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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ward Choi Sep 25. 2022

11. 한국 OSAT 시장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라는 해자(垓子) 혹은 울타리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치킨게임은 2008년 금융위기로 가속화되었다. 당시 시장에 남아 있던 독일, 대만,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DRAM)은 세계 경제 침체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순차적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삼성전자와 SK hynix는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아 Micron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Top Tier의 자리를 굳혔으며, 우리나라는 DRAM 시장 70%, NAND 시장 45%를 점유하는 명실상부한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 되었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LCD 패널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패널을 구동하기 위한 DDI(Display Driver IC) 시장이 성장했다. 국내 Display 패널 업체들이 Glaobal TV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면서 패널 구동을 위한 DDI 칩에 대한 설계, 생산에 대한 결정권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LX Semicon(舊Siliconworks)과 삼성전자 LSI에서 DDI를 설계하여 국내 Foundry에서 Wafer를 양산, 패키징 하게 되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국내 OSAT 업계는 자연스럽게 메모리 반도체와 DDI를 패키징하고 테스트하는 업체들로 재편되었다.  

  



국내 OSAT 업체 매출액 변화(2010 ~ 2021), 단위 : 억 원

  위는 OSAT업체들의 연간보고서를 기반으로 작성한 매출액 변화표이다. 이들 업체들 중, OSAT 외 다른 사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는 업체들은 OSAT부문의 매출액만을 별도로 분리하여 취합했다.

 2010년에서 2021년까지 11년여의 시간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2.1조 원에서 3.2조 원으로 50% 증가했으나,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상당한 부침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12년부터 시작된 OSAT시장 축소는 2016년까지 이어졌다. 시장의 급격한 침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아래 3가지를 원인으로 꼽는다. 

 

 ① 2015년 ~ 2016년 메모리 반도체 다운 사이클에 따른 삼성전자 & SK hynix의 패키징 내재화 비율 증가

      → 메모리 패키징 OSAT업체의 패키징 물량 회수 

 ② DDI 성능 개선에 따라 패널에 탑재되는 DDI의 수량 감소 → DDI 관련 OSAT의 매출액 감소 

 ③ Global OSAT의 Capa. 증가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수주 감소 

 

 2014년 경부터 스마트폰에 지문인식 센서가 본격 탑재되기 시작했다. 메모리 반도체, DDI와 함께 OSAT업계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 몇몇 업체들이 지문인식 센서 패키징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중국의 Goodix(설계)와 O-Film(모듈)이 지문인식 센서 시장을 장악하면서 센서 패키징만으로는 시장 변화에 대한 Risk hedge를 할 수 없었다. 

 특히 2015년~2016년간 이어진 메모리 반도체의 극심한 침체는 OSAT업체들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갔다. 당시 일감이 없어진 국내 OSAT업체들은 직원들의 격일 근무와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위기 상황을 버텨냈다. 그렇게 4년여간 이어지던 국내 OSAT시장의 침체는 2017년 Data Center發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급증과 고해상도 패널 구동을 위해 DDI 탑재 수량이 증가하면서 회복하게 됐다. 이후 코로나 펜더믹으로 인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여 시스템반도체에서부터 메모리 반도체까지 다양한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 OSAT 업체들의 사업 구조는 2010년대 초반과 별반 다르지 않다. 편중된 사업영역은 세계 경제 상황과 경쟁업체들의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10년대 중반 예상치 못했던 시장 침체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객사 다변화와 High-End 패키징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필요하지만 반도체 경기 순환 Cycle에 휩쓸리다 보면 이런 활동을 위한 체력을 축적할 겨를이 없다.  

 


2020년 & 2021년 OSAT 매출액 & 영업이익(단위 : 억 원)


[모회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에는 자회사 실적이 귀속되며 Nepes 영업이익의 경우, OSAT 부문만 따로 분리할 수 없어 Nepes의 전체 영업이익 정보를 사용했다.]

-. LB Semicon(母회사) & LB Lusem(子회사)  LB Semicon에 LB Lusem 매출액 귀속 

-. Nepes(母회사) & Nepes Ark(子회사) & Nepes Laweh(子회사)  Nepes에 Nepes Ark, Laweh 매출액 귀속]

 

  OSAT 업계는 기본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으로 고객사의 물량(패키징 & 테스트)을 확보해야 한다. 경쟁자가 많을수록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기업일수록 마진이 낮아 기업 운영을 위한 충분한 영업이익을 얻기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 업체들의 경우, 삼성전자 & SK hynix 물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양사에서 배정하는 물량에 따라 실적이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 hynix의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패키징 물량을 발주하는 원청업체와 동일한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원청업체에서 개발된 패키징 기술과 설비 조건들이 그대로 OSAT업체들에 이전되기 때문이다. 발주 물량의 수주를 위해 끊임없이 신규 설비를 구매하거나 설비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 

