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흑
언제쯤 슬픈 일에 무뎌질까.
하나의 슬픔을 이겨내면 다른 하나의 슬픔이 찾아온다.
유독 눈물이 많은 편이다.
공감능력이 뛰어나서일까. 감수성이 풍부해서일까.
세상에는 참 슬플 일도 많다.
남몰래 눈물을 훔쳐보기도 하고, 때론 누구든 붙잡고 대놓고 울기도 했지만 슬픔은 잘 가시질 않는다.
평소에는 슬픈 음악도 잘 듣지 않는 편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는 그 슬픔이 배가 된다.
무덤덤한 척 숨겨놓았던 작은 양동이의 빗물조차 홍수가 되어 쏟아진다.
양동이에 뛰어든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턱밑에 있는 먹먹함이 안에 있는 것을 모두 토해내라는 듯 가슴을 짓누른다.
감정이 격해진 걸 넘어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때는 더욱 답답해진다.
꾹 참고 버티든 감정을 터뜨리든 어쨌든 슬픔은 잦아든다.
결국에는 괜찮아지고 아무 일 없었던 듯 일상으로 돌아간다.
다시 구석탱이에 양동이를 숨기고 새는 빗방울을 받는다.
기분이 썩 괜찮은 날에 한 번씩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언젠가 다시 찾아올 슬픔을 대비하기 위해.
누군가의 슬픔에 공감하고 위로하기 위해.
점점 메말라가는 감정을 다시 적시기 위해.
슬픔은 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