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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Jul 15. 2024

26화. 은하수를 보다

시애틀 쿨가이 - 26

꼭 해보고 싶은 일이나 꼭 보고 싶은 것들 중 하나로 꼽히던 것이 은하수를 보는 것이었다. 현대의 빛공해는 수많은 밤하늘의 별들을 사라지게 한다. 그런 이유로 은하수 또한 도시에서 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은하수를 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작년에 레이니어산(Mt. Rainier)에 있는 파라다이스 인(Paradise Inn)을 예약하였다. 도시광이 없는 레이니어산이라면 분명 은하수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드디어 레이니어산에 가게 되었다. 시애틀에 온 뒤로 레이니어산은 2019년에 한 번 가본 후 가본 적이 없었다. 항상 저 멀리 신기루처럼 보이는 레이니어산을 도시에서 보기만 했을 뿐.


5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레이니어산은 그대로였다. 변한 것이 있다면 5년 전에는 파라다이스 부근에서는 휴대전화 신호가 없어서 네트워크 사용하려면 와이파이에 접속해야 했었는데 지금은 휴대전화 신호가 굉장히 잘 잡혔다. 물론 그 지역을 조금 벗어나면 휴대전화는 먹통이 된다.


워싱턴주의 여름의 낮은 굉장히 길다. 그래서 퇴근 후 출발하여 6시 넘어서 도착했음에도 해는 중천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착해서 파라다이스인에 체크인한 후 저녁을 먹고도 긴 시간을 기다렸다. 밤 10시에 밖으로 나가서 밤하늘을 바라보았지만 도시에서 보는 별들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이대로 은하수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밤 11시가 되면서 별들이 조금씩 더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은하수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어쩌면 계속해서 밤하늘에 떠있었지만 육안으로 보긴 어려워서 안보였을 수도 있다. 밤하늘에 마치 구름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던 은하수. 처음 보기에 은하수라고 확신하긴 어려웠다. 육안으로 보긴 어려워도 카메라로는 잘 찍힌다는 말이 있어서 확신을 가지고 아이폰과 카메라로 찍어보았지만 은하수는 찍히지 않았다. 마지막 수단으로 카메라로 30초 노출하여 찍었더니 은하수는 선명하게 찍혔다. 조금 더 노출하면 더 밝게 찍힐 것 같았지만 카메라의 한계로 30초가 최대 노출이었다.


은하수는 황홀했다. 보고 있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그대로 시간이 멈춰도 아깝지 않았다. 내년에도 파라다이스인에 가서 또 한 번 이 신비로웠던 체험을 다시 해보기로 했다. 어쩌면 이 기회를 통해서 별이 더 쏟아지는 곳을 찾아 떠날지도.


쏟아질 듯한 별들. 선명하게 찍힌 선은 우주정거장(ISS)가 지나가면서 만든 선이다. 은하수는 흐릿하게 보인다.
카메라의 한계로 최대로 선명하게 얻을 수 있었던 은하수. 그래도 이 정도면 선명하게 찍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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