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콧물을 훌쩍이던 아이가 그다음 날엔 기침을 콜록였다. 얼마 전 독감 주사를 맞는데 진땀을 빼게 한 아이에게 약만 지을 거라고 몇 번을 약속하고, 의사 선생님이 하는 진료를 몇 번을 흉내 내고 소아과에 갈 수 있었다.
감기에 걸리면 크리스피 도넛 한판을 사주곤 하는데 감기에도 입맛을 잃지 않은 아이는 도넛 네 개를 사 온 날 다 먹어버렸다. 잘 먹어서 다행이었지만 달달하고 살만 찌우게 하는 도넛과 시리얼 같은 류의 음식을 아픈 아이에게 계속 먹일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소고기 뭇국을 끓이기로 했다. 마침 친정엄마가 주신 무도 있었고, 숙성해둔 소고기도 있었다.
참기름에 소고기를 달달 볶고, 무도 볶는다. 물과 둘째의 이유식용 육수를 넣어서 끓이고,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고 파를 썰어 넣으면 완성이다. 뭇국은 끓이면 끓일수록 맛있어진다. 큰 냄비에 물을 가득 넣고 오래오래 끓인다.
평소엔 한 그릇 음식만 해주다가 나름 구색을 갖춰 밥을 차려주니 "우와 정말 맛있겠다"하고 아이가 좋아했다. 잘 먹고 푹 쉰 아이는 감기를 이겨냈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주부의 연차가 쌓일수록 제철 음식에 관심이 가고, 누군가 정성스럽게 키운 농작물들에 정이 간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무가 맛있어진다. 지금이 뭇국, 무나물, 무생채 등등 무가 들어간 요리를 해 먹을 가장 좋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