다. 수치상으로 봤을 때,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 대비 2배 이상 큰 시장을 갖고 있는 셈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장기적이고 짜임새 있는 계획을 가지고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1947년 트랜지스터의 개발과 함께 시작된 반도체 산업은 80여 년의 시간 동안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며 최적의 형태로 진화를 거듭했다. 한때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설계부터 패키징, 판매까지 소위 A-Z까지 모든 공정을 내재화함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했던 시기가 있었다. 반도체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자신이 강점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경쟁력이 부족한 분야에서는 다른 업체들의 손을 빌리는 분업화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현재 반도체 업체들은 반도체를 생산할 때, 설계부터 Wafer 가공, 패키징 & 테스트까지 모든 공정을 자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소규모 업체의 경우, 자사 내부에서 모든 공정을 처리하는데 큰 무리가 없으나, 회사 규모가 커지게 되면 자신의 강점만을 내부에 남기고, 부가가치가 떨어지거나 외부 업체에 위탁이 가능한 부분은 과감히 정리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Wafer Fab. 건설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Wafer Fab. 의 자체 건설 대신 Wafer 회로 공정을 대신해 주는 Foundry 업체를 찾게 됐다. 이렇게 생산된 Wafer를 패키징 하기 위한 패키징 공정 역시 설비 구매와 공장 건설을 위한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자체 기술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공정 한계에 부딪치게 됐다. 그래서 등장한 Business Model이 반도체 위탁 조립 & 테스트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이다. Foundry와 OSAT는 그 산업의 태생부터 동일한 고객사를 둔 연계산업으로 발전해 왔다. 

 



 2000년대 모바일 시대의 태동과 함께 Fabless의 규모가 커지고 축적된 자본으로 반도체 산업 내에서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움츠리고 있던 Foundry 업체들과 OSAT업체들은 Fabless의 성장을 발판으로 규모를 키웠다. 시간이 흘러 Foundry 업체와 OSAT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면서부터는 일부 종합 반도체 업체들은 더 이상 신규 생산시설 투자를 통해 FFO(Fabless-Foundry-OSAT) 컨소시엄과 경쟁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결국 분업화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과거 모든 공정을 내재화했던 종합 반도체 회사(IDM)들은 급격한 시황 변동에 따른 Risk를 분산하기 위해 자사 생산 물량의 일부를 Foundry와 OSAT에 이관했다. 

 많은 종합 반도체 회사들이 추가 생산 시설 확충 대신 위탁 생산을 선택했다. 이들은 여유 자금을 활용하여 반도체 설계 부문에 투자했다. 일부 업체들은 자사 생산 시설을 매각하고 핵심 설계기술만을 내부에 남기는 Fab-light를 선택했다. 이렇게 매각된 Wafer 가공 공장, 후공정 생산 라인들은 Foundry 업체와 OSAT업체들로 흡수되었다. 반도체 생산 설비가 노후화되고 선단 공정에 대한 투자가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이제는 미세공정의 Wafer를 가공하고, 고기능 반도체의 패키징을 맡기기 위해서는 Foundry와 OSAT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인 2000년대만 하더라도 반도체 산업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Foundry와 OSAT가 스마트폰의 고사양화를 통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동안 반도체 시장 규모를 추산할 때 Foundry와 OSAT의 매출액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Foundry, OSAT 기업들은 IDM반도체와 달리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발전과 함께 미세공정으로의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지며 선단 Wafer 가공 기술을 보유한 Foundry 업체들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또한 미세공정으로 극복하지 못한 기술적 한계를 패키징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됨으로써 OSAT를 반도체 단순 조립 생산으로 보던 시각이 변했다. 코로나 펜더믹으로 인해 2020년 ~ 2021년 사이에 광범위한 글로벌 디지털화가 단시간에 진행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늘어난 반도체 수요는 반도체 업계의 숨은 거인들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 냈다.  


* 반도체 패키징 분류에 따른 패키징 Process





 앞서 말한 반도체 시장 규모(636.58조 원)는 생산된 반도체에 자신의 상표를 부착하여 판매한 기업들의 매출액을 합산하여 산출되었다. 쉽게 말하면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한 설비, 원자재, 위탁 생산 비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렇게 때문에 반도체의 시장을 바라볼 때, 눈으로 보이는 시장 외,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숨겨진 부분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 그래프는 반도체 개별 시장의 규모 비교를 위해 도식화한 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Foundry 시장을 차기 먹거리로 낙점하고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Foundry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075억 달러(123.14조 원)이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DB하이텍, SK hynix 파운드리 3개 업체가 경쟁 업체들과의 점유율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선전으로 우리나라는 Foundry 시장에서 약 18%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펜더믹으로 반도체 수요가 몰리면서 대만계 Foundry 업체들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다. 

 Foundry 산업의 후방 산업 격인 OSAT시장은 2021년 기준 459억 달러(52.6조 원)의 규모를 갖고 있다. Foundry 시장의 42.8%,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30.0% 수준밖에 안 되는 듯 보이지만 단일 시장으로 봤을 때 무시하지 못할 규모이며 반도체 고도화에 따라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OSAT 업계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어느 정도의 경쟁력과 점유율을 가지고 있을까? 다음 글에서 OSAT 시장만을 따로 떼어내서 살펴보도록 하자. 

이전 01화 1. Welcome to Back-En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