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코흐 지음
영화 '보통의 가족'을 너무 인상깊게 봤어서, 당장 영화의 원작소설이 너무 궁금했다.
마침 도서관에 이 책이 있길래, 바로 대출해서 읽었는데 영화는 소설의 줄거리를 거의 그대로 가져가지만
그래도 일정 부분 각색이 많이 되어 있었다는걸 책을 다 읽고서 확인했다.
어느 형제가 있고 큰형은 유력 정치인이고 동생은 학교 선생님이였지만 어찌저찌하여 교편을 놓고 몇년을
무직으로 보낸다. 각 형제에게는 부인과 아이들이 있고, 큰형은 아프리카에서 한 아이를 입양해서 자신의
친아들과 함께 키운다.
두 형제가 가끔 만나서 저녁을 먹는데, 이 책의 스토리는 큰형의 선거를 앞두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형제가 식사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끝이 난다.
흥미로운 것은 식사가 진행되면서 교차되는 형제의 스토리인데, 주로 동생의 입장에서 기술된다.
요즘은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그 자체에서 오는 감동이나 메시지 뿐만 아니라
작가가 이 소설을 쓴 구조에 대해서 흥미롭게 바라보게 된다.
지난번 토니와 수잔도 그랬고, 이 소설 역시나 저녁 식사라는 너무나 일상적인 인간의 사회적인 행위에 대해
식사를 배경으로 이야기들을 자연스레 끄집어내는 부분이 인상적이였다.
물론 이 소설은 당신의 자녀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어디까지 용서하고 어디까지 허용해줄 것인가 라는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영화까지 보고나서 이 소설을 읽으면 이래저래 비교하게됨을 멈출수가 없다.
꽤나 흥미롭고 독창적인 소설로서,
냉소적이고 건조한 분위기가 시종일관 지속되는 것이 매우 맘에 들었던 보기힘든 수작이다.
인간의 근본적인 태도에 대한, 아이와 부모라는 본능적인 관계에 대한, 그리고 사회 라는 틀 안에서의 규범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져주는 소설인데 마냥 무거운게 아니라 툭툭 던지는 쨉이 너무 날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