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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라 Dec 22. 2020

2020 마지막 여행

 이게 마지막 여행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그렇다. 마지막이었다. 10월쯤 묵호부터 속초까지 해파랑길을 걸었다. 계속 올레길을 가고 싶었는데, 제주도의 코로나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그 대신 선택한 게 해파랑길. 바다랑 산을 모두 좋아하는 나에게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하루에 3만 보 이상 걸으면서 보고 싶었던 풍경을 가득 담았다. 날이 흐리면 흐려서 걷기 좋고, 해가 나면 따뜻해서 좋았다. 특히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헌화로를 걸을 때는 너무 신이 났다. 파도가 쳐 내 발밑에서 부서지는 장면, 파도가 돌을 만나면서 크게 부서졌고, 바닷물들이 비처럼 내리는 장면, 그 바닷물을 맞으면서 좋다고 웃는 내 모습까지. 다 너무 좋은 기억들이다. 언젠가 또 가더라도 헌화로는 차 대신 발로 걷기로 다짐했다.

 오랜만에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는 것도 기분 좋았다. 빨간 배낭과 파란 하늘 혹은 빨간 배낭과 파란 하늘의 조화는 완벽하다. 물론 하루의 코스를 다 걷고 숙소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내팽개쳤지만. 하루는 선자령을 가려고, 같은 곳에 두 밤 묵었다. 여행 전에 샀던 빈티지 배낭으로 바꿔 매고 출발한 등산에서는 날아다녔다. 그때 새로 개시했던 배낭은 그래도 옷장 속에 들어가 있다.

 요즘은 방구석 여행 중이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을 외치며 여행했던 날을 그리워하기도, 회상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요즘의 일상을 여행처럼 보내보려고 노력 중이다. 한동안 안 하던 취미생활도 하고, 기록들을 정리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 이 마저도 언젠가는 그리워질 테니, 남은 2020도 여행처럼 보내려 한다. 연말 푸드도 즐기고, 온라인 콘서트도 보면서! 다른 해에는 안 해보았던 것들로 가득 채운 연말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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