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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 소녀 하이디 Aug 30. 2019

작가 인터뷰는 언제?

출간 작가의 꿈을 꾸며 상상하는 자문자답 인터뷰

출간 작가가 꿈이에요. 아직 풋사과같이 시큼하고 대패질 안 된 나뭇결 같이 거친 글을 쓰는, 브런치에 글을 쓴 지 두 달 정도 된 초보 작가입니다. 열심히 글을 쓰고 가끔은 제가 좋아하는 사진도 올리고 있습니다. 출간 작가가 되는 꿈을 꾸며 저도 언젠가는 브런치 팀으로부터 인터뷰 제의를 받는 상상을 한 번 해 보았습니다. 그때가 언제쯤 일지... 생각하다 제가 저를 인터뷰해 보기로 했어요. (@브런치팀 님, 그냥 제 생각입니다만,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초보 작가들을 인터뷰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글쓰기 꿈나무들을 키워 주세요. 노출에 목마르답니다. 단비를 내려주세요..)




어떻게 글쓰기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나요?

초등학교 때 글짓기를 처음 시작했어요. "전인교육"이라고 해서 학교에서 모든 것을 가르치자는 교육 정책이 한창이었는데, 저의 어머니는 큰 준비물이 필요 없는 글짓기 반에 저를 등록하셨어요. 동시도 짓고 짧은 글짓기도 했는데, 선생님께서 뜻밖의 칭찬을 해 주셔서 계속 열심히 했어요. 한국 요구르트에서 주최하는 "어린이 건강 글짓기"대회에 나가 장려상도 받아 보고, 지역 신문에 제 동시가 실리면서 3000원의 원고료도 받은 적이 있었죠.


브런치에 글쓰기는 어떤 연유로 시작하셨나요?

같이 일하던 후배분이 브런치를 소개해 줬어요. 저의 일본 생활과 프랑스인 남편과의 결혼 생활 이야기를 써 보면 재미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거란 격려의 말도 함께요. 이 곳에 글을 쓰려면 에디터 분의 칼날 같은 예리한 심사를 거쳐야만 가능하다고 들어서 어떻게 하면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늘 궁금했었죠. 무모한 부장님은 뭐든 추진력 있게 하실 수 있을 것이라는 후배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심혈을 기울여 글 두 편을 써 보냈어요. (이 후배는 감언이설을 잘하여 일하면서도 제가 곧잘 넘어가곤 했죠. 그녀는 실로 설득의 여왕이에요.) 그랬더니 브런치 팀으로부터 덜컥 연락을 받았어요. 마침 생일날 점심이었는데 제 인생에서 받아 본 생일 선물 중 열 손가락 안에 넣을 정도로 좋은 선물이었어요. ("제일"이라고는 말 못 해요. 남편이 지금 저를 옆에서 보고 있거든요.) 이런 좋은 플랫폼을 소개해 준 후배가 정말 고맙죠. (후배 사랑, 나라 사랑!)


막상 시작하고 나니 어떤가요? 글쓰기가?

초등학교 이후에 처음 하는 글쓰기이고 평소에 말주변이 없어서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남편ㅇㅇ의 말대로 글 쓰는 순간에 생각나는 마음을 한 번 깊게 생각해 보았어요. 첫날 브런치 합격 메일을 받은 순간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감사"였어요. 나를 브런치로 연결해 준 후배에 대한, 그리고 저의 투박한 글의 잠재력을 알아준 브런치 팀에 대한 고마움이었죠 (나를 춤추게 한 후배의 칭찬).


그 이후로 브런치에 이미 발행되어 있는 선배 작가님들의 글들을 정독하기 시작했어요. 우선 이 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작가분들이 어떤 글을 쓰고 계신지 "공부"를 깊게 하고 싶었죠. 일상을 수려한 필치로 아름답게 표현하시는 에세이스트 분들도 많았고, 그림과 만화, 사진까지 섭렵하신 예술적 탤런트를 뽐내는 작가분들도 보았고요. 여러 분야에 걸친 전문적 지식을 토대로 좋은 콘텐츠를 쓰시는 작가분들도 발견했답니다. 한 마디로 브런치는 좋은 글들을 쟁여 놓는 보물 창고였어요. 이런 곳에 작가로서 발을 들여놓다니, 너무 영광스럽고, 폐 끼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구독자 수도 많이 늘리고 싶었고. 생각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어요. 공들여서 쓴 글들은 겨우 겨우 발행해 놓고도 퀄리티 때문에 창피함을 느끼기도 했고, 어떤 날은 쉽게 써보자 하고 막 써내려 간 날의 글들은 다음 메인 페이지에 노출이 되기도 했어요. 조회수가 늘어나는 것이 신기했지만 많은 구독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이내 다시 실망했었죠.


