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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샘 지연 Aug 12. 2024

아들은 꽤 있습니다만(2)-기억의 힘

독서지도사로 만나는 남자아이들의 이야기

나는 울 엄마랑 닮은 듯 아주 다르다.

엄마는 귀한 3대 독자를 첫째로 낳았는데도,

오빠를 독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아들이 하나 더 필요했단다.

나를 비롯해 줄줄이 딸, 딸을 낳았지만 말이다.


나는 아들 둘인 '들들맘'이다. 

엄마는 나와 바꿨어야 했다고 한다.

나랑 엄마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일까?

뭐, 어쩌겠나?!

엄마는 딸이 많아 좋고, 나는 남자들 속에서 좋다!


<딸은 없습니다만> 이야기와 함께,

<아들은 꽤 있습니다만> 이야기를 연재한다.






"보여드릴 게 있어요..."

휴대폰을 꺼내며 말을 거는 H.

또 농구 선수 사진이나 NBA 동영을 보여주려나 싶어 기대를 하지 않았다. H는 농구를 좋아하는 6학년 남학생이다. 만나면 농구 이야기를 어찌나 많이 하는지...

"폰은 왜 꺼내는 거지?"

농구에 관심이 없는 난 시큰둥하게 대답을 했다.

"병원에 갔다가 이거 찍어왔어요."

오호라!


클림트의 [키스]였다.  <왜 유명한 거야, 이 그림> 책 수업에 나왔던 그림 중 하나. 수업할 때 이 책 정말 정말 재미있다고 몇 번을 말해도, 심드렁했던 H는 기억하고 있던 거다. 물론 이 그림은 워낙에 유명해서 모를 수가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런 작은 행동에 나는 감동을 받는다. 


너의 기억이 나를 힘 나게 하는구나!


H는 내향적인 건 아니지만, 특유의 쑥스러워하는 미소가 있는 아이다. 그게 참 매력적이다. 함께 수업하는 친구들에게 H의 매력을 이야기하면 어찌나 부끄러워하는지 모른다.  H를 처음 만났던 3년 전에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고 하고 싶다고 말한 게 떠오른다. 세밀화를 잘 그렸었다. 미술을 하고 싶지만 안 될 것 같고, 엄마와 아빠처럼 공부를 할 거라고 했었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 학교 선생님들이 좋아하실 만한, 친구들 모두 좋아할 만한 차분한 모범생. H의 앞으로가 정말 궁금하다.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내내 기대를 하게 될 것 같다.






'빛의 시어터'에서 '베르메르부터 반 고흐까지, 네덜란드 거장들' 전시회(5/24 ~ 11/24)를 하고 있다.  <왜 유명한 거야, 이 그림> 책에 나오는 네덜란드 거장들의 작품 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베르메르)', '별이 빛나는 밤(고흐)' 등의 작품을 빛과 음악,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재해석한 전시라고 한다. 


함께 공개되는 전시 '색채의 건축가, 몬드리안'은 역시 네덜란드 출신 몬드리안의 작품을 경쾌한 음악 소리에 맞춰 역동적으로 선보인다고 한다. 몬드리안 역시...


책에서 간접적으로 접한 작품들을 이런 전시회를 통해서 아이들과 직접 만나보면 얼마나 좋을까? 함께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빛의 시어터 '베르메르부터 반 고흐까지, 네덜란드 거장들'
From Vermeer to Van Gogh, Dutch Masters

비범한 방식으로 평범함에 접근한
네덜란드 거장들의 발자취를 따라
일상 속의 현실을 발견하다

일정: 2024-05-24 ~ 2024-11-24
장소: 서울 워커힐 호텔 앤 리조트  지하 1층
시간: 10:00 ~ 19:10 (입장 마감 18:15)


어린이 조선일보 24년 6월 3일 자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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