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ward Choi Sep 25. 2022

10. 동남아 OSAT시장①

동남아 반도체 생태계와 OSAT라는 유일한 선택지 

 1980년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의 반도체 기업들이 쇠락하면서 일본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던 부분을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이 빠르게 잠식하기 시작했다. 3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여 자국 반도체 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대만은 파운드리와 팹리스 그리고 OSAT, 일본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앞에서 언급한 한국, 대만, 일본의 모든 반도체 산업을 내재화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쏟아붓고 있다.   일찍이 동북아 4개국(한국, 대만, 일본, 중국)은 반도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지만 동남아에 위치한 국가들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소외되었다. 동남아 국가들은 전자 산업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저가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전자 기업들의 제품 제조를 담당해 왔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기 전부터 세계 유수의 전자 기업들은 값싼 인건비를 쫓아 동남아 각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1980년대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내역을 복기해 보면 태국은 의류, 신발 등 경공업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는 전자 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다. 그렇다 보니 태국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전자 산업의 출발이 늦었다. 1980년대까지 태국의 전자산업은 자국 기업에 의한 소규모 단순 조립, 내수 중심의 수준에 불과했다. 전자 산업에서 소외받던 태국에도 1980년대 후반부터 전자 산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면서 1990년대 중반까지 투자액은 매년 두배씩 성장했다. 하지만 그 출발이 늦었기 때문일까.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반도체 산업 규모와 비교했을 때, 태국의 반도체 산업은 아직 규모가 열세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의 주요 OSAT업체들 현황을 확인하기에 앞서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반도체 산업을 짚어보도록 하자.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설계, Wafer 가공 부문에 관련된 산업에는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말레이시아에도 "Oppstar Tech"을 비롯한 15개의 Fabless기업과 1995년 정부 주도로 설립된 Foundry 업체 "SilTerra"가 있다. 이들 업체들이 가진 영세한 규모와 선진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로 인해 반도체 산업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시선을 돌려 말레이시아의 반도체 패키징 부분을 보면 말레이시아의 OSAT업체들이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2020~2021년 펜더믹 기간 중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IDM, OSAT의 패키징 라인이 멈춤으로써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 이슈를 악화시킨 이력이 있다. 말레이시아의 코로나 상황이 수시로 요동칠 때마다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이 지연되면서 다른 나라에 위치한 완성차 생산업체들의 생산까지 지연시켰다.   

 

 현재 다수의 IDM과 OSAT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자국 기업이 반도체 패키징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곳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뿐이다. 그마저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UTAC이 2020년 중국 사모 펀드인 Wiseroad Capital에 인수되면서 이제는 싱가포르 기업이라고 칭하기 애매한 상황이다. 필리핀의 유일한 자국 OSAT 기업인 Atec은 영세한 규모로 인해 필리핀에 위치한 외국계 OSAT(Amkor)와 직접적인 경쟁이 어렵다. 

 결국 동남아 국가 중,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 기업을 보유한 국가는 말레이시아와 태국 2곳뿐이다. 2021년 기준 말레이시아에는 5개사, 태국에는 2개사의 자국 OSAT업체가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OSAT업체들은 규모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일례로 말레이시아 OSAT기업과 태국 OSAT업체 간 매출 총합의 격차는 1.1조 원이 넘으며, 말레이시아 기업들의 매출액 총합은 태국 기업들보다 4배가 많다. 2022년 들어 OSAT업체들의 주식가치가 폭락하면서 현재 시점과 괴리가 있지만 2021년 12월 말 양국 OSAT업체들 간의 시가 총액 차이는 6.3조 원이다. 분명 말레이시아의 OSAT 업체들이 태국의 기업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패키징 기술에 대한 한계가 있으며 일부 업체의 경우 특정 고객사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로 인해 고민이 많다.       

* 말레이시아(5개사) : '21년 매출액 합계 14,688억 원 / '21년 종가 기준 시가총액 합계 90,480억 원  

-. MPI(Carsem) : 5,150억 원 / 27,052억 원

-. Unisem : 4,335억 원 / 18,185억 원 / *TSHT(중) 자회사, 시장규모 산출 시 TSHT에 포함

-. Inari : 2,970억 원 / 40,711억 원

-. KESM Industry : 686억 원 / 1,460억 원

-. Globetronics : 569억 원 / 3,071억 원


* 태국(2개사) : '21년 매출액 합계 3,752억 원 / '21년 종가 기준 시가 총액 합계 : 27,475억 원

-. Hana Semi : 8,646억 원(OSAT 매출 3,372억 원) / 25,515억 원

-. Stars Micro : 802억 원(OSAT 매출 380억 원) / 1,959억 원


* 한국(상장사 12개사) '21년 종가 기준 시가총액 합계 : 59,393억 원 

말레이시아 반도체 산업 Value Chain



 

 1980년대 이전 태국 반도체 산업의 태동기에는 미국계 기업들의 투자가 선행되었다. 1980년대가 되자 Sony를 비롯한 일본계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특히 Sony는 태국을 해외 전략 생산기지로 낙점하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다. 반도체로 태국 현지 투자의 물꼬를 튼 일본 기업들의 투자는 반도체를 넘어 가전, 공업용 전자 제품들로 확대됐다. 일본에 이어 한국과 대만의 전자 기업들까지 태국에 진출하면서 태국의 전자산업은 단순 조립 수준에서 진화하여 더 높은 수준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까지 성장했다. 초기 태국의 전자 산업은 외국 기업들의 단독 투자에 의한 수출주도형 생산방식이 주를 이루었다면 1990년대 이후에는 외국계-태국계 합작 기업이 잇따라 설립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는 태국계 전자기업의 자립과 설립에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에 생산력, 기술력이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태국의 전자 산업은 한계가 명확하다. 동남아 국가들 간에 글로벌 전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과 보호 무역주의에 의한 생산공장 리쇼어링(Reshoring)으로 인해 태국의 전자 산업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포스트 차이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베트남의 성장은 분명 태국 전자 산업의 위험 요인이다.

 태국 내 전자 산업 인프라의 부족 그리고 타국가 대비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은 외국계 기업의 유치 경쟁에서 불리함으로 작용한다. 또한 군부의 잦은 쿠데타로 인한 태국의 예측 불가능한 정치 상황도 외국계 기업의 진입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이유로 태국과 오랜 협업 관계에 있는 일본 기업들이 인접 국가로 생산 공장을 이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태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외국계 업체들의 경우, 태국에 터를 잡은 지 10년이 넘은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반도체 기업들의 신규 진입이 끊긴 상황에서 태국 정부는 태국에 위치한 반도체 기업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지만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경쟁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2021년 태국 전자기업 순위



이전 13화 10. 동남아 OSAT시장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