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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수 Aug 09. 2021

입학을 앞둔 엄마의 허영 그리고 불안

 시간이 날 때면 동네 맘카페를 훑어보며 미처 몰랐던 동네의 정보나 아이들의 발달 상황, 요즘 유행하는 것들에 대해서 정보를 수집한다. 첫째 아이가 일곱 살이고 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보니 일곱 살 아이들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에 대한 글을 유심히 보곤 하는데, 그런 글을 볼 때마다 아이에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는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곤 한다. 아이 또래의 친구들은 영어 유치원에서 모국어는 당연하고 제2외국어까지 배우고 있었고, 방학 특강으로 수학, 과학까지 배우고 있었다. 


 어린이집 통합반, 초등학교 특수교육대상자, 갖가지 치료 수업들과 아이의 발달에 좋은 것들을 찾아보고 공부해야 하는 나에게 놀이학교, 영어유치원, 사립학교 코스는 저 멀리 있는 세계였다. 돈이 있다고 한들 선택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었다.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하는데 나도 모르게 기웃거리면서 정보를 찾고 있는 모양새가 우습다. 아이의 성장과 변화를 예민한 시선으로 지켜봐야 하는 느린 아이를 둔 엄마인 나는 아이의 행복만을 좇겠다고, 그것이 내 신념이라고 하면서도 맥없이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린다. 


 정보를 찾아보면서 우습다고 느껴진 것은 그것이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서 아이가 배우고 싶거나 꼭 배워야 하는 과목이 있거나 하는 이유는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언어 치료와 감통 치료를 받은 우리 아이가 사립학교에 가서 잘 적응해서 다닌다면 샤넬백을 든 것보다 더 멋져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놀이학교, 영어 유치원 코스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아이가 적응하고 잘 다닌다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 닥친 현실은 자스가 의심된다는 주위 의견들이었다. 내 눈에도 아이가 그렇게 보였다. 최근에 느리지만 괜찮다는 진단을 받고 감동받아 펑펑 울었던 나인데, 나의 허영에 스스로가 우스웠다. 


 나랑 남편은 고등학교 때 수능 준비를 하고, 졸업반엔 이력서와 자소서를 쓰고 토익점수를 따는 삶을 살지 않았다. 예대 진학을 위해 실기를 준비했고, 토익은 근처에도 못 가봤다. 우리들의 엄마는 우리에게 높은 토익 점수를 요구하지 않았다. 믿고 기다려주는 그 어려운 것을 해주었고, 우리는 다행히 부모에게서 독립해 어른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높은 토익 점수를 우리에게 원했다한들 나와 남편은 그것을 가뿐히 무시하고도 남을 사람들이었다. 


 남편은 "너도 학교 공부 안 했으면서. 우리는 애들한테 공부시키면 양심이 없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하곤 한다. "내가 공부 안 했으면 애 공부 못 시키냐"라고 되받아치긴 하지만 나는 우리의 길이 이미 오래전에 정해져 있다는 걸 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면 된다. 돌아보니 어떤 삶을 살겠다는 부류의 글을 자주 쓸 때가 있는데 그건 그만큼 내가 불안하다는 증거였다. 내 마음을 다잡기 위함이었다. 


 우리가 걸어갈 길에 아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등불을 잘 들고 있어야겠다. 비록 흔들리더라도. 오늘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줘야지, 몇 번을 한지 모를 스스로와의 약속을 또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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