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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레꼬레 Dec 18. 2023

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안톤 허 지음

이 책을 펼치고 얼마지 않아, 바로 안톤 허 저자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저주토끼'와 '대도시의 사랑법'을 영어로 번역해 부커상의 인터내셔널상 후보에 오르게하는데

영향을 끼친 번역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자신의 생각이 뚜렷하고 굉장히 솔직하게 그 생각들을 적어낸 이 에세이를 통해

번역이라는 업에 대해서도 좀더 이해하게 되었고,

'편견'과 '기득권'이 가득한 영역에서 자신의 자리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닫게 되었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그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낸,

그것도 매우 멋진 모습으로 만들어낸 안톤 허 작가의 기백이

부드러우면서도 강건하게 느껴져서 꽤나 멋지다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에세이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보통 에세이에서는 굉장히 부드럽고 온화하게 자신의 일상을 녹여낼 때가 많아서

뭔가 머리를 식힐때에 에세이들을 읽곤 했다.


마치 늦은 오후 4시경에 햇빛이 창가에 따스하게 비춰지고

고양이가 옆에 와서 자고 있고

나는 커피나 홍차를 한잔 마시면서 책을 읽는듯한 그런 모습과 느낌.


바로 그 느낌들이 최근 내가 읽은 에세이들에서는 작가들은 달랐지만

종종 겹쳐지는 모습이었는데


이 책은 창가 오후의 따뜻한 햇살이 아니라

비바람이 치는 태풍을 뚫고 간신히 집에 도착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샤워를 한 후에야 안정을 찾는듯한

그런 비장함이 나름 섞여있다.


하지만 작가의 유려한 문장과 확신에 찬 생각들에서

그 비장함들에 거부감은 커녕 함께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찬다.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것.

그리고 그 목소리로서, 나와 다른 이들을 설득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지만 꽤나 오랫동안 줄기차게 그 일들을 해온 작가에게

이제부턴 나 역시 독자로서 그의 글을-번역글이든 번역글이 아니든-

응원하겠다고 얘기해주고 싶은 그런 책.


그리고 그는 명언을 남겼다.

"인생을 망쳐도 내 손으로 망쳐야 한다."


그놈의 r 발음이 뭔지
이것이 아직까지는 현실. 영어가 능력인 사회.
나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바. 하지만 안전한 길을 가는 사람이 사실 훨씬 많다. 그게 당연한것 같다.
인생을 망쳐도 내 손으로 망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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