꾸준히 하는 것이 이래서 어렵고 그래서 대단한 것이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글쓰기는 꾸준함이 중요하구나. 뭐든 빨리 결과를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저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었어요. 나를 되돌아보게 해 주는 글쓰기가 그래서 좋아졌어요.


매거진에 대해 소개 몇 마디 부탁드려요.

저는 잡생각이 많은 사람이에요. 홀로 유학 준비하고 해외 생활을 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었는데 그런 소중한 경험과 기억들을 한 군데 모아 놓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웠어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도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기대하기 어려울 거야",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은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그들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은 소심하고 이기적인 "나" 였답니다. 이런 "나"의 이야기에 대한 "타인"의 판단을 두려워하지 않고 쓰기 시작한 매거진이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라는 매거진이에요.


저는 여행을 좋아해요. 고등학교 때 유럽으로 갔던 수학여행에서 처음 여행이 주는 오묘한 감정들을 느꼈어요. 설렘, 신기함, 호기심, 멋짐, 자유 이런 것들이요. 성인이 되어 친구들과 휴가도 가고, 출장도 다니고, 남편과 결혼 전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면서 여행은 이제 제 생활의 일부가 되었지요. 그래서 저에게 익숙한 여행지에서 얻게 되는 제 생활의 일부를 담아 본 매거진이 "우리 동네 여행기"입니다.


사진과 짧은 글도 좋아하지요. 남편은 사진을 담당하고 저는 글을 담당하여 작은 책을 내고자 하는 작은 계획을 갖고 있어요. 남편은 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진 찍는 것을 많이 좋아했고, 얼마 전 40번째 생일을 맞아 사진에 좀 관심 있다는 전 세계 사람들이 알 만한 L사의 카메라를 장만했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남편의 사진과 저의 글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마음을 부자로 만드는 포토 테라피는 그런 면에서 저의 습작 매거진입니다. 동네를 산책하거나 출근길, 출장길에 획득한 사진들이나, 여행에서 인생 깊었던 곳들의 사진들을 고르고 그에 맞는 단문을 생각하며 작업을 하는데 저의 상상력과 감수성이 뒷받침되지 않아 생각보다 많이 올리지는 못했어요. 앞으로 더 골똘히 생각해서 계속 발행할 예정이에요.


이렇다 할 수상 이력 없이 출간을 하시게 되었어요. 어떤 마음으로 출간을 추진하게 되셨나요?

저는 남이 시켜주지 않으면 제가 스스로 해보는 성격이에요. 제가 쓴 글에서 몇 번 언급했지만 저는 참을성이 없고 무모함이 가득한 그런 성격이거든요 (나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수상한 적은 없지만 저는 제가 글쓰기를 통해 얻은 배움과 기쁨을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저의 글들이 곱디 고운 종이 위에 프린트되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더 좋은 글로 책을 내야지" 하고 생각하니 동기 부여가 되었죠. (저의 미천한 글들을 담을 종이를 만들기 위해 잘린 나무들에게는 정말 미안해요.)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저에게는 현재 X.X만 ("만", 정말 꿈같은 숫자입니다. 아니, 감히 꿈이나 꾸어 볼 수 있을까요?) 여명의 구독자 분들이 계세요. 제가 잘 쓰던 아니던 꼭 제 글에 라이킷을 쁑쁑 쏘아 주시는 작가분들과 구독자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이미 모든 글을 완벽하게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계속 발전된 글을 쓰고 보여드리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제가 쓴 내일의 글이 오늘의 글 보다 더 나아지도록 하는 그런 작가 말이죠. 투박하지만 공감을 일으키는 그런 글을 쓰고 싶어요.


구독자 분 중 한 명은 바로 저의 남편이에요. 제가 조회수 바닥을 달릴 때 일부러 제 글을 조회해 주고, 혹시나 누구도 제 글을 라이킷 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1등으로 와서 꾸우욱 사랑의 하트 버튼을 눌러주는 고마운 구독자이지요. 요즈음은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며 진정한 독자로 거듭나고 있는 저의 남편을 위해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답니다.




어쩌다 보니 소설 같은 제 소개글이 되어 버렸네요. 저와 같은 초보 작가님들이 한 번쯤 상상해 보시는 인터뷰를 저에게 질문하고 제가 스스로 답하는 자문자답 인터뷰로 써 보았어요. 먼 미래 (마음 같아서는 "가까운" 미래가 되었으면 하지만요.) 어느 때에 제가 정말 책을 내게 된다면 그 책 속에 담겨 있는 내용과 기획 의도 등을 이야기하는 인터뷰를 할 수 있겠죠? 물론 그때는 질문자는 제가 아니라.. 브런치팀 님?


아, "상상만 해도 좋다"라는 기분이 이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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