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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Oct 20. 2022

21화. 편애인가, 차별인가

시애틀에서 직장생활 생존기 - 21

직장생활을 하면서 흔히 죽이 잘 맞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런 사람들과는 함께 일을 하고 싶어 진다. 반면 나와는 잘 맞지 않는 사람의 경우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해왔다. 같이 일하면 스트레스로 가득해지기 때문이다.


팀도 마찬가지다. 팀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팀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이란 대게 높은 형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동료 간의 평판도 물론 나쁘진 않지만 특히나 높은 형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편애의 대상이 된다. 그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거나 아니면 현실에 만족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나는 현재 있는 팀이 좋다. 올초에 팀을 떠나겠다는 마음을 먹었었지만 그 뒤로 나에게 주어진 일들과 팀에서 하는 일들은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다. 그래서인지 다른 팀으로 갔던 친구들이나 회사를 나갔던 친구들도 지금 팀으로 많이 돌아온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팀에서 편애를 하는 친구다.


2019년 나와 같은 날 팀에 들어왔다. 나는 한국에서, 그 친구는 미국의 다른 팀에서. 영문은 모르겠지만 그 친구는 들어온 순간부터 팀의 편애를 받았다. 팀의 편애란, 그 당시 극소수만 가질 수 있었던 권한들이 부여되었고, 그 친구를 승진시켜주기 위해서 팀에서 꽃길을 놔줬다. 그 꽃길 위를 우아하게 걸었던 그 친구는 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승진하였다. 그 친구와 사이가 좋았기에 승진할 때 나도 한몫 거들었다. 그 친구가 하지 않았던 일들도 양념으로 보태어서 한 것처럼 꾸몄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자기가 진짜 했다고 말하고 다녔다.


팀에서 최고의 권한을 부여받고 꽃길을 펼쳐주며 승진까지 시켜줬는데 그 친구는 그 뒤에 다른 팀으로 가버렸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마존을 떠났다. 그 친구가 떠난 뒤 팀은 더 커졌고 무수한 발전과 성과를 이뤘다.


2022년. 그 친구가 다시 돌아왔다 (아마존으로 두 번째 부메랑). 2019년에는 친했지만 2022년에 다시 돌아온 그 친구를 보았을 때 썩 반갑진 않았다.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누렸다고는 하지만 팀에 오래 있었던 친구들도 제치고 수많은 권한을 누리고 승진까지 했는데 떠나는 모습이 자신의 이익만을 챙겨서 떠난 것만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직장인이라면 누구도 자신을 끝까지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에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자신의 이익이 최고다.


돌아온 친구는 또다시 남들이 오랜 시간에 거쳐서 이룬 결과를 바로 가져갔다. 그리고 승진의 기회까지. 매니저는 나에게 항상 승진에 관심이 있냐고 물었다. 승진의 결과는 더 많은 책임감과 업무 범위이다. 승진을 생각하면 난 두 가지 생각을 했다. 1. 난 과연 승진을 할 준비가 되어있고 우리 팀에서 그만큼의 업무가 주어질 수 있는가? 2.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만족스러운데 승진을 꼭 해야 하나? 2번은 개인적은 생각이지만 1번은 언제나 작은 걸림돌이었다. 그래도 내가 지금 지닌 한계가 어디인지 궁금했기에 승진에 관심을 표했다. 매니저는 나를 비롯해 그 친구와 다른 친구 총 세 명을 대상자로 올렸다. 물론 자릿수는 정해져 있어서 모두가 승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승진을 준비하는 세 명이 모여서 낸 결론은 "과연 우리 팀에서 우리가 다음 레벨의 일을 하고 있는가?", "하고 있지 않다면 팀에서는 과연 그런 일이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떤 일인가?"라는 의견 교환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한 명의 친구는 현재 업무에 만족스러워서 승진에 관심이 없다며 빠졌다. 그럼 남은 것은 돌아온 친구와 나.


계속해서 팀에서 과연 승진 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 의구심의 가장 큰 이유는 팀에 한 명 있는 Principal Engineer (PE)가 하는 일이 너무도 하찮았기 때문이다. 그 PE는 다른 팀의 PE가 하는 업무 범위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자기가 맡은 아무 작은 범위만 수행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본보기로 삼을 사람이 부족해서 의구심은 계속 들었다. 그 의구심은 팀에서도 마찬가지였는지 높은 형들은 팀에 몇 명의 PE를 가질 수 있을지 계속 의논했다. 그리고 매니저는 나에게 돌아온 친구만이 승진 후보에 올랐다는 얘기를 전해줬다. 이유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였기 때문이라는 점.


여기까지 오면 편애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차별한다고 봤다. 2019년 팀에 들어온 순간부터 모든 권한을 가지고 승진을 했고, 팀을 떠났다 2년 만에 돌아왔을 때도 온갖 권한과 또다시 승진의 기회가 부여된 점은 돌아온 그 친구를 편애하는 것보다 팀에 헌신한 친구들 (오래 있었다고 팀에 많은 보탬이 된다거나 능력이 출중해진다는 것은 아니다)을 차별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높은 형들이 보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친구를 향한 편애와 다른 사람들을 향한 차별을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아, 저 친구는 능력이 출중하니 승진해도 무방해!"라는 의견을 가진 친구들도 물론 있을 수 있다. 내 입장에선 (내가 승진 대상자가 아니어도 상관없고 승진을 안 해도 상관없다) 들어온 순간부터 팀에서 꽃길을 깔아준 것, 그리고 다시 들어왔을 때는 꽃길을 넘어 비단길, 황금길을 깔아주고 있는 편애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는 지금 팀이 좋다. 하지만 계속되는 "편애"와 "차별"이 있다면 어쩌면 내년에는 다시금 새로운 길을 찾아봐야 할 시점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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