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기점으로 극성수기가 끝나면 신기하게도 저녁바람이 제법 살만하게 분다. 말복이 지나면 모든 과일을 다 먹을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삼복이란 24 절기 중 하지와 입추를 기준으로 헤아리도록 되어있고 이 24 절기가 태양력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으니까, 지구를 덥히기도 식히기도 하며 계절을 바꾸어 열매가 익게 하는 것이 과연 다 태양의 일임을 실감케 한다.
퇴근 후 저녁 차려 먹고 치우고 쓰레기 분리수거 하러 나가는 길에 마주친 바람이 알려주었다. 여름이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고.
계절은 살금살금 바뀌는 것. 그래도 가만히 잘 살피면 알 수 있다. 여름에서 가을은 바람을, 가을에서 겨울은 냄새를, 겨울에서 봄은 햇살을, 봄에서 여름은 숨결을.
걱정시키는 법도 놀라게 하는 법도 없이 새 계절은 성실히 오고 있다. 지난여름만큼이나 나와 잘 지내는 가을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