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지방으로 내려가게 된 아빠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넷플릭스를 잔뜩 다운로드한 아이패드 들고, 그늘 찾아가기. 처음엔 소소하게 해안도로 근처에 있는 정자나 국립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서 드라마를 보는 여유로운 주말을 보낸다고 했다. 그런데 점점 스케일이 커져서 접이식 의자를 사더니, 테이블을 샀고, 고기불판까지. 화룡점정으로 원터치 텐트까지.
여러 달의 생활 끝에 아빠는 아빠만의 아지트를 찾았다. 그리고 초대받았다. 텐트를 열면 푸른빛이 쏟아지는 곳과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먹거리를 포장해서 먹거나 고기를 구워 먹고, 텐트 속에 누워있으면 제2의 집이 된 기분이다. 트렁크를 캠핑용품으로 가득 채운 아빠 덕분에 왜 사람들이 백패킹을 다니는지 알아버렸다. 남들은 모를 것 같은(그럴 리 없겠지만) 곳에 우리만 있는 느낌과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날이 조금 풀리면, 그리고 이 사태가 조금 진정되면, 텐트를 사들고 떠나볼 생각이다. 나만의 집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