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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차장 Jan 17. 2023

슬픔

아.. 흑

언제쯤 슬픈 일에 무뎌질까.

하나의 슬픔을 이겨내면 다른 하나의 슬픔이 찾아온다.

유독 눈물이 많은 편이다.

공감능력이 뛰어나서일까. 감수성이 풍부해서일까.

세상에는 참 슬플 일도 많다.

남몰래 눈물을 훔쳐보기도 하고, 때론 누구든 붙잡고 대놓고 울기도 했지만 슬픔은 잘 가시질 않는다.

평소에는 슬픈 음악도 잘 듣지 않는 편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는 그 슬픔이 배가 된다.

무덤덤한 척 숨겨놓았던 작은 양동이의 빗물조차 홍수가 되어 쏟아진다.

양동이에 뛰어든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턱밑에 있는 먹먹함이 안에 있는 것을 모두 토해내라는 듯 가슴을 짓누른다.

감정이 격해진 걸 넘어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때는 더욱 답답해진다.

꾹 참고 버티든 감정을 터뜨리든 어쨌든 슬픔은 잦아든다.

결국에는 괜찮아지고 아무 일 없었던 듯 일상으로 돌아간다.

다시 구석탱이에 양동이를 숨기고 새는 빗방울을 받는다.

기분이 썩 괜찮은 날에 한 번씩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언젠가 다시 찾아올 슬픔을 대비하기 위해.

누군가의 슬픔에 공감하고 위로하기 위해.

점점 메말라가는 감정을 다시 적시기 위해.

슬픔은 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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