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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ward Choi Sep 25. 2022

10. 동남아 OSAT시장②

자금력과 기술력의 부재로 인한 악순환

  한 국가의 반도체 산업의 흥망은 해당 국가 내에서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소화해 낼 수 있는지 여부와 전후방 산업의 연계가 원활한지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SK hynix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DB하이텍 그리고 SK하이닉스 시스템 아이씨를 통해 DDI(Display Drive IC) 칩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삼성전자 S.LSI 부문과 글로벌 유수 반도체 업체들의 Wafer 가공 물량을 위탁받고 있으며, 글로벌 점유율 17%로 대만 TSMC에 이어 파운드리 순위 2위에 랭크되어 있다. 생산된 Wafer의 대부분은 우리나라 업체들(IDM+OSAT)의 손에 의해 패키징 되어 최종 고객사로 전달되는데 우리나라의 전자 제품 생산 기업에서도 적지 않은 수량의 반도체를 구매하고 있다.

 반도체는 Wafer 가공뿐만 아니라 이을 위해 필요한 원자재와 생산 설비 등 후방 산업과 반도체를 활용한 전자 산업, 자동차 산업 같은 전방 산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도체 산업은 지속되기 어렵다. 한때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재패했던 일본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일본의 전자 산업 역시 침체가 시작됐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는 한국, 미국, 대만, 중국 4개국을 비교해보면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전후방 산업에서 반도체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일찍이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노동집약적 산업을 적극 유치해 왔다. 같은 아시아권에 위치해 있으나 동북아 국가들과 경제력에서 차이가 있다 보니 동남아 국가들은 아직 첨단 산업의 변방을 겉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전자기업들의 공장이 중국에서 동남아 국가들로 이동하고 있으나 이는 단순 조립 라인 이전의 성격을 띠고 있어 해당 국가들의 기술력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상기 표는 지역별 월간 Wafer 생산량과 생산되는 Wafer의 Node 비중을 200mm Wafer Size로 환산하여 비교한 자료이다.(2020년 12월 기준)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 hynix의 메모리 집적도 증가로 인해 10nm~20nm의 비중이 55%에 달한다. 또한 우리나라(삼성전자)와 대만(TSMC)이 2곳만이 10um 이하 최선단 공정을 운영하는 것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Western Digital(SanDisk 모회사)과 Kioxia(舊Toshiba)가 공동 투자한 Yokkaichi 공장의 물량과 마이크론 Japan 물량 그리고 Texas Instrument Japan 등 타국 업체들의 생산물량이 합쳐져 생산량이 높게 보이는 착시현상이 있다. 일본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1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결국 상당량의 물량이 미국 업체에게 귀속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중 기타 지역(Rest of World)의 Wafer 생산 물량의 비중은 전체 8.9%를 점유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Wafer Fab. 은 싱가포르에 위치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낸드 플래시 Fab. 4곳(IM Flash 포함)과 Global Foundry, UMC, Vangurd의 파운드리 Fab. 6곳, 그리고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업체인 NXP와 ST Micro Fab. 3곳을 합하면 기타 지역의 물량 90% 이상을 점유하게 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일부 소규모 Fab. 을 제외하면 동남아의 Wafer 생산은 싱가포르가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동남아 국가들은 이렇다 할 Wafer Fab. 이 없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어 수입되는 Wafer를 패키징 할 수밖에 없다.  그중, 품질에 민감한 제품들은 거대 OSAT의 동남아 공장을 통해 패키징 된다. ASE의 말레이시아 공장, AMKOR의 말레이시아 & 필리핀 공장, UTAC의 태국 &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와의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물량을 보장받고 있다. 결국 동남아에 위치한 OSAT업체들이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은 노동집약적인 저가의 Low end 제품이 대부분이다.




