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언) 쿨가이 - 27
작년 11월, 한국의 한 보호소에 있던 강아지를 입양하였다. 그전에 강아지를 입양할까 하는 마음에 위액트도 보고 여기저기 둘러봤었는데 강아지와 잘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강아지와의 연이 닿으려고 하니 금방 닿았다. 아내가 입양 신청서를 작성한 후 인터뷰를 보았고 입양담당자가 미국으로 보내준다고 하였다. 때마침 시애틀에 사는 지인이 한국에 있었는데 기꺼이 강아지 해외 이동 봉사를 해준다고 하였다.
입양 공고에는 말티즈라고 되어있었다. 우리 집에 도착했을 때는 태어난 지 대략 6개월이 되었다. 우린 몸집은 작지만 밖에서 주눅 들지 말라고 “킹콩”이라고 이름 지었다.
킹콩은 말티즈처럼 똘똘하게 생기지 않아 아마도 다른 개와 섞였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는데 알고 보니 비숑프리제에 가까웠다. 그리고 킹콩은 무럭무럭 자랐다. 남아있던 유치들도 모두 빠졌다. 어느 날 문득 들여다보니 처음 샀던 옷들이 하나도 안 맞았다. 그렇게 킹콩은 3.5킬로그램으로 와서 7킬로그램이 넘었다
그렇게 어느덧 킹콩과 함께 산지는 10개월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킹콩과 함께 저녁 산책을 갔다. 매일 가던 산책로에서 어느 이웃이 차에서 짐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차 옆에는 검은 개가 한 마리 있었다. 목줄을 하지 않은 채로. 검은 개는 킹콩과 크기가 비슷해 보였고 굉장히 단단해 보였다. 그 개와의 거리가 대략 20미터 즈음되었을 때 개를 피해서 건너편으로 건너갔다. 건너는 와중에 차옆에 앉아있던 개가 킹콩을 향해 뛰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킹콩은 개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순간 킹콩과 놀자고 달려오는 것인지 공격하려고 달려오는 것인지 잠깐 판단이 흐려질 때 그 개는 킹콩을 공격하였다. 난 그 개를 킹콩에게서 떨어뜨리려고 했다. 몇 번의 공격과 견주들의 등장으로 인해서 그 개는 킹콩에게서 떨어졌다.
견주들은 그들의 개를 붙들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보통 목줄을 하고 있는데 차에서 방금 내려서 목줄을 하지 않았다며 굉장히 미안하다고 했다. 난 보통 대부분의 사과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말하는 편인데 그 당시에는 너무 화나서 괜찮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킹콩이 괜찮은지 물었을 때 킹콩을 살펴보았는데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괜찮아 보인다는 싸늘한 대답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
집에 도착해서 다시 살펴보니 발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산책도 잘했고 비명도 안 질러서 다친 곳이 없는 줄 알았는데 피가 나는 발을 보니 마음이 아팠고 더욱 화가 났다.
처음 겪는 일이라 연락처와 그 개가 지금까지 예방접종을 모두 마쳤는지 등을 물어볼 생각을 못했었다. 킹콩의 발을 씻기고 약을 발라준 후 지켜봤는데 괜찮아 보였다. 발가락에 욱신거리고 가려운 느낌이 있는지 킹콩은 발가락을 핥아댔다. 그 덕에 넥카라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 5일이 지났다. 킹콩은 건강해 보인다. 물론 아직까지 발가락에 불편함이 있는지 핥고 있지만. 모두들 개가 밖에 있을 때는 항상 목줄/가슴줄을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