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에서 채용은 '퍼즐맞추기'라는 개념을 설명했다.
기업은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 뽑고자 하는 퍼즐 조각(채용 포지션)과 가장 유사한(fit 한) 사람을 어떻게 가려낼까? 이는 '지원자가 지원한 포지션에 적합한 사람인지 어떻게 판단할까?'라고 달리 표현할 수도 있겠다.
표현은 일부 다르게 쓸 수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지원자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할 때는 크게 3가지 요소를 고려한다.
직무적합성 / 조직적합성 / 동기적합성
이번 글에서는 직무 적합성에 대해 먼저 설명해보겠다.
직무적합성 판단은 지원자가 채용하는 포지션의 직무를 수행할 역량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여기서 '역량'이라는 개념은 해당 일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Knowledge), 기술(Skill), 태도(Attitude)를 말한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겠다.
프리미엄 주류회사에 영업직으로 지원하는 친구가
술이라곤 소주/맥주 밖에는 알지 못하고 -Knowledge적 측면
타인을 설득하는 기술이 없으며 -Skill적 측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무언가를 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 Attitude적 측면
이렇다면 해당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지원자는 채용이 되는 순간부터 해당 직무의 담당자가 된다. 자신이 맡아야 하는 일에 대해서 얼마나 전문성이 있느냐는 곧장 성과에 직결되는 요소이다. 그렇기에 기업은 각 직무에 있어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해당 역량에 맞는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요즘 취업 준비하는 사람들이 NCS라는 단어 한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2000대 초반부터는 국가적으로 직무별 역량 표준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현재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를 정리하여 2015년도부터 공공기관 채용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게 다 뭔가 싶을 순 있겠지만, '이 직무는 이 역량이 필요하다'라고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되려 준비에 편리할 수도 있다. 일반 기업에서는 정의해놓은 역량을 공개적으로 다 밝히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NCS 직무역량 예시 (출처:나무위키) 직무적합성을 가려보는 것은 경력직을 뽑을 때는 비교적 수월하다. 간단히 설명해서 채용하는 포지션에서 수행해야 하는 과업과 같은 업무 경력을 가진 지원자를 뽑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서류에서 경력사항만 봐도 대략 확인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신입이다. 신입은 (본질적으로는) 해당 직무에 대한 경력이 없기에 기타 다른 활동들을 통해 추측(이라고 쓰고 상상이라고 읽는다)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그렇게 지원서에서 동아리 활동이나 학교 생활하면서 한 프로젝트 수행 경험 등을 묻는 것이다.
여러분이 과제로 무슨 프로젝트를 했는지는 기업은 사실 아무런 관심이 없다. 다만 그렇게라도 물어야 우리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지원자가 일부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답변은 내가 무슨 프로젝트를 했는지를 설명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프로젝트를 통해서 내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어떤 역량을 가졌다고 할 것인지를 정교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나중에 지원서 문항들의 질문 의도에 대해서는 따로 한번 정리해 보겠다)
가끔 학생들이 물어온다.
'인턴 경험이 없으면 취업이 안 되나요?'
인턴 경험이 없으면 취업이 안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직무와 유사한 경험이 있으면 아무래도 기업이 지원자의 직무역량을 예측해보기가 수월한 것이다.
얼마 전에 미용실에서 염색 컬러를 추천받는데, 디자이너 샘이 "애쉬브라운은 어때요?" 하시더라. 머릿속에 여러 컬러가 떠다니고 있어 복잡해서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데, 인조모에 염색해놓은 샘플을 가져다가 딱 보여주니 바로 무슨 색인지 알겠더라. 같은 이치다. 인턴 해본 친구들은 (물론 헛다리를 짚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친구들에 비해서 직무적으로는 훨씬 구체적인 경험을 꺼내놓을 수 있기에 평가자가 갈등이 적어지는 것이다.
한번 회사에 들어가면 그 회사가 무엇을 시키던 평생 몸 바치던 그런 시절은 우리 부모님 세대로 끝이 났다. 기업은 하나의 직무만 잘해서 운영되는 곳은 아니지만, 어떤 특정 포지션에서 해낸 일이 기업 전체를 살리는 일이 되기도 하는 것이 요즘이다. 갈수록 더 직무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기업이 추구하는 바가 될 것이다. 단순히 그 직무에 부합하는 척을 넘어 차근히 직무 역량 개발을 실제로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마케팅을 선보인 마케터가 배달의 민족(우아한 형제들)에 가져다준 이익은 실로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 다음 편에서는 조직적합성에 대해서 알아보자.
[진짜 취업] 매거진 읽기
내가 궁금해하는 질문들만 골라봐도 괜찮아요.
개별 질문들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Q1부터 순서를 따라가면 좋아요.
질문들이 많이 모아지면, 취업 방향편/지원서편/면접편 등으로 카테고리를 묶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