동남아의 자국 OSAT 현황


 위의 표는 동남아 국가들의 자국 OSAT 현황을 정리한 표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싱가포르 국적의 OSAT의 소멸이다. 싱가포르의 대표 OSAT였던 StatsChipPAC과 UTAC은 5년의 시차를 두고 모두 중국 업체로 매각되었다. StatsChipPAC은 2015년 중국 1위 OSAT인 JCET와 합병되었으며, UTAC은 2020년 중국의 사모펀드인 WiseRoad에 매각되었다. UTAC은 현재 본사만 싱가포르에 있다 뿐이지 모든 투자와 구조조정에 대한 권한은 중국의 사모펀드 WiseRoad가 가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Wafer Fab. 을 건설했으나 정작 싱가포르의 자국 Fab. 은 없다. 그렇다 보니 싱가포르에 속해 있던 StatsChipPAC과 UTAC의 성장을 뒷받침해줄 수가 없었다.

 JCET 합병 전, 글로벌 4위 OSAT였던 StatChipPAC은 본래 싱가포르 투자청에서 지분의 85%를 소유하고 있었다.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되어 있었으나 싱가포르 정부 소유의 국유 기업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매출액 정체와 적자 누적으로 고민하던 차에 JCET와 뜻이 맞아 7.8억 달러 현금을 받고 매각되었다. 

 StatChipPAC이 중국 기업으로 매각된 이후, UTAC으로 고객사가 몰리면서 UTAC은 2016년 한때 글로벌 6위 업체에 랭크되기도 했다. 하지만 UTAC은 사모펀드 지배하에 오랜 시간 부채에 의지한 사세 확장을 지속한 결과 UTAC은 1,000%가 넘는 부채비율로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였다. 몇 차례 계획되어 있던 증시 상장이 좌절되면서 UTAC을 소유하고 있던 사모펀드는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2020년 8월 UTAC의 주인이 WiseRoad로 바뀌면서 WiseRoad는 UTAC이 지고 있던 막대한 부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게 됐다. 

 인수된 지 3개월이 채 안되어 UTAC은 WiseRoad 투자와 산동성 지방정부, 옌타이시의 지원을 받아 옌타이 시에 패키징 공장 건설에 들어간다. WiseRoad가 바랬던 것은 UTAC의 미래가 아닌 UTAC이 가진 자동차용 반도체 패키징 기술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행보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외 선진 업체를 인수한 중국 기업들이 그랬듯, 향후 투자는 중국 내부에 집중될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해외 공장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중국 이전까지 예상된다. 


  말레이시아의 Unisem 역시 2018년 말 중국 3위 OSAT인 TSHT의 자회사로 편입되었다. UNISEM의 주요 생산 공장이 중국 청두(成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중국 시안(西安)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TSHT과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이점이 있다. 하지만 TSHT의 주요 생산 제품이 Lead Frame 기반의 Low End 패키지 제품이기 때문에 UNISEM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TSHT 입장에서는 Lead Frame 기반의 제품 생산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시너지가 없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Unisem의 주요 고객사는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들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TSHT에서 확보하지 못했던 고객사의 범위를 확대하는 이점과 더불어 자동차용 반도체 패키징으로의 진출을 꾀할 수 있게 되었다.  

 Carsem은 말레이시아의 재벌인 Hong Leong 그룹의 일원이며 첨단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MPI(Malaysian Pacific Industries Berhad)社에 속해 있다. MPI 산하에는 OSAT를 담당하는 Carsem과 Lead Frame 업체인 Dynacraft가 포진해 있다. Carsem은 말레이시아와 중국 쑤조우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 자동차 반도체 업체들의 제품을 패키징하고 있다. 

 Inari는 말레이시아 연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OSAT업체로서 OSRAM과 Broadcom의 물량이 전체 패키징 물량의 90%를 차지할 만큼 쏠림이 심한 매출 구성을 가지고 있다. 편중된 고객사 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OSAT사업 외 EMS 사업으로 사업 영역 확대를 추진 중에 있다. 

 KESM은 1978년에 설립된 번인테스트(Burn-in test) 업체로서 현재 말레이시아와 중국 천진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KESM은 번인테스트 외에도 컴퓨팅, 산업, 통신 및 소비자 시장의 OEM, OEM, ODM에 대한 전자 제품 위탁 생산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다. 

