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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라 Feb 03. 2021

오랜만에 요가

 드디어 요가원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요가원이 열기를 기다렸으면서 막상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요가원이 쉬는 동안 운동도 쉰 탓에 요가복이 어딘가 불편했고, 하나의 미션처럼 요가를 다녀왔다. 심지어 갔는데, 평소에 쉽게 하던 동작들이 버거웠고, 호흡조차 따라가기 힘들었다. 요가에 대한 의지가 바닥을 치는 순간이었다. 열심히 쓰던 요가 일기도 내려놓았다. 

  그리고 며칠 안 가니까 다시 가고 싶어 졌다. 요가를 외면하려 했지만, 빨래대에 걸려있는 요가복이 눈에 띄었다. 요가를 일정에서 제외하려고 했는데,  친구들의 운동 인증이 자극이 되었다. 살짝 서먹했던 요가를 내가 먼저 찾아가게 되었다. 첫 주에는 힘들었던 것이 둘째 주인 이번 주는 조금 쉬웠고, 익숙했고 그래서 의욕이 생겼다. 

 2주간 요가를 하면서 나에게 계속 맴도는 문장이 있다.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내 몸의 구석구석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잡념이 사라질 거예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한참 동안 의문을 가졌던 문장이다. 잡념이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사라질 수 있나? 그걸 왜 사라지게 해야 하지? 사라지게 하면 수련에 더 좋은 걸까? 수련 내내 물음표가 가득했다. 결국 그 시간 동안 호흡에 집중하기는커녕 잡념에 집중하게 되었다. 사실 평소에도 사바아사나(요가 수련 마지막에 하는 송장 자세, 쉬는 자세)를 할 때도 온전히 호흡과 내 몸에 집중해본 적이 별로 없다. 집에 가서 해야 할 일이나 수련 중에 안되었던 동작들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이런 점에 대해 크게 신경 써보지 않았는데, 이번엔 조금은 고민하고 싶었는지 맴도는 중이다. 

 평소에  잡념과 공상을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는 편이다. 길거리를 다닐 때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두리번거리고, 거리를 걷는 재미를 찾는다. 하나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시작을 모를 정도로 생각을 이어가는 게 나에게는 일상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잡념은 나와 물아일체인데,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게 가능한가 싶다. 아직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수련을 하다 보면 언젠가 깨닫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머리 서기에도 순서가 있듯이, 호흡과 잡념도 순서대로 나에게 천천히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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