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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샘 지연 Aug 11. 2024

아들은 꽤 있습니다만(1)-오, 나의 선재여!

독서지도사로 만나는 남자아이들의 이야기

나는 울 엄마랑 닮은 듯 아주 다르다.

엄마는 귀한 3대 독자를 첫째로 낳았는데도,

오빠를 독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아들이 하나 더 필요했단다.

나를 비롯해 줄줄이 딸, 딸을 낳았지만 말이다.


나는 아들 둘인 '들들맘'이다. 

엄마는 나와 바꿨어야 했다고 한다.

나랑 엄마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일까?

뭐, 어쩌겠나?!

엄마는 딸이 많아 좋고, 나는 남자들 속에서 좋다!


<딸은 없습니다만> 이야기와 함께,

<아들은 꽤 있습니다만> 이야기를 연재한다.




같이 수업하는 아이 중에 선재가 있다. 지금도 여전히 나의 최대 드라마인 '선재 업고 튀어'의 류선재라면? 상상만 해도 정말 정말 좋겠지만, 그 선재는 내 현실에 없다는 건 알 나이다.


처음으로 학생 이름을 공개한다.


선재는 잠시 낯을 가리더니 슬슬 장난을 건다. 글씨가 점점 커지면서 자유로운 형태로 바뀌기도 한다아들이 그렇지! 나는 아주 잘 안다. 내향적인 아이인 줄 알았더니, 반 회장 선거에 나가서 그림 솜씨를 발휘하며 몰표를 받아 회장이 된 아이다.


아이들과 하는 수업에서는 책을 읽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책을 많이 읽는다고 독해력이 좋아지거나 국어실력이 좋은 건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업하는 걸로 채워지지 않으니, 아이들에게 숙제로 어휘나 독해 문제집을 조금씩 내준다. 아이들은 반기지 않지만, 엄마들은 좋아한다. 난 어쩔 수 없이 엄마 편인가 보다.


아이들이 문학과 비문학의 편애가 있어서 골고루 읽고 문제를 풀어보는 문제집을 골랐다. 푸른색 비문학, 붉은색 문학으로 이루어진 문제집이다. 3단계면 초3학년 이상이 대상인데, 문제가 쉽지 않다. 지문을 꼼꼼히 읽어야 한다.


선재는 3단계를 풀고 있다. 문제집을 숙제로 냈더니 부담스러워하긴 하지만, 매주 숙제를 잘하고 있다. 문제는 많이 틀려도 괜찮다고 해 주었다. 다만 지문을 좀 정확하게 읽고 각 문단의 핵심문장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쫙 치라고 했다. 잔소리가 맞지만, 그래도 답을 맞히는 데 급급해 지문을 대충 읽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책 수업 외에 '어린이 신문 읽기'를 합니다. 일명, NIE(Newspaper In Education).

선재도 다른 아이들처럼 신문 읽기를 하자고 했더니, 처음에는 싫다고 거부했지만 잘 달래서 조금씩 읽고 있다.


24년 5월 20일 어린이조선일보 4면

전 재산을 남김없이 모두 나누고 떠난 할머니의 이야기를 같이 읽었다. '나눔'은 가진 것이 많다고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조금 욕심을 내서, 여기에 나오는 낱말도 알려주고 싶었다. 기사에 대한 내용 파악과 자신의 생각을 말로 하기(포장을 하자면, 구술)도 해봤다. 

선재는 '별세(別世)'라는 말을 처음 배웠다고 했다. 어른들이 이 세상과 이별한다는 말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친구들에게는 안 쓰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쓰는 거라고.


그리고, '화제가 되었다'라고 했더니 갑자기 불이 났냐고 놀랐다. 그래, 그럴 수 있지! '화재'와 '화제'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화재'는 '불로 생긴 재난'. '화제'는 이야기의 재료라는 말로, 그냥 이 말만 아는 것보다  '화제가 되는 예능'에 쓰이고,  '화제의 주인공이 되다.', '화제를 딴 데로 돌리다."를 기억하면 좋다고 전해주었다.


시나브로 어휘를 늘려 가며 꾸준히 읽어 나가다 보면, 어휘력도 늘고 문해력도 좋아지겠지! 신문을 왜 읽냐고 불만이 있긴 하지만, 거부하지 않는 게 어딘가! 


선재가 잘 해내리라 믿는다. 우리 선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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