 이런 구조를 탈피하고자 독자적인 사업을 일으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는 앞서 말한 저마진 구조에서 비롯된다. 힘들게 얻은 이익을 설비 확충과 공장 업그레이드에 쓰고 나면 다른 사업을 할 여력이 없다. 선제 투자에 대한 Risk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기껏 생산 능력을 확장해 놨는데, 예기치 못한 시황과 물량 배분은 섣부른 투자를 한 업체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수밖에 없다.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이익이 발생할 때까지의 고통스러운 시간(Death Valley)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 업체들의 수익 구조상 도전 자체가 어렵다. 일부 업체들은 OSAT사업의 경기 순환 Risk를 탈피하기 위한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한 결과, 가시적인 성과로 연계한 곳들도 있으나 업계 전반적으로는 Risk Hedge에 대한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이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해외 1 tier 업체들과의 규모 차이에서 오는 이익 격차다. 이는 시간의 누적에 의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임계점을 넘어버리면 더 이상 추격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외국계 포함, OSAT 업체 매출액 변화(2010 ~ 2021), 단위 : 억 원

국내에는 한국 토종 OSAT 외, Global Top Tier 업체들의 생산공장이 위치해 있다. SiP, WLCSP, FlipChip 등 첨단 패키징 사업을 영위하는 앰코코리아(송도, 부천, 광주), JCET코리아(영종도), ASE코리아(파주) 3개사의 매출을 합하면 우리나라 OSAT 매출액은 3.17조 원에서 8.63조 원(2021년 기준)으로 증가한다.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도 종래의 6.01%에서 16.39%로 급상승하게 된다.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 중인 국내외 OSAT의 비중으로만 보면 대만,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수준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3개 사는 우리나라에 생산 공장이 위치해 있지만 해외에 본사를 둔 외국계 기업이다. 첨단 반도체 패키징이 국내에 위치한 공장에서 내국인 엔지니어를 통해 개발, 양산되고 있지만 이는 엄연히 말하면 우리의 실적이 아니다. 아쉬운 마음이 앞서지만 메모리 반도체와 DDI 패키징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가진 우리나라 OSAT들이 벤치마킹하기에는 최적의 업체들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라는 동일한 공간에 있지만 전혀 다른 사업 구조와 고객사를 가진 이들 업체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지 다시금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ASE와 AMKOR의 잇단 행보를 보면 OSAT업체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2021년 11월 초에는 Amkor가 베트남 박닌성에 Wafer Level Packaging, SiP 생산 공장의 설립을 확정했다. 베트남 현지 공장을 통해 베트남에 위치한 IT업체들(엄밀히는 협업관계에 있는 삼성전자)에게 High-End 패키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Major 업체 중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하기로 한 것이다. 2021년 12월 1일에는 ASE Holdings가 중국에 위치한 4개 공장(Shanghai, Kunshan, Suzhou, Weihai)을 중국 투자회사인 Wise road capital에게 14.6억 달러에 매각하는 것을 합의했다. ASE는 Lead Frame 기반의 저사양 반도체를 패키징하던 중국 공장 4곳을 매각함으로써 미국 & 중국 간 정치적 외줄 타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냈다. 또한 ASE는 매각 대금으로 TSMC의 최신 선단 공정이 들어설 대만 가오슝에 Wafer Level Packging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ASE와 AMKOR 뿐만 아니라 상위권에 포진한 다수의 OSAT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투자의 규모와 시기가 수정될 수 있으나 이들이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는 과연 고개를 들어 앞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아직도 발 앞을 보며 종종걸음만 걷고 있는 것이 아닌지 선진 업체들의 행보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반도체 패키징 시장은 Multi Die를 하나의 Device에 패키징 하기 위한 heterogeneous integration(이종집적화-2.5D & 3D 패키징)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ASE Holdings, Amkor, JCET와 같은 선두권 업체 외에도 Global 10위권 내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종집적화" 기술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양산 시설 확충을 위해 회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Foundry 업체인 TSMC 또한 "이종집적화"의 절대 강자 중 하나로 InFO (Integrated Fan-Out) Wafer Level Packaging를 통해 Apple iPhone에 탑재되는 AP(Application Processor)를 2016년부터 전량 공급해 오고 있다. 지금은 Foundry와 OSAT가 공존하는 모습이나 향후 기술 발전에 따라 경쟁관계로 돌변할 시간이 머지않았다.  

 

 반도체 업체들 간의 경쟁은 마치 함선들이 벌이는 해상전투와 같아서 경쟁에서 한번 밀리면 그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기가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 시장은 시시각각 급변해 가고 패키징 기술은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미 거대한 몸집에 첨단 패키징 기술까지 가지고 있는 선두권 업체들이 미래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압도적인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첨단 패키징 공정으로 미래 수요를 정밀 타격하여 시장 분위기를 급 반전시킬 수 있도록 OSAT & Wafer 가공업체(IDM & Foundry) 간 협력 그리고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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