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 튜더처럼 살고 싶었다

지워진 버킷리스트

by 청향

"마츠타니 미츠에"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타샤 투더"는 눈부시고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2008년 숨진 동화작가 타샤의 말년, 자연주의 삶을 보여주는 화면들이 너무도 아름다워 숨죽이며 본 영화였다.


미국 버몬트주 깊은 산속 낡은 오두막집, 오래 손 때 묻은 그녀의 낡은 가구와 그릇들, 천상의 화원 그 손에 잡힐 듯 맑고 선명한 바람의 결, 여기저기 흔들리며 피어있는 각양각색의 눈부신 꽃들, 호랑나비의 날갯짓과 새 우짖는 소리, 다리가 짧은 살찐 반려견 코기의 행복하고 편안한 모습에 홀린 듯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야위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화면 속 91세의 타샤는 부드럽고 온화하고 긍정적이며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해 보였다.

고령의 나이에도 삽으로 땅을 파서 씨앗을 뿌리고 풀을 뽑는다.

맨발로 산책을 하다가 한아름 꽃을 꺾어와 창가에 꽂아두고 그림을 그리고 치킨 수프도 만들고 양초도 만들고 뜨개질도 한다. 지인들에게 선물할 인형도 만든다.

꽃이 만발한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호수처럼 고요한 타샤의 시간

그 눈부신 사시사철이 그저 좋았다.


평생을 가꾼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욕심 없이 살다 간 그녀의 자연주의가 나의 오랜 버킷리스트였음을 새삼 떠올리게 한 영화였다.


풍광 좋은 곳에 작은 집을 짓고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타샤처럼 그렇게 살고 싶었다.

십여 년 전쯤에 나는 300여 평의 땅을 사고 건축 설계사에게 설계도를 맡겼던 적이 있다.

하지만 주변 풍광에 혹해 사버린 그 땅에 골치 아픈 하자가 있어 애면글면 속을 끓이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그때 얼마나 지치고 스트레스에 시달렸던지 한동안 호되게 앓아눕기도 했다.

소란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이 되어 살고 싶었던 간절함마저 그 후로 싸늘히 식어버린 것이다.

결국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그 설계도를 끝내 버리지도 못하고 이번 생엔 글렀다며 허허실실 중얼거린다.

아니, 그때 이 도시를 떠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냐며 스스로를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