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왕이 되어 열일곱에 세상 떠난 비운의 왕 단종, 영화(왕과 사는 남자)를 천만 명도 넘는 관객이 관람했다는 소식에 어제 요가 마친 후 홀로 영화관에 다녀왔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늘 유쾌하고 즐거운 듯 보이는 장항준 감독의 밝고 명랑한 유머 코드와 유해진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스며든 맛깔난 영화였다.
아무런 힘도 없이 나약한 어린 단종의 덧없이 짧았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의미 있게 해 준 영화라서 좋았다.
그래서였을까, 단종의 애달프고 서럽고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뻔한 서사가 그토록 관객의 마음을 홀리게 하고 웃게 하고 눈물겹게 하는 것 같다.
유해진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어느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만큼 좋았다.
연기자들이 저마다 제 몫을 잘 해내는 것을 보면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유쾌한 장항준 감독과 능청스러운 연기의 달인인 유해진 배우와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비빔밥처럼 서로 맛깔나게 어우러져 더욱더 맛있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단종 역인 박지훈 배우의 젖은 눈빛에 저절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 어린 단종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오래전에 다녀온 청령포 그 어둑한 솔숲
무당집의 스산한 기운을 떠올리며
안쓰러워서 안타까워서 나도 모르게 펑펑 눈물이 났다.
승승장구 잘 나가는 드라마 작가 아내 김은희 곁에서 천만 관객의 감독이 되어 오랜만에 기가 살아날 장항준 감독을 응원하며 유머라고는 씨알도 없는 나는 이제부터라도 더 유쾌하고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운도 찡그린 자 보다 웃는 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다가오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