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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수 Aug 25. 2022

경계선에 서 있는 아이

 일 년 만에 대학병원에서 발달 검사를 받았다. 한 달 동안 초진, 검사, 검사, 결과를 받는 순서대로 이어졌고, 선생님의 제안에 따라 언어, 말 더듬 검사와 간단 심리 검사를 진행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아이가 보여준 성장은 기적에 가까웠다. 학교를 좋아했고, 친구를 좋아하기 시작했고,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아지면서 놀라운 속도로 자랐다. 아이가 하는 말에 깜짝깜짝 놀라는 날들이 많아졌고, 느린 아이라는 걸 오픈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기대를 했다. 이제 평균에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결과를 기다리면서 평균 하라는 점수가 나오더라도 평균이 되면 좋겠다고, 어쩌면 될지도 모른다고. 


 병원 검사는 여전히 경계선에 머물러 있었다. 수치로 보면 많은 기능들이 올라가 있었지만 한 살 더 먹은 나이에 미치려면 앞으로도 부단히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잠재성이 있다는 소견도 쓰여 있었지만, 여태 받은 결과 중에 제일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은데, 병원을 나오면서 자꾸만 눈물이 나오려 해 입술을 깨물었다. 


 정상 발달의 둘째 아이를 보면서, 둘째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우울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 혼자 드러누워 크레파스를 끄적일 때마다, 열심히 가르치지 않아도 매일 새로운 말을 배울 때마다, 내 눈을 바라보며 웃을 때마다.. 왜 이게 안 됐을까. 왜 이렇게 당연한 걸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나. 정상 발달이라는 건 이런 거 구나. 첫째와 나는 앞으로도 부단히 달려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아이의 발달 검사는 일 년 동안의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다. 징징거리는 건 오늘 여기까지만. 오늘보다 더 나은 아이의 내일을 오늘도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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