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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Nov 15. 2024

독일어 단어에 독일인의 삶이 있고, 우리의 삶이 있다

이진민,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독일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게 어떨까 싶었던 생각은 첫 단어(파이어아벤트, Feierabend)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싹 사라졌다.  


언어가 사람과 사회를 이야기한다. 이 평범한 진리를 매우 흥미롭게 알리고 있다. 독일어에서도 단어에 관한 책이니 독일 말을 쓰는 사람들과 그들이 얽혀 살아가는 모습을 말해주는 것은 당연할 듯한데, 이 책은 그걸 넘어서 그들과 우리의 관계,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한다. 다름과 비슷함을 함께 이야기한다. 


독일 말의 단어는 독일에 대해 으레 생각해왔던 것을 확인시켜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지허하이트(Sicherhei)와 같은 말인데, 안전, 안전성 같은 뜻을 지니고 있지만 보다 넓게 독일인의 철두철미한 대비 정신을 말해준다. 




그런데 독일에 대해 생각해왔던 것을 반전시키는 단어도 있다. 킨더가르텐(Kindergarten)과 같은 말이다. ‘아이들을 위한 정원’이라고 풀 수 있는 이 말은 영어에도 있지만 미국보다 독일에서 보다 더 아이들을 위한 정원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글을 통해 나타나는 저자의 경험으로 알 수 있다. 


독일의 뼈저린 역사를 되새기게 하는 단어도 소개한다. “노동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와 같은 말에 쓰인 아르바이트(Arbeit)와 같은 단어가 있고, 슈톨퍼슈타인(Stolperstein)과 같이 나치에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명판을 가리키는 말도 있다. 특히 앞의 말은 ‘알바’라는 우리말로 전환되어 또 다른 서글픈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말이 국경을 건너가면서 다른 의미를 지니고, 다른 역사를 겪는 경우다.  


말 하나를 진지하게 배우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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