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보 일출을 보러 가는 날. 새벽 4시에 부시럭부시럭 일어나서 옷을 껴입었다. 빠이는 따뜻하니까, 많이 안 입어도 되겠지. 긴팔 하나, 남방 하나, 혹시 몰라서 외투 하나 더. 어둠을 헤치고, 집합장소로 갔다. 봉고차를 타고,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도착한 전망대. 차 문이 열리자마자 몸을 한껏 꾸겼다. 너무 추웠다. 전망대는 산 중턱이고, 산 바람이 잔뜩 부는 곳이라는 걸 몰랐던 죄로, 해가 뜰 때까지 이를 덜덜 떨어야 했다. 게다가 해가 완전하게 뜨지 않아 따뜻함도 늦게 왔다. 2시간 정도를 추위에 떨고, 돌아온 숙소.
너 누구니? 분명 방문을 닫고 갔는데, 고양이가 침대 위에 있었다. 어떻게 들어온 거지? 낮에 해가 들어오면 숙소가 너무 덥길래, 창문을 살짝 열고 갔는데, 그 사이로 들어온 듯했다. 귀여우니 몇 번 만져주고, 이제 내려가자 회유했지만. 이불을 더 움켜쥘 뿐. 심지어 잠깐 한눈 파는 사이에 모기장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니, 친구야. 나와줘. 우리 지금 너무 눕고 싶다! 한참을 쳐다보다가 포기했다. 더 실랑이할 힘이 없던 우리는 마당에 있는 벤치와 해먹에 눕기로 했다. 따뜻하게 몸을 녹이니 잠이 쏟아졌다. 들여다본 방안엔 여전히 본인의 자리인 냥 자리 잡고, 우리를 쳐다본다. 살짝 몸을 들어 보려 했으나, 너무 무거운 뚱냥이였고... 심지어 힘으로 이불을 쥐고 있으니... 결국 직원을 불렀고, 직원 언니가 놀라더니 가볍게 들더니 데리고 갔다. 너무 귀엽긴 했지만, 침대를 뺏는 건 곤란해 고양아. 그래도 너 덕에 마당에서 광합성을 잔뜩 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