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은 내가 할머니 집에 가야 한다고 하면, 오늘은 어디가?라고 물어봤었다. 격주로 양가 할머니 집을 갔던 나에게 이번 주는 어디로 가냐고 묻는 질문이었다. 금요일 저녁이면 할머니께 전화를 해서 내일 계모임을 가시는지, 점심을 드실 수 있는지, 산악회 약속이 있지는 않으신지 여쭤보고, 우리의 행선지를 정했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입학하고도 한동안은 자주 찾아뵜었다. 물론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바빠서 자주 못 갔다. 해봤자 생신 때나 명절 때. 집에 가야 한다고 하면, 눈에 띄게 아쉬워하시는 모습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가지도 못한다. 참 타이밍이라는 게 이렇다. 대신에 카톡도 하고, 필요한 게 있으신지 안부전화라도 자주 하는 편이다.
오늘은 외할아버지한테 전화가 왔다. 할머니랑 산책을 하다가 친구분을 만났는데, 스마트워치를 자랑하더라! 그거 뭐냐! 너희가 더 잘 알 것 같다며 전화를 주신 거였다. 엄마는 화면이 작아 불편하실 거라며 말렸지만, 결국 결제까지 마쳤다. 조만간 설치해드리러 가야지. 외할아버지는 이것저것 새로 생긴 것들, 본인이 사용해보지 못하신 것에 관심이 많으신 편이다. 얼마 전엔 공유 전기자전거 서비스를 탐내시기도 했다. 위험하다며 말리긴 했지만, 너무 귀여우시다. 팔순이 넘은 나이로 아직도 이 세상이 재밌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생각에서만 그치지 않으시고, 꼭 해보려고 하시는 것도. 과연 나는 그 나이까지 이 세상에 궁금한 게 있을까. 그냥 관성대로, 살아지는 대로 살지 않을까. 어쩌면 내 호기심의 유전자는 할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걸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 할아버지의 귀여운 호기심을 응원한다. 스마트워치를 사서 얼마나 활용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워치를 차고, 걸어 다니시면서 여기저기 자랑하시는 모습이 훤하다. 핸드폰으로 체크하는 만보기보다 훨씬 좋다고 좋아하시는 모습도 그려진다. 아마 그런 모습을 보기까지 여러 번의 전화를 받아야겠지만. 오래오래 건강히 호기심대마왕으로 남아계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