 Globetronics는 1991년에 설립된 업체로서 LED와 센서 패키징, 그리고 전자 제품에 사용되는 기판, 화학 재료를 생산하는 업체이다.  


 태국의 OSAT업체들은 본래 EMS(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를 하던 업체들이 반도체 패키징까지 사업을 확장한 사례이다. 일본 가전기업의 동남아 생산 거점이 태국에 주로 위치해 있는데 태국의 OSAT와 EMS는 일본 업체와의 협업으로 성장해 왔다. 태국의 OSAT들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시장 침체와 같은 해 8월 방콕 대홍수로 인해 2차례의 큰 타격을 받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일본 전자 기업들의 생산공장이 멈추자 태국에서 일본 기업들과 협업했던 현지 기업들도 덩달아 영향을 받았다. 

 특히 Stars Micro는 Hitachi의 HDD 사업을 병행하고 있었는데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생산 공장 침수와 HDD에서 SDD로의 기술 트렌드가 전환되면서 사세가 완전히 기울게 됐다. 2010년 4,900억에 달하던 매출액(EMS + OSAT)은 2021년 802억으로 쪼그라들었다.

 Hana Micro는 Stars Micro에 비하면 상황이 양호하다. 2011년 아유타야 지역의 OSAT 시설이 홍수로 침수됐으나 다른 Site의 생산 시설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중국 반도체 패키징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Jiaxing에 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PCB 조립을 위주로 하는 EMS 사업 역시 꾸준하다. 태국 100대 기업에 속해 있는 업체로서 2021년 매출액(EMS + OSAT)은 8,646억 원에 달한다. 


 인도의 SPEL과 필리핀의 ATEC은 규모와 매출액이 작아(연 200억 이하) 세계 무대에서 글로벌 OSAT업체들과의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된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주요 기업들이 중국 업체로 매각되면서 동남아의 OSAT산업 규모는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동남아 OSAT업계의 시장 점유율이 고스란히 중국으로 이전된 꼴이다. OSAT업계는 2021년부터 UTAC의 매출액을 중국 사모펀드인 Wiseroad capital의 매출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될 경우, Wiseroad capital은 UTAC과 ATX Semiconductor(舊 ASE 중국 Site) 매출이 합산되면서 연매출 1.5조 원이 넘는 대형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이로서 동남아 OSAT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1년 전체 시장의 3% 남짓으로 2010년 18.11%에 달했던 때와 비교하면 1/7 수준으로 감소된다. 매출액의 감소는 바로 수익 감소로 연결되며 수익이 감소하면 기술 트렌트를 추종하기 위한 신규 공장 건설이나 설비 유지보수가 힘에 부치게 된다. 동남아 업체들(Unisem 제외)의 연간보고서를 보면 연구개발 비용을 따로 명기해 놓지 않는다. 곧 이들은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필요 없는 노후화된 패키지를 지속적으로 생산해 오고 있다는 의미이거나 이미 선진 OSAT업체들을 통해 개발된 패키징 기술들이 이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업체들의 수익을 면면히 들여다보면 자국 통화를 기반으로 한 매출액은 별다른 변화가 없으나 환율의 변화로 인해 매출 확대를 이룬 경우가 많다. 급격한 환율 변동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동남아 국가들의 정치 불안과 빈약한 경제 기반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2010년만 해도 우리나라 OSAT산업 규모의 2배에 달하던 매출 규모를 가졌던 동남아의 OSAT들은 반도체 산업의 발전과 반대로 서서히 도태되고 있다. 전무(全無)하다시피 한 자국의 Wafer 가공 Fab. 과 전후방 산업의 부재는 이제 OEM 산업마저 그 불씨를 꺼트리려고 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분위기 반전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한 개의 업체만이 상황을 타개한다고 해서 전체 분위기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Bigger is getting Bigger"와 같이 주류에서 밀려나는 순간, 빼앗긴 점유율은 다시는 되찾을 수 없다. 안이한 마음으로 내일을 맞는다면 모레에는 누군가에 대체될 만큼 냉혹한 경쟁의 시대에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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