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레꼬레 May 18. 2024

하와이하다

선현경 지음

나의 20대 시절, 김영하 작가가 글을 쓰고 이우일 작가가 그림을 그린 영화에 관한 에세이집이 있었다.

김영하 작가의 글은 일단 너무 재미있고, 가벼운데 또 가볍지만은 않은 그런 느낌이 가득해서 잊히지 않는

그런 책이었는데 그 책에 이우일 작가의 일러스트가 또 너무나 잘 어울려서 암튼 내게 기억에 또렷이 박혀있는 그런 책이 있더랬다.


이후 가끔씩 이우일 작가가 글을 쓰면 찾아보곤 한다. 포틀랜드에 가족이 머물며 지내는 일상을 그린 책도 너무 좋았는데, 이번에는 그 이우일 작가의 부인인 선현경 작가(이 분은 그림책을 주로 펴내시는 작가)의 

시선으로 쓰인 하와이 체류기를 읽게 되었다.


히피라던지 자유롭게 산다라던지 이런 식의 라이프를 사는 사람들을 대개는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개를 가로지으며, 한국의 사회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금수저 아니고서야 생활을 할 수 없다며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사실 현실인데.

어쨌든 그러한 한국의 현실을 딛고 포틀랜드에 머물다가 포틀랜드에서 대학교에 합격하여 

네덜란드로 딸내미를 떠나보낸 후 부부는 하와이로 떠나서 그곳에 머물게 된다.


사실 영영 사는 것이 아니라 한시적으로 머무는 것은, 그곳이 어디든 매력 있는 설정이다.

머물고 있는 이 곳이 싫어지면 언제고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아쉬울 것도 기대할 것도 없고

또 어쨌든 내가 살았던 기반이 있는 곳과는 거의 모든 게 다른 시스템과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이기에

설렘을 안고 일상을 살아갈 수가 있다.


중년이 된 히피스러운 부부가 파도타기를 배워가면서, 훌라춤 레슨을 배워가면서(이건 아내의 일상),

이래저래 바다에 나가다 보니 얼굴을 알게 되고 말을 섞어가면서 친구가 된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해 가면서

하와이에서 어슬렁어슬렁 지내는 체류기.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내 일상도 느려지는 것만 같다.

왠지 어제의 고민은 더 이상 고민해 봤자 달라질 것이 없기에 이제 고민이란 걸 날려버릴 수도 있을 것만

같다. 따뜻한 햇살과 맑은 공기, 그리고 집 앞에 찾아온 대자연의 느낌

이런 것들이 하와이일까.


아직 한 번도 가지 못했고, 아마 갈 수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겠는 곳인 하와이의 생활은

잠시나마 이 책으로 경험할 수 있어서 에세이집인 이 책을 읽는 내내 

서핑하는 기분으로 흐뭇했다. 사실 서핑이 뭔지도 모르면서.


요즘 많이 느끼는 것이지만 자유에는 늘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내가 선택하는 모든 것들이 나를 만든다.

그 어떤 것도 선택하기 힘들어질 때,

이렇게 자연 가득한 땅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너무나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

그냥 '나'로서의 존재를 잠시 잊고 자연 속에서 햇살을 받는 그 기분.


어쨌든, 하와이의 리얼 민낯이 궁금하다면 살짝 이 책을 추천해도 좋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디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