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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Nov 15. 2024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삶

이민진, 『파친코 2』


(『파친코』 1권과 2권을 모두 읽고 정리한다. 그러나 2권을 중심으로)

1910년부터 1989년까지의 재일교포 가족 4대의 삶을 다룬 소설이다. 영화화되어 더 많이 알려졌지만 소설로도 충분히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처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들은 한반도에 남은 이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과 같은 일들을 겪지 않았지만, 조선인이라는 신분을 떼어낼 수 없었다. 그들의 자식은 일본에서 태어나서 일본어를 쓰면서 살지만 조선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게 힘들기에 그들이 택한 것이 바로 파친코였다.  


파친코를 통해서야 돈을 쥘 수가 있었다. 파친코는 재일교포의 성공과 좌절을 동시에 상징한다. 공부 대신 일을 택한 모자수도, 공부를 통해 신분의 상승을 노리고 와세대대학에 입학한 노아도,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도 결국은 파친코 사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들의 운명이었던 것이다. 마치 정해져 있던 것처럼. 



소설에서 가장 안타까우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은 노아다. 나라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런 노아의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은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처절한 삶을 의미하는 것일 게다. 내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더 넓혀보면, 이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훈에서, 양진, 선자, 노아, 모자수, 요셉, 백이삭, 경희, 솔로몬, 김창섭, 그리고 고한수까지 그들의 삶 모두가 내 생각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소설의 내 생각의 범위를 넘어서는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나의 세계를 넓힌다. 소설이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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